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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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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본래 체질과는 어울리지 않는 생활을 억지로 하다보니 그 애는 내성적이 되었다. 그 애는 소곤소곤 낮은 목소리로 말했으며 소리를 내지 않고 걸었고, 멍하게 두 눈을 뜬 채 의자에 꼼짝 않고 말없이 몇 시간이고 앉아 있곤 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타고난 그 애의 육체적 에너지를 고갈시키진 못했다. 그 애는 여전히 건강했다. 그 애는 불꽃같은 자신의 본능을 속에 감춘 채 살았다. --- p.16
테레즈는 앞으로 그녀가 살게 될 가게로 들어가면서 마치 기름기에 절은 시궁창 속 땅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목구멍으로 구역질을 느꼈으며 무서워서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상점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 방들을 둘러보니 기가 막혔다. 가구 없이 텅 빈 방들은 곳곳이 파손되어 있었다. 그녀는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고모와 남편이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이 그녀는 주먹을 꼭 쥔 채 목이 메어 트렁크 위에 앉아 있었지만 울 수조차 없었다. --- p.22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욕망을 충족하지 못했던 그녀의 육체는 미친 듯 환락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카미유의 나약한 팔로부터 로랑의 정력적인 팔로 옮겨간 것이며, 그로 인해 잠자고 있던 그녀의 육체는 깨어났고,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았다. 여자로서의 모든 본능이 단번에 격렬하게 폭발한 것이다.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로랑은 이제까지 이런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아무도 자신을 이렇듯 정열적으로 대해준 여자는 없었다. 그는 그 정열에 굴복했다. --- p.45 칼이나 독약은 쓰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위험 없이 은밀하게 해치워야 한다. 소리도 내지 않고 무섭지도 않은 방법. 그가 그냥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방법. 그는 조용히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살인을 하려 한 것이다. 그는 ‘그를 죽이겠다’고 다짐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 p.65 그는 이제 온통 카미유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무서웠다. 이제까지 단 하룻밤도 그 익사자 생각에 괴로워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테레즈를 향한 욕망이 일자 갑자기 그녀 남편의 유령이 나타난 것이다. 살인자는 감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방 한구석에서 희생자가 모습을 보일 것 같아서 두려웠다. 한순간 그의 침대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카미유가 침대 밑에 숨어 침대를 흔드는 것 같았다. 그를 떨어뜨려 물어뜯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침대가 점점 더 심하게 흔들린다고 생각하며 머리카락이 쭈뼛 선 채로 매트리스에 꼭 매달렸다. --- p.104 “테레즈, 우린 성공한 거야. 이제 미래는 우리 거야. 안온한 행복에 잠길 미래……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미래……. 이제 카미유는 없어.” 그의 입에서 카미유의 이름이 나오자 테레즈는 속으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두 살인자는 얼이 빠진 채, 창백한 얼굴로 몸을 떨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p.131 로랑은 다시 그렇게 나타난 카미유를 어떻게 하면 영영 죽일 수 있을지 2주일 내내 궁리했다. 그를 분명히 물에 던져 넣었는데 이렇게 매일 밤 찾아와 자기와 테레즈 사이에 눕다니! 그렇다! 테레즈는 과부가 아니었다. 로랑은 익사자를 남편으로 갖고 있는 여자의 남편이 된 것이었다. --- p.143 로랑과 테레즈는 완벽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들 각자의 내부에는 각기 다른 두 존재가 살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황혼이 찾아오자마자 그들을 떨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 온 신경이 곤두 서 있는 존재였고 다른 하나는 해가 뜨자마자 모든 것을 잊고 그들을 편안하게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마비된 존재였다. 그들이 낮 동안 그렇게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밤마다 환각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지내리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하늘로부터 축복을 받은 완벽하게 행복한 부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베는 그들을 익살스럽게 ‘비둘기 새끼들’이라고 불렀다. 미쇼 노인은 “저 부부는 정말 행복해”라고 말했다. --- p.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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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세계문학컬렉션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 에밀 졸라 인간의 내부에서 꿈틀대는 동물성을 밝히다 본능과 기질,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인간 해부학자처럼 파헤친 인간성의 한 영역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은 다른 고전 작품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귀족도 아니고 부르주아도 아니다. 평범한 신분의 사람들이며 어찌 보면 하층민에 가깝다. 졸라에 의해 처음으로 하층민들의 삶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졸라가 하층민의 삶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이유를 정확하기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주창했던 자연주의 문학론을 알아야 한다. 졸라의 자연주의 문학론은 한 인간의 삶 역시 자연과학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탄생했다. 그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이론을 세우고, 삶의 보편적인 진리를 발견하려 했다. 그는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 인간은 어딘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귀족이나 지배 계급 같은 소수의 예외적인 존재들은 보편적인 진리를 끌어내기 위한 실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졸라는 평범한 사람들을 내세웠다. 그 평범한 인간은 본능이나 기질, 신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 ‘동물’이라는 인간이었다. 인간의 삶은 그가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어떤 ‘시기’에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졸라의 주장이었다. 그의 소설은 그 결정적 법칙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테레즈 라캥』에 등장하는 테레즈, 카미유, 로랑, 라캥 부인 등의 인물들에게서도 그러한 동물성을 엿볼 수 있다. 감정의 문제를 떠나 각 인물의 억눌린 본능, 신경질적이거나 다혈질적인 기질, 경제 상황 같은 환경의 영향이 만나 서로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그려지고 있다. 개개인의 인격이나 영혼, 의지를 배제하고 인간을 놓고 과학 실험을 하는 듯 보인 졸라의 문학론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상당 기간 전문가나 일반 독자의 외면을 받은 그의 작품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엽에 들어서이다. 그의 소설이 이론과는 달리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였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도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과연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가? 졸라는 인간들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동물적 본능을 깊이 탐구했고, 이러한 본능과 인간의 특성이 결국에는 사회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한 부분이라는 의식을 자극하였다. 졸라는 인간성을 외면한 작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졸라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더욱 폭넓은 시선에서 인간성의 영역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에밀 졸라의 작품은 평소에 의식하지 않고 있던 우리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작품을 통해 내면의 또 다른 자신을 느끼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