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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 시샤팡마 티베트 대평원 : 장사의 꿈 2. 파키스탄 카라코람 히말라야 5좌 브로드 피크 : 넓고 높은 산 K2 : 슬프도록 아름다운 산 가셔브룸 1 · 2 : 빛나는 형제들 낭가파르바트 :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의 경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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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편안하게 누워 내일 갈 길을 생각했다. 내일은 캠프를 벗어나자마자 작은 언덕을 넘어 수억만 년 동안 켜켜이 언 발토로 빙하의 만년설 지역으로 들어간다. 빙하가 녹아 작은 구멍으로 분출해 브랄두 강의 발원지가 된다. 브랄두 강은 하류로 흘러 인더스 강과 합류해 바다처럼 크고 넓어져 대지를 적시면서 아라비아 해로 흘러나간다.
빙하 위로 길을 잡아 돌밭, 얼음밭 사이로 여러 날을 통과하면 콩코르디아가 나오고 우리는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는 K2, 브로드 피크, 가셔브룸 1?2의 큰 산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 p. 149 빠유 캠프를 떠나 언덕을 오르니 바위 위에 트랑고 산군 중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Great Trango Towers 6,286m)로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가 있었다. 하지만 비가 온 탓으로 안개가 끼어 보이지 않았다. 이 산은 암벽을 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다. 한참 돌너덜길(돌이 많이 깔린 비탈길)을 오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조금 있는 녹색 숲에 자리 잡은 빠유 캠프가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녹색 숲은 여기로 끝이고, 뜨거운 더위와 험한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부터 발토로 빙하(63km)가 시작된다. 스위스 등산연구재단(Swiss Foundation for Alpine Research)의 카라코람 지도를 참조하면 이 빙하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긴 빙하 중 하나다.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산군의 페드첸코 빙하(77km), 파키스탄 발토로 남동쪽의 시아첸 빙하(70km), 발토로 북서쪽의 비아포 빙하(67km) 등이 역시 길게 이어진다. 매년 빙하가 녹으며 그 길이도 길어지고 있다. --- p. 155 K2에서는 산이 요구하는 조건을 정확하게 이행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 자연과 사람이 모두 가혹하다. 자연은 하산 길조차 쉽게 열어주지 않고, 사람은 상당히 많은 추가 비용을 청구하기도 하니 말이다. 산행에 실패한 사람들의 실패담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패담은 말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좋은 것만 기억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부당한 조건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팀으로 정산할 때 추가 지불 문제로 분쟁이 많이 있었다. 실패담은 뒤에 가는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성공담보다 더 도움이 된다. 우리 팀은 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에이전시들에 대한 평을 살펴보고 실제 해당 에이전시들을 통해 트레킹을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 숙고하여 에이전시를 선정했다. 이곳의 관례 중 존중할 만한 것은 존중했지만, 계약서상의 부가적인 옵션들 중에 많은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여 위험한 부분들은 제거하고 안전장치를 많이 뒀다. --- p. 172 밤새 눈이 왔지만 아침에는 찬연히 빛나는 K2와 브로드 피크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콩코르디아에 많은 팀의 발이 묶여 있었다. 오늘도 그냥 하산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기다려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른 팀이 먼저 길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팀도 있었다.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바라는 것은 눈이 그만 오고 녹아주는 것이었다. 어제 저녁에도 날씨가 안 좋더니 밤새 눈이 내리고 새벽에도 눈이 내려 걱정이었다. --- p. 205 새벽에 가이드가 크게 소리를 치면서 좋아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에 나가보니, 하늘로 솟구친 거대한 다이아몬드 기둥같은 K2, 서릿발처럼 차가운 모습으로 정상 끝까지 보여주며 우리 앞에 서 있었다. 제왕 K2 주위로 정승인 브로드피크와 정일품 관리들인 가셔브룸의 산들, 엔젤 피크를 비롯한 시중드는 산들이 운집해 있고 6개의 빙하와 수백개의 산들이 신하들처럼 보좌하고 있다. --- p. 215 낭가파르바트에서 발원한 맑고 시원한 물이 캠핑장 한가운데로 흐르고 푸른 잔디가 깔린 베이스캠프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눈과 우박과 빙하를 지나고 날카로운 산들 사이의 수많은 언덕을 지나며 긴장을 거듭했던 지친 몸을 쉬기에는 정말 최적의 곳이다. 식당 텐트와 우리 텐트가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아 풀밭에 앉아 쉬면서 안개가 자욱한 산을 구경했다. 헤를리코퍼 베이스캠프에는 시즌 내내 텐트를 치고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개울에 담가둔 시원한 콜라를 사서 마셨다. --- p. 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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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에 1권을 내고 긴 시간을 기다려 원고를 받았다. 1권의 배경은 네팔 히말라야였다면, 2권의 무대는 중국의 시샤팡마와 파키스탄의 카라코람 산군이다. 원고를 받아서 읽으면서 저자들이 겪은 고생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네팔 히말라야에 비해 너무 힘들었을 길.
히말라야는 한국에서 산을 타듯이 전투적으로 타는 곳이 아니다. 천천히, 천천히 걷고 술을 자제하며, 밤에는 히말라야의 별들을 보고, 때로 찾아오는 고산병에 힘겨워하며 그래도 천천히 걸어서 가는 곳이다. 걸으면서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내 깊은 곳에 숨어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기도 한 곳이다. 나의 못난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들지만, 그러한 자신에 대한 직시가 역설적으로 히말라야이기에 가능하고,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어 산은 높고 설산은 빛나고 아름답다. 왜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조지 맬러리는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고 답을 한다. 무슨 뜻일까? 불교의 유명한 말, ‘불립문자(不立文字)’를 떠올린다. 설산을 보는 눈, 그리고 거기에서 만난 감동과 깨달음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 거기에 서 본 자들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K2를 보고 온 사람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경의’ 뿐이다. 설산을 그리워하는 설산파들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