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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일

사서의 일

: 작은도서관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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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78g | 135*195*16mm
ISBN13 9791190365147
ISBN10 119036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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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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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적응한다는 건 어색함을 떨쳐내는 일이다. 혼자서 일하는 도서관일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 p.26

나는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를 상상하거나 영화 〈인터스텔라〉를 수도 없이 돌려 보곤 한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우주에서의 삶과 지구에서의 삶이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살다 보면 내게도 종종 그들과 비슷한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안락한 우주선을 뒤로한 채 아득한 우주로 나가야 하는 순간이.
--- p.59

사실 도서관에서 ‘점심 먹기’는 내게 어서 빨리 해치워야 할 일거리 중 하나였다. 늘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햄버거 빨리 먹기 대회에 나온 사람처럼 허겁지겁 차가운 밥을 입안에 욱여넣기 바빴다. 그러다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라도 들리면 후다닥 도시락을 덮고 거울로 얼굴을 살폈다.
--- p.121

도서관에서 일하다 보면 유치원 못지않게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앞서 말한 게시판이나 팻말 같은 도서관 환경 꾸미기는 기본이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의 각종 포스터도 직접 만든다. 게다가 해마다 열리는 지역의 도서관 축제에도 참여하여 책과 만들기를 결합한 행사를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색종이와 가위 하나만 손에 쥐면 밑그림 없이도 별이나 나비, 꽃 정도는 쓱싹쓱싹 오려낸다. 만들기 젬병에게는 커다란 발전이라고 해야 할까.
--- p.171

도미노처럼 줄줄이 늘어선 서가에는 세상 곳곳으로 통하는 통로들이 누군가 벌컥 안으로 들어와주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 p.193

산다는 것은 각자 살아온 시간만큼의 이야기를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이다. 평소에는 깨닫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불쑥 그 이야기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 p.209

신기하게도 스스로 종적을 감춰버리는 책 또한 도서관에는 분명 존재한다. 사서를 골탕 먹이기 위해, 어쩌면 제때 먼지를 털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책들은 이따금 작정하고 꼭꼭 숨어버린다. 대개는 시간이 흐른 뒤 자연스레 어느 서가에서 발견되지만, 끈질기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책도 더러 있다. 이들을 색출해내는 방법은 딱 하나다. 정기적으로 ‘장서 점검’을 하는 것.
--- p.216

산출된 점수를 바탕으로 도서관의 등급이 매겨지는데 일정 등급 이상에 이르지 못하면 지원금이 깎이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늘 예산에 허덕이는 작은도서관 사서들은 해마다 평가 기간이 되면 어떻게든 높은 등급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특히 실사를 앞둔 전날 밤에는 잠도 잘 오지 않는다.
--- p.265

사실 ‘버리는 일’에 서툰 나로선 도서관에서 가장 내키지 않는 업무가 ‘폐기’다. 이미 분실 상태인 도서야 거리낌 없이 폐기 절차를 밟지만, 이용 가치를 상실한 도서들을 폐기해야 할 때는 마음이 쓰라리다.
--- p.276

도서관에서 나는 크고 작은 이별들을 여러 차례 겪어왔지만, 이별을 마주할 때면 늘 처음인 것처럼 버겁기만 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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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책에 마음이 담겨 있다면, 『사서의 일』은 곱디고운 마음이 담긴 책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은 또한 밝기도 해서 작고도 넓은 우주 같은 지혜의 집 도서관을 환하게 비추는 듯하다.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가, 사서로서 자신의 일을 성실하고 묵묵하게 해내는 한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응원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 안창숙 (소요초등학교 지혜의 등대 도서관 사서)
동갑내기 사서로서 질투심을 유발할지언정, 시기하기엔 너무 다정해서 전투 의욕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사람. 혼자만 알고 싶지만 그러기엔 자랑하고 싶은 게 많아서 비밀로 간직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오늘도 지혜의 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도 지혜의 집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못할 것이다. 지혜의 집 사서가 퍼트린 호기심에 잔뜩 물들 테니까. 그의 온기로 가득 채워진 작은도서관이 한껏 궁금해질 테니까.
- 이주연 (꿈나무정보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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