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7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446g | 140*210*18mm |
ISBN13 | 9788934943440 |
ISBN10 | 8934943440 |
발행일 | 2022년 07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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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446g | 140*210*18mm |
ISBN13 | 9788934943440 |
ISBN10 | 8934943440 |
MD 한마디
[초록에 빠지고 사랑한 이야기] 초록이 품은 힘은 강하다. DMZ자생식물원을 거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에서 우리땅에서 자라는 식물을 연구해온 허태임 식물분류학자의 매혹적인 글. 사라져가는 풀과 나무에 얽힌 역사, 사람, 자연 이야기는 소멸과 불안을 다루면서도 희망과 연대를 모색한다. - 손민규 자연과학 PD
머리말: 식물과의 연애 1. 식물분류학자의 일상다반사 식물탐사선 봄꽃의 북진 산나물 이야기 발걸음을 붙잡는 철쭉 밤에 피는 하늘타리 가을에는 향유를 낙지다리와 쇠무릎 실체를 추적하는 식물학자들 식물수업 2. 초록의 전략 겨울눈, 나무의 심장 수국의 시간 여름의 싸리 천선과라는 신비한 세계 팽나무는 오래, 크게, 홀로 땅속에서 여물어가는 구근식물 귀화식물은 죄가 없다 작지만 우아한 이끼 다육식물 열풍의 뒷면 미나리와 습지의 공생 감태나무의 암그루만 사는 세상 3. 초록을 위하여 살아남은 모데미풀 낭독의 발견 오래된 미래, 댕강나무 울릉도 비밀의 숲 꽃 좋은 개살구 우리 모두의 석호 꼬리진달래를 아시나요 들국화는 없다 침엽수 학살 더 개발할수록 더 소멸하는 참고문헌 추천의 글 |
인간만큼 자신의 서식지를 지키는데 서투른 종족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무관심한지도 모르겠다. 동식물학자들의 하나같은 생각이다. 인간은 벼랑 끝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멈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동안에도 생물은 하나씩 절멸되어 간다. 식물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 인간들의 서식지를 넓혀가며 많은 식물들은 서식지를 잃었다. 많은 종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쳤다. 그럼에도 지난 코로나로 인간의 활동이 잠시나마 중단되었을 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많은 생물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얼마나 외로운 곳에서 살고 있었을까.
자신을 초록 노동자라로 불리는 식물학자의 삶의 기록이자 우리나라 생태계의 기록이다. 아름다운 식물들의 모습이 사라져 감을 안타까워하는 이 작품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태초의 바다에서 생명체를 만들어낸 것도 식물의 엽록체로 변화한 시아노박테리아다. 육지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던 것도 이끼류와 같은 식물이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같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고 그런 면에서 식물들은 우리의 조상이라고 해도 잘못된 건 아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물은 광합성으로 우리에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주며 많은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약들의 재료가 된다. 우리는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식물의 터전을 없애며 우리의 서식지를 갉아먹고 있다. 목숨을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여 경쟁을 부추기던 시절이 있었다. 덕분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가 되었고 이기주의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진화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에 유행했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처럼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공생하며 진화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물에 대해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식물학자들의 책은 소중히 나눠야 한다.
식물은 여러 면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약효가 있다거나 희귀해서 값어치가 나간다는 얘기가 돌면 삽시간에 사라진다. 다 인간의 짓이다. 석회 토양에는 시멘트 공장을 짓고 길을 내기 위해 산을 허물기도 한다. 해안에 들어선 제련소는 수온을 상승시키고 중금속을 내어 놓으며 식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기후가 오르기 시작하며 침엽수들은 멸종 위기가 되었다. 간빙기에 자연스레 찾아올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멸종하는 생물들이 늘고 있다.
사실 책은 이렇게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지는 않다. 식물을 사랑하는 이의 생각이 곳곳에 묻어 있는 것을 뿐이다. 여느 식물학자들의 책처럼 책은 잔잔하며 주위에 널린 풀떼기 하나라도 사랑스럽게 보는 감각이 있다. 남들은 잘 가지 않는 길이었지만 자신에게는 너무 맞는 길이었고 식물을 발견하고 기록할 때마다 느끼는 두근거림과 사랑 그리고 안타까움은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수많은 이름들 중에서 '수구'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자수를 놓은 듯 아름답게 피는 둥근 꽃이라는 뜻이다. 수국을 얘기한다. 향유가 지천에 깔리면 가을이 왔다는 증거다. 계절을 알리는 흔한 풀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구절초나 국화도 그렇다. 아스팔트와 빌딩으로 뒤덮인 도시에서는 보기 쉬운 광경은 아니게 되었지만..
