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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오승희 이은천 그림
창비 200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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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내 친구 용우
2. 하얀 깃발 우리 집
3. 우리의 반장
4.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5. 짝짝이 신발
6. 강가의 아버지
7. 은희야 은희야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53*224*20mm
ISBN13
9788936441807

책 속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어요. 방학이라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밤에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어요. 식구들의 숨소리가 크게 들리고, 멀리서 기적 소리도 들려 왔지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기를 썼어요. 알 수 없는 서글픔과 외로움 같은 감정들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거예요. 나중에 커서 그 날 쓴 일기를 보니, 거기에는 미래에 찾아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씌어져 있고, 깔깔거리며 뛰어 놀았던 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고도 씌어져 있었어요. 누가 들으면 [조그만 게 별 생각 다 하네.] 하며 코웃음 칠지도 모를 일이었지요. 하지만 그 때 이미 나는 그냥 어린애가 아니었던 거예요.

어른들은 흔히 말하지요.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지.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겠어? 먹고 살 걱정을 하나, 힘든 일을 하기를 하나. 해주는 밥 먹고 놀기만 하면 되는걸.]

그렇지만 정말 그런가요? 어른들이 보기에 마냥 어린애같이 보이는 어린이들도,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아니지 않아요? 모두 나름의 고민이 있지 않은가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없어 속상하기도 하고, 자기를 이해해 주지 않는 부모님 때문에 마음 아프기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풀이 죽기도 해요. 때로는 큰 이유 없이 슬퍼지기도 할 거예요. 그리고 즐겁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도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여러분, 괴로움도 즐거움만큼이나 우리에게 아주 귀중한 것이에요. 힘든 시간을 겪어 내면서 우리의 마음은 성숙하게 되지요. 사람이 즐거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즐거울 수 있어요. 하지만 괴로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괴로울 수는 없어요. [왜 이렇게 되었 을까?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생각하게 되어요. 생각은 사람의 정신을 자라게 해줘요.

이 책에 씌어진 것은 모두 나름의 고민을 하는 어린이들 이야기예요. 지금 자신의 모습과는 다르다 할지라도,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분이 가슴으로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 99년 12월 오승희

저녁 어스름이 깔리면 동네에는 제법 아늑한 기운이 감돈다. 너저분한 쓰레기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집집마다 뽀얀 불빛이 하나씩 떠오른다. 인희는 미선이네 집 앞에 서 있었다. 부엌 문짝 틈으로 밥 냄새가 풍겨 나온다. 손바닥만한 창문 너머로 미선이가 보인다. 미선이는 그릇 몇 개를 상 위에 올려놓고는 할머니 앞으로 가져간다. 할머니는 겨우 일어나 밥숟가락을 든다. 미선이는 밥을 먹으며 무슨 이야기인지 열심히 하고 할머니는 간간이 고개르 끄덕인다.

초라하게 여겼던 미선이네 집이 지금은 너무나 따스해 보이다. 미선이가 저기서 환하게 빛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미선이처럼 될 수 있을까?'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초라한 집과 가난한 엄마가 아니었다. 인희가 불행해진 것도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미선이처럼 당당해 지고 싶다. 하지만 두려웠다.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다시 미선이네 집을 보았다. 그 곳으로 나아가고 싶다. 너무 가고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 p. 61

'야, 기운 내. 그리고 우린 진 게 아니야. 반 아이들이 열 다섯명이나 우릴 찍어 줬다구. 처음엔 모두 호성이를 찍겠다고 했잖아. 근데 열 다섯 명이야.'

진욱이는 공터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우리를 돌아보며 외쳤다.

'야, 가자!'

진욱이는 공터로 뛰어간다.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그래, 진욱이는 반장이다. 누가 뭐래도 가장 믿음직한 우리의 반장이다.

--- p.84

출판사 리뷰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에는 모두 7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요즘 도시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고민을 잘 드러낸 사실 동화로서, 뚜렷한 사건 설정, 일상에 대한 현실감 있는 묘사, 섬세한 심리묘사 등이 돋보인다.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독자들의 공감을 크게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내 친구 용우]는 우등생 형의 그늘에 가려져 주눅든 소극적인 아이 용우에 대해 [입장의 동일함]을 느끼는 친구 성진이의 애정 어린 관심을 그렸다. 다른 친구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나는 쓸모없는 아이다.]라고 하는 용우를 따듯이 감싸주는 성진의 노력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하얀 깃발 우리 집]은 변두리의 무당집 딸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전전긍긍하는 인희라는 소녀가 자기 삶에 당당한 소녀가장 미선이를 알게 되면서 겪는 마음의 변화를 그렸다.

[우리의 반장]은 공부는 잘 못하지만 씩씩한 성격의 진욱이가 반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몇몇 친구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을 다루었다. 결국 반장이 되지는 못하지만, 열다섯명이 자신을 찍어주었다는 사실로 만족하고 기뻐하는 진욱이의 모습이 믿음직하게 다가온다.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할머니와 직장여성인 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가고자 하는 손녀의 따뜻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 기존 동화에서는 아이가 노인을 멀리하고 부모가 그런 아이를 걱정하는 것이 대부분의 상투적인 설정인데, 여기서는 정반대인 점이 특이하다.

[짝짝이 신발]은 남녀차별의 문제를 생활의 실감 속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민주는 오빠와 자신을 심하게 차별하는 할머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운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친구도 마찬가지여서 더욱 답답하다. 할머니가 바라는 여자의 행복이 과연 민주의 행복일까? 민주는 고민이다. [강가의 아버지]는 직장을 잃은 아버지에게 사기를 치고 달아난 친구네 집안 형편이 더 엉망인 장면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경이감을 주는 작품이다.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생겨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마음 든든하게 한다.

[은희야 은희야]는 어린 동생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헌 인형에 의지하는 보육원 아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도시 아이들의 내밀한 감성세계, 주류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심리가 현실감 속에 절실하게 다가오는 오승희씨의 동화들은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하기 위해 노력한 진지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어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추천평

전통적인 삶을 고집하는 할머니와 엄마와의 갈등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외에도 동화 여섯 편이 더 실려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이 겪는 고민들을 세심하게 그려냈고 인물들이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 어린이도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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