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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목로주점』을 찾아서 |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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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밖을 내다보았다. 작열하는 태양과 한낮의 노동으로 달궈진 거리의 포석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이글거리는 거리의 열기 속에 그녀는 어린 자식들과 함께 내던져진 것이다. 그녀는 거리 양쪽 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제 자신의 삶이 그 양쪽 끝, 즉 도살장과 병원 사이에 갇힌 채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p.25
“그래요. 누구나 튼튼한 몸으로 평생 열심히 일한 후에 자기 침대에서 죽기를 원하죠. 나도 그러고 싶어요.”--- p.30 “귀염둥이 아줌마, 당신이라고 죽지 않을 수는 없어. 당신도 빨리 가고 싶어질 때가 있을 거라고. 그렇고말고, 저 지하로 데려다주면 고마워할 여자들을 내가 여럿 알고 있지.” 로리외 부부가 그를 데려가려고 팔을 잡자 그가 고개를 돌리더니 딸꾹질을 하면서 덧붙였다. “사람이란, 죽으면……. 그래…… 죽으면 다 그만인 거야.” --- p.59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대개 제르베즈를 좋아했다. 빵가게 주인도, 푸줏간 주인도, 식료품 가게 주인도 그녀가 셈이 정확하고, 불평도 하지 않는 단골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거리를 걸어가면 모두가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마치 자기 집 안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했고, 자기 집이 구트도르 거리 전체로 뻗어나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p.87 그녀는 점차 살이 쪘고 이런저런 유혹에 굴복한 채, 더 이상 미래를 염려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무사태평이 된 것이었다. ‘할 수 없지 뭐야. 돈이란 돌고 돌게 돼 있잖아. 쌓아두면 녹이 슬 뿐이야.’ --- p.93 온 동네가 자기를 비난하고 있었지만 제르베즈는 졸린 듯한 표정으로 태평스럽게 지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도 자신이 더러운 년이라고, 죄인이라고 스스로를 혐오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서서히 익숙해져 갔다. 게으름이 그녀를 둔감하게 만들었고, 세상 모든 일에 대해 관대하게 만들었다. ‘골치 아프게 생각할 거 뭐 있어? 그냥 이대로 사는 거지 뭐.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아. 잘못하면 벌을 받기 마련인데, 그냥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잖아.’ --- p.133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게 인간이라지만 그놈의 배고픔에 익숙해진 인간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제르베즈는 그게 실망스러웠다. 남들이 더럽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배고픔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거리로 나가 닥치는 대로 음식을 구해 먹었다. 어쩌다 약간의 돈이 생기면 거무튀튀하게 변한 싸구려 고기를 사서 감자와 함께 끓여 먹었다. 싸구려 식당에서 음식 찌꺼기를 구걸해 먹었고, 심지어 이른 새벽 개들과 함께 쓰레기통을 뒤졌다. 그렇다! 그녀는 그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 p.162~163 ‘조용히 일하고, 깨끗한 집을 갖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매를 맞지 않고 지내고, 자기 침대에 누워 죽는 것! 그래,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생각이었어. 뭐 하나 이루어진 게 없잖아. 더 이상 먹을 것도 없고, 자기는 일도 하지 않고, 쓰레기 더미 위에서 잠을 자고 있잖아. 딸년은 화냥년이 되었고, 술주정뱅이 남편은 나를 두들겨 패고……. 이제 남은 일은 길바닥에 쓰러져 죽는 일뿐이지. 예전에 어떻게 감히 하느님께 3,000프랑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을까? 사람들에게 존경받게 해달라고 빌었을까? 아! 인생이란 그런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빈털터리가 되는 거야. 그게 사람의 운명이야.’ --- p.172~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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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초의 세계문학컬렉션
자연주의 문학론을 주창한 에밀 졸라의 대표작 서민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탄생한 19세기 최초의 베스트셀러 동물로서의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의 보편적 진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에밀 졸라는 자신이 주창한 자연주의 문학론에 입각해서 총 20권의 ‘루공-마카르’ 총서를 20년에 걸쳐 썼다.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자가 루공가의 남자와 결혼하여 낳은 자식들과 마카르가의 남자와 재혼하여 낳은 자식들의 후손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 이 총서는, 유전과 환경의 영향 하에 살아가는 자손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목로주점』은 그중 일곱 번째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제르베즈는 마카르가의 자손이다. 『목로주점』은 슬프고 처절한 소설이다. 예쁘고 착하고 부지런한 제르베즈가 나태에 빠지게 되고, 알코올 중독으로 몰락하여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이 소설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그녀가 그렇게 몰락하게 되는 계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일을 하던 중 지붕에서 추락해 다친 후 타락의 길을 걷는 남편 쿠포, 그녀를 버리고 달아났다가 다시 나타나 그녀의 몰락을 부추기는 몰염치한 랑티에 등을 원인으로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영향은 간접적이다. 사실은 제르베즈 자신이 게을러졌고, 빚에 시달리면서도 끊임없이 식도락에 빠져 돈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부지런하던 여자가 느닷없이 대책 없는 여자가 된 것이다. 마치 그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 것 같다. 바로 유전자적 운명이다. 제르베즈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녀의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알코올 중독자이며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난폭한 사람들이었다. 그 유전적 특질이 마치 만유인력처럼 고유의 법칙을 가지고 한 인간을 지배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 유전적 법칙의 지배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에밀 졸라가 이런 엄격한 자세로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면서, 그들의 욕망, 희망, 고통을 바로 그들의 언어로 그려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소중하다. 그는 인간이라는 유기적 생명체가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연과학자의 눈으로 연구해보기 위해 소설을 썼다. 관찰과 실험에 입각해 출발한 그의 소설은 역으로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로 만들었고, 사회지도층의 이기적 욕심과 편견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중요한 소설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