저자처럼 나도 초등학교 때 우산이끼나 솔이끼를 계곡 근처 습한 곳에서 보곤 했다. 산과 들에는 무수한 식물들이 있었고, 나물이며 산딸기며 복분자 그리고 개살구도 있었다. 지금의 아이들이 관찰 실험을 하려면 인터넷으로 구매해야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벌레를 보면 호랑이라도 본 듯 기겁하는 아이들을 보면 조금 안되어 보인다. 시골에서 벌레들과 놀았던 나로서는 해로운 곤충과 그냥 곤충도 구분하여도 잡는 법도 알고 있다. 근데 이것도 안 하다 보니 머뭇거리게 되기도 한다. 아마 요즘 애들 중에 꿀벌과 꽃등애를 구분할 구 있는 애들은 없지 싶다. 우리는 진짜 벌에 쏘여 가며 꽃등애를 잡곤 했으니까…
책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과 귀한 것을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처한 실상 또한 얘기한다. 국력이 약한 시절 우리의 식물 분류는 일본에 의해 이뤄졌고 많은 강대국들이 우리의 식물을 가져갔다. 산천에 널린 식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하겠지만 지금은 원산지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만큼 '돈'과 '권력'으로 바뀌었다. 자생하는 식물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생물 주권이다.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어보면 독도 자생종의 학명에 '다케시마'가 붙어 있는 슬픔도 확인할 수 있다.
글은 식물처럼 잔잔하다. 그럼에도 저자의 호소는 그렇게 잔잔하지는 않은 듯하다. 어쩌면 사라져 버릴 식물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식물은 인간에 가장 빠르게 경고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연에 대해 더 다정해져야 한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동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반려동물이 된 고양이들 덕분에 동물복지나 개공장 관련 책들을 읽게 되었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들여다 볼 눈이 생겼다. 마찬가지로 주택으로 이사를 온 후부터 식물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 도서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직 애착가는 반려식물까지 생긴 건 아니나 그동안 식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다른 집들 마당에 수국은 저리 탐스렇게 꽃을 피우는데 우리가 심은 수국이 시들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최근 반려식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식물 관리법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식물 관련 신간이 나오면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나이를 먹은 만큼 세상의 지식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지만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 새로운 정보를 어서 섭렵해야 한다는 조급함은 자꾸 새 책을 사라고 부추기고 신간 서평단 모집에 자동적으로 신청서를 입력한다. <나의 초록 목록>은 김영사 서포터즈로 받은 책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식물학자가 전하는 우리와 함께 살아온, 우리가 지켜야 할 풀과 나무의 기록들’이라는 소개를 보니 욕심이 동했다.
식물분류학자 허태임 박사가 처음 출간한 이 책의 저자 소개에는, ‘1년의 절반 이상은 전국 곳곳의 숲을 탐사하고 식물의 흔적을 기록하는 초록 노동자로 살아간다. 식물 관련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고 되어 있다. 저자는 그동안 비무장지대나 산간, 무인도등 척박한 현장 곳곳을 누비면서 차곡차곡 모아둔 식물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냈다. 일반 독자가 이 책에 소개된 식물들을 얼마나 많이 알까? 나는 대부분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고 그나마 안면 있는 식물은 10%도 안되었다. 집에서 화분을 키우거나 마당에 식물을 심고 가꾸는 사람이라 해도 숲이나 해안가에 피어나 자라는 식물의 이름을 알기는 어렵다. 이 책은 전문가가 소개하는 우리 산천에서 자라는 식물이야기다.
식물분류학 전문 서적이 아니라 우리나라 식물을 소재로 하는 에세이이므로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일반인들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서 발견한 식물을 쉬운 말로 소개하고 저자의 생각을 시와 연결하기도 한다. 현장을 누비는 사람의 글이 투박할 거라는 예상을 여지없이 깨트리는 문학적 표현들도 자주 등장한다. 모든 관심은 식물에 기울이고 전문서적만 읽을 거라고 생각한 건 내 편견이었다. 아마 시집을 늘 끼고 사는 사람일 게다. 그렇지 않고는 식물을 보며 시를 떠올리기가 어디 쉬운가.
또 다른 편견 하나! 저자가 할머니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고 시골에서 자랐다는 이야기만으로 나이가 지긋할 거라고 예상했다. 초등학교 때 솔이끼와 우산이끼가 수업준비물이었다고 하기에 더 그렇게 여겼다. 치우친 눈으로 보니 계속 그렇게 생각하며 읽었는데 삼십대라니! 놀라웠다. 연구하고 현장만 다녔을 것 같은데 문학과 함께 하며 매일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서두가 길었다. 저자가 소개한 식물들 중 이름과 모양을 알고 있는 식물이 나와서 반가웠다. 우리 동네 공터나 길가에도 흔히 피어나는 개망초다.
꽃이 계란프라이 모양 같아서 계란꽃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를 소개한 부분을 살펴보면 저자의 글솜씨와 이 책의 전반적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귀화 식물은 죄가 없다”라는 꼭지인데 시로 시작한다. ‘베트남 엄마’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박후기 시인의 “가족 도감1”이라는 시를 그대로 옮긴다.
