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2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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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366g | 130*200*20mm |
ISBN13 | 9791165342876 |
ISBN10 | 1165342871 |
발행일 | 2021년 02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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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4쪽 | 366g | 130*200*20mm |
ISBN13 | 9791165342876 |
ISBN10 | 1165342871 |
들어가는 글 한 점 먼지와 같은 찰나, 그럼에도 빛이 났던 우리의 1부 홀로 서는 법을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다른 세상으로 가는 웜홀┃아주 늙지도 않고, 아주 젊지도 않은┃홀로 서는 법┃당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배부른 소리 한 소절┃아주 위험한 주문┃내가 꿈꾸는 장례식┃새로운 친구 만들기┃안락사를 희망함┃죽어도 여한이 없진 않다┃때가 되면┃미지근한 사랑에 대하여┃매일 죽어가고 있다┃지구의 미래에 미안한 이유┃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공자님의 효심 때문에┃죽기 전이라도 강요할 수 없는 화해 ┃여전히 살아 있음으로 2부 우주가 선사한 우연한 현상 태도의 차이┃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매일 회개하는 삶┃성스럽고 저주받은┃내 작은 몸에서 벗어날 기회┃의사의 몫┃불운한 성공을 흉내내지 말 것┃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노후란 없다┃생명체 보존의 법칙┃때론 행복하고, 때론 끔찍한 것┃장례 파티를 여는 마음┃최선의 치매 예방법┃황혼 사랑에 대하여┃죽기 전에 비워야 할 것┃할 얘기가 없는 이유┃자식에게 실망하지 않는 법┃노인의 체력은 어디에서 오는가┃우리의 목표는 성공적인 이별┃노년의 목표┃돌봄 노동 앞에 서 있다면┃오로지 내가 할 일┃결국 모두 신이 된다┃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것 ┃최후의 여행┃노인들만의 나라가 되면┃주관적 행복┃구구팔팔칠칠의 진심┃밥상 차려주는 사람 3부 그냥 벌레 같이만 되지 않으면 좋겠다 연애는 자유다┃마지막 코미디┃운전대를 놔야 할 때┃부모의 부모 노릇┃축복받은 요절┃세상에 나쁜 음악 없다┃운명의 계산서┃세상을 제대로 보는 어른┃얇고 길고 밋밋하게 사는 것┃노인들의 노동은 빛이 난다┃그냥 벌레 같이만 되지 않으면 좋겠다┃어른답게 말하기┃공짜 없다, 비밀 없다, 정답 없다┃통제 대마왕 놀이 금지┃자연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 나가는 글 유쾌하고 따뜻한 유언장을 준비하는 나의 벗에게 |
내겐 어른과 아이의 구분법이 있다. 바로 노화와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 유무다. 백발에 허리가 굽고 경로석에 태연히 앉아가도 노화와 죽음에 대한 주체적인 철학이 없다면 철부지 아이와 다를 바 없다. 아니, 아이보다도 못하다. 아이는 순수함이라도 있으니 말이다. 감수성이 발달한 아이라면 죽음을 떠올리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끝은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귀결한다. 늙으면 아이와 같아진다는 말도 있기야 있지만 생의 말년에 이르러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건 정말 수양이 많이 부족한 경우다. 나는 시니어의 롤모델로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옹을 떠올리곤 한다. 나도 그런 매력적인 노년기를 보냈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
노화와 죽음에 대한 에세이집을 다시 손에 잡았다. 저자는 융의 분석심리학을 전공한 의사 이나미다. 솔직히 죽음과 노년, 상실에 관해 뭔가 독특한 시각이나 '무릎을 탁치는' 분석심리적 해법을 기대했는데 꽤나 실망스러웠다. 장년에서 노년의 길목으로 가는, 이제 환갑을 조금 넘긴 '젊은 노인'의 눈으로 써내려간 평작이다. 글에 나름의 유머와 자기풍자도 가미되어 있지만, 구성이 그리 체계적이지 못하고 생각지도 못한 저자 본인의 신세 타령도 적지 않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14대 종부며느리로 지낸 혹독한 시집살이와 '노노봉양'의 끝판왕인 치매에 걸린 시부모 봉양기 등이그러하다. 남편과 자녀 얘기는 거의 없고 시어머니에 대한 얘기가 차고 넘친다. 아무래도 시어머니의 죽음이 저자에게 미친 여파가 매우 큰 것이 분명하다. '용서와 화해'에 관한 테마는 시어머니와 관련이 깊다.
