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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
이윤선
다할미디어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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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향토문화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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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_ 무안만에서 시대정신을 찾다

1장_ 물 안과 물 아래, 무안반도 다시 읽기

왜 무안만인가/ 흑조에 길을 묻다/ 영산강의 새로운 해석, 무안만/ 다시 지도를 거꾸로 놓고

2장_ 명선, 고양의 길을 가다

눈길에 스며든 낯선 이름들/ 초의 장의순과 다소 운흥사/ 다성 초의와 다산 정약용/
삼향 왕산의 차선고도

3장_ 각설이품바의 본향을 찾아서

품바타령의 연행자는 누구인가/ 마지막 각설이, ‘자근이패’/ 최초의 품바극과 김시라/
가장 낮은 자리로 나를 내려놓기

4장_ 부활의 보금자리, 꼬까비 한산촌

달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구원/ 황해도에서 남도 한산촌까지/ 한산촌을 거쳐 간 사람들

5장_ 물길 따라 흐르다, 옹기와 무안분청

몽탱이 돌꾸쟁이 나루에서/ 옹기 배 다니던 영산강 그 시절/ 중성염으로 구운 철학/
무안분청의 심연/ 하방에서 고양으로, 무안분청 세계관/ 남도만, 도자산업의 토대가 되다

6장_ 갯벌과 황토, 생극의 서사를 품다

황토와 갯벌이 전하는 이야기/ 황토 땅, 양파를 품다/ 갯벌과 낙지의 부화/
최초의 레퓨지움, 최후의 마을

7장_ 창극, 전통인가 혁신인가

전통음악의 재구성, 창극/ 가극에서 악극까지/ 판소리 창극 만든 무안 사람/
국악 오페라가 뜬다

8장_ 공동체의 울림을 담은 소리, 농악

호남 우도농악의 전승/ 교섭과 혼종, 농악의 재구성/
양림마을 당산제에서 성남리 마당밟이까지/ 양림마을, 농악의 전형이 되다

9장_ 풍수, 갱번, 반도에서 해만으로

무소의 뿔처럼 거듭나라/ 풍수와 생극론의 땅/ ‘해경표’, 무안만에서 첫발을 떼다/
뭍과 물의 연대, 남도 갱번론

저자 소개 1

문학박사, 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현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주요 연구성과로 『산자와 죽은자를 위한 축제-진도 상장례와 재생의례』(2018), 『섬지역 강강술래의 뜀뛰기 전통과 구애방식』(2017), 『미크로네시아 핑글랩(Pingelap)섬의 구비전통, 구송(口誦)과 스틱댄스』(2019), 중국상해대학교 번역총서 『?? 海洋民俗和文化?品』, 上海文化??』(2017), 『남도민속음악의 세계』(2012,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남도를 품은 이야기』(다할미디어, 2021),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다할미디어, 2022), 『상장례 다시읽기-진도를 사례삼아』(한국
문학박사, 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현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주요 연구성과로 『산자와 죽은자를 위한 축제-진도 상장례와 재생의례』(2018), 『섬지역 강강술래의 뜀뛰기 전통과 구애방식』(2017), 『미크로네시아 핑글랩(Pingelap)섬의 구비전통, 구송(口誦)과 스틱댄스』(2019), 중국상해대학교 번역총서 『?? 海洋民俗和文化?品』, 上海文化??』(2017), 『남도민속음악의 세계』(2012,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남도를 품은 이야기』(다할미디어, 2021),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다할미디어, 2022), 『상장례 다시읽기-진도를 사례삼아』(한국학호남진흥원, 2024) 등 70여 편의 논문과 20여 편의 저서가 있다. 우리나라 민속학 관련 학술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이사장, 남도민속학회 회장, 일본가고시마대학교 외국인교수, 베트남 다낭외국어대학교 공동연구원교수, 중국절강해양대학교 명예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사)서남해안포럼 이사장, 광주마당 이사, 도깨비학회 회장, 진도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아시아의 도서해양문화권과 우리 문화를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소설 ?바람의 집?으로 목포문학상을 수상(2020)하여 등단하였고 시집 『그윽이 내몸에 이르신이여』(2021)를 출판하는 등 학문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작업, 특히 교술 장르의 재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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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6쪽 | 430g | 152*225*20mm
ISBN13
9791191656183

