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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내면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나에게는 곰이 있어요』는 아이와 곰의 관계를 통해 어린이의 내면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짧고 소박한 글에 라인 드로잉이 주를 이룬 단순한 그림책을 읽고 나면 여러 궁금증이 인다. 아이는 왜 곰을 갑옷처럼 입고 있을까. 왜 소녀와 곰이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그림을 그렸을까. 엄마는 아이에게 곰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아이는 언제까지 곰이 필요할까. 어린이는 엄마 품에서 보호받고 사랑을 느끼며 동시에 천천히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아이가 키가 크고 말이 늘고 자기주장이 강해졌다고 홀로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자립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세상으로 나아가도 안전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을 때 어린이는 천천히 자립한다. 그전까지 어린이에게는 안심하고 기댈 것들이 필요하다. 많은 어린이가 애지중지하는 애착 인형이 그 대상 중 하나다. 그림책 속 아이에게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곰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이는 아직 친구가 없다. 심술궂은 아이들이 놀리고 사나운 말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갑옷을 갖춰 입은 것’처럼 곰을 둘러 입고 씩씩하게 나아간다. 혼자는 두렵지만 곰이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생각하면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아이와 곰은 모든 걸 함께 나눌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나 마음이 맞는 건 아니다. 그림을 그릴 때 서로 다른 색을 칠하기도 하고 서로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다. 하지만 아이는 곰을 돌보고, 곰은 아이를 돌본다. 무릇 좋은 그림책들이 그렇듯 이 작품 역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각자 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를 해보면 좋은 책이다. 만약 내가 되고 싶은 동물이 있다면? 그림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떤 사람들 마음속에는 사자가 살아요. 아니면 호랑이가요. 나는 아니에요.” 이어“나는 내 곰을 겉옷처럼 둘러 입어요”하는 내레이션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림책의 앞표지와 뒷표지를 펼치면 화면 가득 커다란 곰이 보인다. 커다랗고 푹신하고 따뜻한 품을 지닌 곰은 어린이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듬직해 보인다. 단군신화 속에도 등장하는 곰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힘이 세고 인내심이 강한 동물로 상징되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은 곰이 ‘무의식의 상태에서 눈을 뜬 강한 힘’을 상징한다고도 여겼다. 아이들에게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또래 친구도 있고, 혼자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첫 경험도 아이를 두렵게 한다. 이럴 때마다 그림책 속 아이는 혼자가 아니라 언제나 곰과 함께 한다고 상상하고 이겨낸다. 곰은 아직 겁나고 두려운 게 많은 아이의 친구이자 내면의 힘을 상징한다. 어린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면, 아니 어른 독자라도 그림책을 읽고 스스로 물어보자. 만약 변신할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은지. 나를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은 상징 동물을 상상하고 그려봐도 좋다.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이유를 물어본다면 아이의 성격 심지어 마음에 관해서 기대 이상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