엄마는 귀화식물,
주로 시골에 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원산지는 베트남,
겁이 많고
키가 작다
한국 전역의
산과 들에 피어나지만
엄마는 한국말이 서투르다
꽃말은 안녕하세요
몸은 질기고
열매는 검붉다
가슴속 씨방에는
원산지에서 따라온
그리움이 멍울처럼
뭉쳐있다
‘자생식물’은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것은 ‘외래식물’이며 외래식물 중 도입 시기가 오래되어 토착한 식물을 ‘귀화식물’이라 부른다. 아주 오래전에 들어온 은행나무나 수양버들 외 개화기 이후 들어온 식물에 대한 시각이 곱지는 않은데 일반인이든 전문가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저자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려한다.
대표적으로 북아메리카에서 온 ‘망초’는 구한말 서방 문물과 함께 식물이 들어온 후 나라가 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어쩜 이름부터 멍에를 뒤집어 쓴 채 사람들에게 알려지다니! 망초는 깊은 산속에서 자라지 않고 마당이나 도로변 버려진 집처럼 인간의 활동이 빈번한 곳에 무리지어 산다. 이런 망초를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내 마당과 정원에 침입한 망초는 아무 죄가 없다. 인간에 의해 타국에서 건너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제 삶을 살아갈 뿐이다."
망초가 유입된 역사와 이름의 유래를 읽다보니 서두에 소개한 시와 꼭 맞아 떨어진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시가 대변하는 듯하다. 어떻게 찾아냈을까. 세상에 시가 얼마나 많은데 저렇게 맞춤하게 연결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연구하는 식물에 대한 애정은 물론 시를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도 저 꽃을 계란꽃으로 알고 있다가 ‘망초’앞에 접두어 부정적 의미의 접두어 ‘개’를 붙여‘개망초’가 진짜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충격을 받았고 한다. 계란꽃과 함께 했던 어린 날의 기억들이 모두 지워지는 기분마저 들었다며. 개항 이후 우리가 걸었던 많은 길에 개망초가 한들대며 피어있을 것이고 그 이름에서 우리 민족의 설움이 읽히기도 한다며 한반도의 고난과 역경을 지켜본 꽃이라는 생각에 가만히 보듬어 주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망초의 종류와 개망초에 대한 소개 후 꼭지의 제목에 걸맞게 다른 귀화식물에 대해서도 다룬다. 병충해에 강하다는 이유로 들여온 ‘가시박’ 때문에 우리종인 ‘쥐방울덩굴’이 사라졌고 "꼬리명주나비"도 같이 자취를 감췄다. 북한 식물학자들이 외래종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도 소개하면서 외래식물이 자국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부분을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꼭지의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식물은 아무 죄가 없다. 그들은 ‘원산지에서 따라온 그리움이 멍울처럼 뭉쳐 있어서’ 낯선 타국에서 더 강인하게 살아갈 뿐이다."
사실 나는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부터 걱정이 앞섰다. 저자가 일반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서식하는 식물을 자세히 다루고 친절하게 사진까지 첨부한 것을 보니 우려스러웠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그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훼손한다거나, 아니면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내용을 읽으니 기막혔다. 나 같은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보호종이 수두룩한데 눈 밝은 이들은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벌써 식물들을 싹쓸어 가버렸다니 말이다.
'낭독의 발견'이라는 꼭지의 제목은 나를 오해하게 했다. 워낙 시가 여러 번 언급되다보니 시를 낭독하면서 뭔가 알아냈다는 뜻 인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낭독(狼毒)이라는 식물이 있다. 낭독은 뿌리를 약용하는 식물로 오랫동안 뿌리 채 뽑히기만 했을 뿐 보호받지는 못했으며 국내에서 멸종되었다고 추측했단다. 그런데 강원도 깊은 산 속에서 저자가 발견했다.
낭독과 비슷한 다른 식물들 사이에서 발견해 찍은 사진이고 낭독이 만병에 용한 악성이 뿌리에 농축되어있다는 설명을 붙였다. 나는 저자가 낭독이 있는 곳을 찾아들어가는 곳 주변에 피어난 다른 식물들을 묘사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만화방창(萬化方暢: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표현을 처음 알았다. 뭉게뭉게 피어난 귀룽나무와 각시붓꽃과 홀아비꽃대, 그리고 치명적 향기를 내뿜는 분꽃나무까지. 하나도 모르는 이름의 식물들이지만 그 깊은 산 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식물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저자가 소개하는 우리나라 식물들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으로 많은 식물들을 소개받았다. 일독으로 그칠 책이 아니다. 가까이 두고 한 꼭지씩 읽어보거나 자연에서 만나게 될 식물들이 어디선가 본 듯하다면 이 책을 꺼내 다시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
**위 리뷰는 김영사 서포터즈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