책 속으로

눈이 예년 같지 않게 많이 내렸다. 동이 트려면 한참이나 남은 시각. 도량석 목탁 소리가 운흥사의 골짜기를 쩌렁쩌렁 울렸다. 계곡을 타고 오른 목탁 소리가 등성이를 넘을 때까지 뭉그적거리면 큰 스님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화들짝 놀라 일어난 의순은 고사리 손으로 얼음물을 떠서 세수를 했다. 법당에 드니 스님들이 이미 좌정하고 있었다. 삼귀의례가 진행되었다. 스님들의 장삼 자락이 움직일 때마다 촛불도 따라 흔들렸다. 피워놓은 향 내음이 오늘따라 깊었다. 심호흡을 했다. 백팔 배가 이어졌다. 허리를 굽혀 굴신할 때마다 울리는 죽비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의례가 끝난 후 스님들이 법당을 돌아나갔다. 의순 홀로 남았다. 삼천 배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가라는 것이 고행이라지만 어린 나이의 출가는 더욱 그러했다. 고향의 부모형제가 그리웠다. 혼란스러웠다. 마음의 방황을 알아차린 큰 스님이 호되게 질책을 했다. 삼천 배를 하면 마음 이 좀 다스려지려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더 이상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천구백몇십 배까지 왼 듯한데 의순은 쓰러지고 말았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금니를 깨물어 삭였다. 운흥사의 정월과 더불어 의순의 겨울도 그렇게 깊어갔다.
---「‘2장 명선, 고양의 길을 가다’」 중에서

수십 년 전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었다고 하는 무안군 일로읍 천사촌 사람들이 모두 예술적으로 승화된 품바타령 연행자들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계를 위한 걸식 행위에 초점을 두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도피하는 사람들 혹은 시대 상황을 품바타령이라는 예능으로 풀어냈던 측면을 더 우선하여 평가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존했던 각설이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안군 일로읍 천사촌을 검토해야 한다. 각설이패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다는 점을 현지인들의 구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물춤의 일인자 공옥진이 해방 이후 귀국하여 두 번씩이나 공동생활을 했던 광주와 정읍의 각설이패들도 주목의 대상이다. 김시라의 일인 창극 품바가 이들 걸인문화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것은 부동의 사실이다. 시대를 풍자하여 일인 연극으로 만들었던 형태였기 때문이다.
---「‘3장 각설이품바의 본향을 찾아서’」 중에서

어미는 크기에 따라 구멍을 60~70센티미터 가량 판다. 그 안에 알을 낳기 위해 입에서 뿜어낸 ‘질’을 골고루 바른다. 구멍의 천장에 대개 마리당 70개에서 100개 정도의 알을 낳아 붙인다. 많이 낳은 경우는 170개 정도까지 낳기도 하고 적게 낳는 경우는 20개 남짓 낳는다. 알을 낳은 어미는 여덟 개의 다리로 끊임없이 알들을 어루만진다. 알과 알 사이를 한순간도 쉬지 않고 어루만져주기 때문에 알들이 성장하고 부화할 수 있다.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 산란하게 되면 날이 추울 뿐만 아니라 행여 늦은 장마라도 겹치면 부화한 새끼들이 구멍을 탈출하기 어렵다. 마치 우리 아이들의 생태와도 같다. 낙지 새끼들이 구멍 속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약 보름 정도다. 그 이후에는 구멍을 탈출해야 개체로 성장할 수 있다. 어미들은 부화를 위한 헌신으로 이미 기진맥진해 있고 구멍 앞에 쓰러져 있기도 하다. 살진 새끼들은 이미 구멍 밖으로 나가버렸지만 약한 새끼들은 그 어미들을 먹어치워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조상을 보지 못하는 어종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6장 갯벌과 황토, 생극의 서사를 품다’」중에서

보평산 자체에는 당산이 없고 용굴샘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무안읍에서는 보평산이 명산이라고 했으며 산에 묘를 쓰지 못하게 했다. 전설에 의하면 묘를 쓰면 가뭄이 들었다. 바로 옆 작은 산에 용굴이라는 샘이 있으며 평소에는 물이 고여 있으나 산에 묘를 쓰면 물이 말랐다고 한다. 가뭄이 들면 여자들이 몰래 쓴 묘를 찾아다녔다. 남자들은 싸움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인지 여인들이 호미, 삽 등을 들고 가서 묘를 찾아 파헤쳐 버렸다. 이를 도깨비굿이라 한다. 마을의 동쪽 도깨비터는 마을 앞 낮은 산으로 개미산으로 불렸다. 가매지석(개미산, 하마석과 같은 역할)이 있는 곳에 도깨비불이 나왔다. 그 옆으로는 상엿집이 있었으며 수반, 양림 공동 상엿집이었다.