저자도 소싯적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토로하는데, 실제로 점쟁이에게 자신이 언제 죽을지 물어본 적도 있다고 한다. 이젠 언제 죽을지 궁금하지 않지만 다만 남편보다 일찍 죽는 것을 소망하는 모습이 애뜻하달까. 자신이 죽을 걸 예측한 역사적 인물 허난설헌을 언급하면서, 혹시 그날 어디서 독약이라도 구해 먹은 것은 아닐지 의심하는 대목에선 웃음이 났다. 그리고 상식 차원의 연명의료법은 물론 안락사까지 적극 지지하는 저자의 태도는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삶의 활력은 죽음에 대한 태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매사 죽음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 그런 분들이라면 분명 '노년의 아우라'를 발산하는 매력적인 시니어일 것이다. 아름다운 황혼의 노을처럼 말이다. 명랑 노인이 지켜야 할 황혼의 법칙이 있다면 "귀는 열고 입을 닫고 지갑은 열고" 외에도 "세상엔 공짜 없다, 비밀 없다, 정답 없다"는 도리를 대인관계에서 철저히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노년이 되면 자식에게 서운하기 쉽고, 자식은 또 부모에게 실망하기 쉬운데, 그런 부모자녀에게 저자는 이런 지침을 준다.
"부모 자식들이여, 서로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고 제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자. 그리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친절을 베풀고 있다면, 마음에 없더라도 감사의 말을 해주면 된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런 감사의 말을 자신은 듣지 못할 가능성이 더 많을 수 있다. 인생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조정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닦을 일이다. 기대하지 말고, 혹시 내 후의에 대한 반응이 시원치 않다 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만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고 해준 바는 잊어버리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130쪽)
너무나 화사하고 눈에 띄는 예쁜 표지로 포장된 책이 오히려 담담하게 인생의 마지막, 죽음을 얘기하고 있어서 책의 제목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눈치채 가고 있다.
아주 어릴 때 병아리의 죽음을 보고 쓴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라는 노래가 40살이 넘은 이제야 나는 절절해 지나보다.
지금은 보내는 입장으로 책을 읽지만, 시간이 금세 흐르고 나면 나도 어느날 남겨질 자식들과 후대를 생각하며 읽게 되겠지.
나이가 40대를 넘어서고 나니, 이제야 책들이 말하는 것을 내가 어느 정도 알아먹고 있는 나이는 된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러나 이 책 앞에서는 아~~ 나는 아직 신생아에 불과하구나~ 하고 이 책을 대한다.
직접적인 죽음에 대한 얘기들은 거의 처음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단 죽음 앞에서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일상을 무너뜨리는 큰 사건들을 마주할 때에도 조금은 깊고 크게 보는 시선을 이 책에서 배우리라.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어른이 채 되기도 전에
노년으로 저물어가는
수많은 모순과 허무함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되는 삶에 대하여
그러니 나의 사랑하는 벗, 같이 늙어가서 참 고마운 벗이여. 이 책을 들고 읽거든, 조악한 흔적을 완벽하게 지울 수 없는 어떤 평범한 사람이 세상과 가족들에게 자신의 보잘것없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장황한 변명 비슷한 것 적어두었다 생각해 주면 좋겠어.
p 241 유쾌하고 따뜻한 유언장을 준비하는 나의 벗에게 중에서
이 책 저자는 60이 넘은 나이이고, 내 입장에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본 멘토가 되지만 나의 친정엄마 입장에선 아주 어린 동생이고 청춘이라고 생각되실 테니 나이라는 것, 참 상대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인에 대한 공감 역이 없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공감력이 없다는 뜻이다.
저자가 60대에 겪는 노화에 대한 힘듦을 얘기할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 과정도 더 지나서 더 힘든 몸으로 살고 계신 부모님을 곁에서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노년의 경제적 힘듦과 불안이 생각보다 크게 자리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것은 이제 자신이 쓸모없고, 자신 있는 일도 없고, 사회에 뒤처지며 모든 게 시들해져 간다는 우울감이다.
자식이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용돈 많이 드리는 일도 크겠지만 가까이서 작은 불편함 들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아이디어나, 체력 등이 젊은 우리에게 많으니 나눠 드려야 하는데 손주만 봐달라고 내맡긴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저자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오롯이 어른으로 스스로 해내길 바랐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함께 사는 것도 아니라 그렇게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면 보내드릴 때 너무 큰 한이 될 것만 같다.
살아 계실 때 자주 찾아뵙고, 만지고 끌어안아보며 엄마 냄새를 기억하고 싶어졌다.
이 대목에서는 매일 감사일기를 쓰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미안했고 잘못했던 일기도 써보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왜 이렇게 표현하지 못하고 사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바로 드러날 것 같았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 60 이후~
몸으로 자원봉사를 하기엔 왠지 걸리적거리고, 후원금이나 많이 내는 사람이 되어주길 사회가 바라는 것 같다고 말하며, 자신의 나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되 적극적으로 살아가기를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저자는 생로병사를 자신을 포함한 병원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통해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인생을 말하고 있었고, 이 책엔 저명인사들의 마지막 죽음에 대한 태도들이 많이 실려있다. 이 모두는 죽음을 미리 잘 준비하는 과정에 진정한 행복도 있음을 보여 주었다.