---「‘8장 공동체의 울림을 담은 소리, 농악’」 중에서

출판사 리뷰

무안만에서 출발하는
웅숭깊은 남도 인문학 여정

영산강 물 아래서 ‘일상의 전복’을 꿈꾸다


우리나라 남도 지역은 크고 작은 만으로 연결돼 있다. 저자가 ‘남도만’이라 부르는 함평만에서 광양만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 또한 크고 작은 만과 강이 무등산이며 지리산을 향해 물길을 내고 있다. 남도만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 지금의 영산강, 그 물 아래 있는 반도가 무안이다. ‘물 안’ 또는 ‘물 아래’라는 뜻에서 ‘무안’이라 호명해왔다는 것.

그렇다면 저자는 무안반도를 왜 ‘무안만’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산맥과 산천을 중심으로 국토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다로 돌려 해양의 시대, 섬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무안만, 남도만을 말하는 것은 내륙 대신 바다 혹은 물골 중심의 사고로 바꿔보고자 하는 의도로, 대칭적 관점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대대성(對待性)이라 하고 인류학에서는 대칭성이라 한다. 저자는 이 같은 ‘대대적 사고’에 기반해 바다와 해양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민주화와 인권의 회복이라는 세상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바다로부터 내륙을 보는 시선’이란 해양 시대의 도래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가진 자들’과 ‘큰 것’에서 ‘가지지 못한 자’와 ‘작은 것들’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일상의 전복, 철학과 헤게모니의 전복을 상징한다.

이 책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무안만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통해 시대를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산강 물 아래, 지형적 특질을 배경으로 문화가 교섭하는 무형의 길을 닦았던 무안만에서 발아하고 성장한 유무형 자산을 짚어본다. 이른바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이다.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

조선 후기,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 무안 출신으로 왕산 자락에 생가가 있다. 차와 선을 하나로 보고 차의 정신으로 수양을 강조한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을 전한 다성(茶聖)이다. 한국의 다경이라 불리는 『동다송(東茶頌)』을 지어 우리 차를 예찬했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와 교유했으며, 김정희가 말년에 초의의 차 선물을 받고 써 보낸 ‘명선(茗禪)’이 걸작으로 내려온다. 초의의 차 정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고양시키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자리에 나를 내려놓는 ‘하방(下放)’ 정신은 ‘각설이 품바’에서 배울 수 있다. 품바의 발상지는 일제강점기 무안 일로읍에 있던 ‘천사촌’. 이 걸인 마을 대장 김자근은 각설이 타령을 연행하며 걸식하고 고아와 노인, 병든 사람들을 위해 동냥과 분배를 하며 집단생활을 했다. 1980년대 초, 역시 무안 출신이며 시인이자 연극 연출가인 김시라는 이 각설이 타령이야말로 “가장 낮은 자들의 가장 신명 나는 소리”라며 큰 관심을 가졌다. [친애하는 각설이 동지 여러분!]를 거쳐 해학과 풍자를 담은 연극 [품바]를 세상에 내놓은 것. 다도를 통한 고양뿐 아니라 각설이 품바 또한 ‘나를 내려놓는 성찰법’으로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분청 도요지(가마터)가 집결해 있는 무안은 ‘분청사기의 고장’으로도 꼽힌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무안 지역에 살면서 분청사기를 연구한 일본인 야마다 만키치로우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 등은 작위적 기교가 없고 무욕의 심미안을 담은 무안분청의 세계관과 미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무안분청은 광주, 나주, 함평, 무안 등 영산강 일대 분청을 포괄하는 말이었지만, 그 핵심이 무안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무안만은 갯벌과 황토 땅의 이야기도 전하는 곳이다. 낙지 등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품고 있는 갯벌과 조석으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공간인 갱번은 ‘상생’과 ‘생극’의 의미를 드러내는 공간. 그밖에 ‘판소리 창극’을 만든 무안 사람 강용환, 무안 삼향읍 왕산리에 폐결핵 환자촌 ‘한산촌’을 세우고 일평생 헌신한 ‘한국의 슈바이처’ 여성숙 원장이 소개되며, 무안에서 연행된 우도농악 사례들도 전한다.

이 책은 도서 해양 문화권 민속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남도를 품은 이야기』에 이어 남도의 의미를 재구성한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지방학’의 한 키워드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안만에서 출발하는 웅숭깊은 남도 인문학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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