열심히 살았던 서울대 의사, 교수, 분석가이자 평범한 엄마, 그리고 할머니이기도 하다.
어떠한 길을 걷고 있든 언젠가는 마지막 날이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저자가 좋아했던 문학가들이나 과거의 위인들도 맞아야 했던 마지막 죽음에 관한 얘기들을 가볍지 않게 담담히 말해주고 있다. 책이 말하는 죽음을 통해 나의 죽음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연스레 엄마의 죽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49년생의 엄마 평생 그다지 행복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생의 마지막이라고 하는 죽음만큼은 정말이지 엄마가 마음 편히, 눈 감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
어려서부터 노인들과 함께 살았던 과거 세대와 달리 21세기 젊은이들은 노년이 무엇인지 모른다. 젊을 때 자신의 노년을 상상할 수 있어야 지혜롭게 젊은 시간의 가치를 안다.
나 역시 결혼 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어쩌다 한 번씩 친정을 찾으니, 엄마를 잘 모른다. 어떤 것들을 살펴드려야 하고, 심적으로 어떤 딸이 되어야 하는지 몰랐었는데, 덕분에 진지해져 볼 수 있었다.
왜 멀쩡하신 엄마를 상상으로 죽이고 있는가? 하고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어릴수록 죽음을 상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관점이 된다고 했기에, 나의 죽음 역시 생각해 보고 싶었으나 도무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겠던 마음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은 90세를 사신다면 멀게는 15년이라는 생각에 하루가 짧게 느껴진 오늘만큼 그날이 빨리 다가올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자는 수많은 죽음과 그 가족들을 가까이서 봐오며 죽음의 당사자로써 안락사에 대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프로이트는 안락사를 결정하면서 딸 안나 프로이트도 부르지 않고 오로지 주치의와 둘이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도 기대지 않고 엉기지도 않았던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딸에게 이렇게 내가 잘 죽었다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니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더 깊어졌을 것도 같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안락사에 동의한다.
힘들게 사셨는데, 힘들게 연명치료하느니 편히 보내드리면 더 자유로우시지 않을까~ 하고 아직 닥쳐보지 않은 심정으로는 그렇게 말해 보기도 한다.
내 가까이 있는 어떤 동생네 부부는 부모님 병원비와 생활비를 책임지느라 일과 병원을 오가며, 아이를 가진다는 것을 결혼 초부터 생각지도 않았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알고 지낸 10년의 시간 동안 양가 부모님 네 분의 검사비, 수술비, 장례비까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스러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늘 가슴이 답답하다며, 같이 밥 먹고 싶다 해서 집으로 오라고 한 상태인데, 아~~ 어떤 조언도, 지혜도,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 잠시 웃게 해주는 것이 나의 소임이다.
그래서 지금 이 책이 더 묵직한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여러 번 읽어 보게 될 것 같다. 아마도 지금 이해했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제대로 인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분명 많으리라~ 나의 가족의 노후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꼭 만나봤으면 하는 책이다.
#에세이 #인생이라는멋진거짓말 #이나미에세이
100년 전에는 예순이 많은 나이였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의 말마따나 아주 늙지도, 아주 젊지도 않은 나이가 아닐까. 노년에 접어들면서 노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는 시기, 인생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때가 아닌가 싶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 저자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삶도 찬찬히 살피며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해 써 내려갔다. 이웃, 친척 사이에 정이 넘치는 시절을 보낸 세대로서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을 간직한 이의 글에는 자기 성찰과 조언이 가득하다. 따뜻하고도 뜻깊게 다가온 구절이 많았는데 죽음에 관한 부분이 특히 그랬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맞는 죽음, 생의 마지막까지 정신을 잡고 있길 소망하는 그의 마음이 나와 같기 때문일까.
너무나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잊히기에 다들 그럭저럭 살아내는 것이겠다. 불같이 화를 내고 깊이 슬퍼했던 시간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던 순간도 어느 때가 되면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리겠지만 좋은 기억들은 생의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우주에서 한 사람의 생은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도 그랬지 않은가. 한 점 먼지에 불과한 '거짓말' 같은 인생이라고.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사라지고 난 뒤에 자신의 영혼과 지인들은 자신을 기억할 것이므로 '멋진'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다고도 했다. 원해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이왕 세상에 나왔으니 사람이 느껴볼 수 있는 감정은 다 느껴보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며 사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한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종종 생각나는 말이 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 속상할 때 떠올리면 마음이 풀리는 마법의 문장이다. 언젠가는 사라질 게 분명한 분노만 훨훨 털어버려도 사는 게 즐거워진다. 거짓말 같은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에 집착하느라 모든 기력을 소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