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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비知非, 부끄러움을 아는 경계
이윤선
고요아침 202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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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아침 운문정신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04

제1부

돌로 돌아가 15
시의 내력 16
논둑 붙이는 법 18
아홉 배미 산전 옹타리 22
부삭 불멍 24
고목 27
꿀방망치 탁자 28
쪽물 두루마기 30
땅의 연대 32
재 속에서 35
오래된 문을 씻으며 36
어머니 발바닥 3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 42
옹이 44

제2부

뻘떡기 47
태모필 48
매실 건지기 53
무화과 따는 아낙네 56
모시옷을 널며 58
겨울 양파를 심으며 60
꽃무릇 62
민들레 한송이 64
흥그레 소리의 내력 66
당골래의 후손 69
월인月印의 뿌리 73
이슬털이 74
부삭불 때기 80
비땅 83

제3부

운조리 쪽대질 89
두부 만들기 93
차씨를 심으며 97
씨를 얻다 101
겨울나기 씨를 뿌리며 102
이름이 자라다 104
싸목싸목 돋는 잎 105
묻힌 말 106
제망매가祭亡妹歌 107
닭섬의 낮달 108
새벽달 110
설중매雪中梅 111
늦가을비 112
서리꽃 114

제4부

무성無聲 117
상강霜降에 들어 118
안개비 120
삼바꿈 122
엿장수 총각 125
스민다는 것 128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129
연분홍 초매 132
가지 않은 길 136
아침 140
돌탑 명상 142
돌무더기 도깨비 147
미련未練 150
뻘떡기와 박치기 152

제5부

메타리 찬가 157
세꿀젓 타령 162
이월의 일출 165
개불 캐기 166
땅개비 168
물감자 굽는 부삭 172
나주 남평 막걸리 174
어머니 산소에서 179
국화 곁에서 180
지비知非 181
겨울비 183
서어숲으로 오세요 187
염색 189

해설_ 직관과 역설, 재미의 서사 미학/이지엽 192

저자 소개 1

문학박사, 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현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주요 연구성과로 『산자와 죽은자를 위한 축제-진도 상장례와 재생의례』(2018), 『섬지역 강강술래의 뜀뛰기 전통과 구애방식』(2017), 『미크로네시아 핑글랩(Pingelap)섬의 구비전통, 구송(口誦)과 스틱댄스』(2019), 중국상해대학교 번역총서 『?? 海洋民俗和文化?品』, 上海文化??』(2017), 『남도민속음악의 세계』(2012,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남도를 품은 이야기』(다할미디어, 2021),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다할미디어, 2022), 『상장례 다시읽기-진도를 사례삼아』(한국
문학박사, 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현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주요 연구성과로 『산자와 죽은자를 위한 축제-진도 상장례와 재생의례』(2018), 『섬지역 강강술래의 뜀뛰기 전통과 구애방식』(2017), 『미크로네시아 핑글랩(Pingelap)섬의 구비전통, 구송(口誦)과 스틱댄스』(2019), 중국상해대학교 번역총서 『?? 海洋民俗和文化?品』, 上海文化??』(2017), 『남도민속음악의 세계』(2012,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남도를 품은 이야기』(다할미디어, 2021),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다할미디어, 2022), 『상장례 다시읽기-진도를 사례삼아』(한국학호남진흥원, 2024) 등 70여 편의 논문과 20여 편의 저서가 있다. 우리나라 민속학 관련 학술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이사장, 남도민속학회 회장, 일본가고시마대학교 외국인교수, 베트남 다낭외국어대학교 공동연구원교수, 중국절강해양대학교 명예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사)서남해안포럼 이사장, 광주마당 이사, 도깨비학회 회장, 진도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아시아의 도서해양문화권과 우리 문화를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소설 ?바람의 집?으로 목포문학상을 수상(2020)하여 등단하였고 시집 『그윽이 내몸에 이르신이여』(2021)를 출판하는 등 학문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작업, 특히 교술 장르의 재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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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34*218*20mm
ISBN13
9791167242457

책 속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늘은 빛을 기억하고
흰 그늘

움직이지 않아도
돌은 걷던 자리를 안다.
고인돌

이름도 없이
풀 한 포기 피어나는 곳
망뫼산

나는 거기
비가 스며드는 틈에 기대어 있다.
넙지락 바위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조금 더 오래
돌로 있고 싶다.
--- 「돌로 돌아가」 중에서

한 줌은 데치고
한 줌은 간장 끓여 묻고,
남은 건 된장 오가리에 묻어 두거라.

으슬으슬한 날 꺼내
고추 마늘 깨소금 섞어
버무릴 때,

그제야
김일이 이노키한데
박치기 하나 박는 거지
--- 「뻘떡기」 중에서

어머니 두부 하실 제
우리는 갱물 길러 갑니다.

설, 추석, 유두, 백중, 단오, 한식, 칠석, 중구…
어머니는 명절마다 두부를 만드셨습니다.

굵은 콩 맷돌 갈아
옴박지 괼나무 걸고
성근 당목 포대기 들고
진득하게 짜넣습니다.

맑게 밭은 콩물 솥 가득 부으면
육칠월 콩밭 내리던 뙤약볕도 따라 들어옵니다.

소사리 헐어 잔불 이루고
썩은 등걸 달매
진득이 불 때실 제,

콩물은 저희끼리 보글거리다가
하릴없이 부숭 두들기는
나의 비땅 장단에 놀라고
어머니의 흥그레소리
계면 화성에 놀랍니다.

어머니 오른손엔 바가지,
왼손 등에 살래살래 갱물 뿌리십니다.

맑고 깨끗한 두부 만들어 주시라고
삼신할머니, 칠성 할머니, 성주동우님네,
정지 조왕님네께
손바닥 뒤집고, 오무려 갱물을 뿌리십니다.

왼손등에 내린 갱물
오방지신 다섯 손가락 흩뿌리니
봄 가뭄 땅 적시는 단비,
여름 한낮 소낙비 되지요.

어찌 눈비 서려 짭잘한 갱물 향내만이랴.
구시월 도지기 몰아 오듯
몽글몽글 구름 되니
오방 십이방, 삼원 이십팔수
몽글몽글 엄성덤성 콩 구름 피어납니다.
이것이 우주의 온 기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석작 안에 물 뺀 당목 받치고
제갈공명 몰고 오신 동남풍 한 자락,
자미원 칠성별 내린 구름 한 조각 겹쳐 깔고
견우직녀 오작교 건네 온 구름 한 조각,
견우 직녀 건넌 오작교의 기운,
겹겹이 괼나무에 걸어둡니다.

이런 따듯한 기운이 어디서 오셨습니까.
이리 꼬시롬한 바람결이 어디서 오셨습니까.

오뉴월 돌풍에도, 칠팔월 태풍에도,
번개벼락 우레에도
그 숨결, 그윽이 도팍으로 덮어두었다가
첫닭 울어 개명할 시간,
두두 석작을 여십니다.

흠결 없이 허연 두부,
요욕 없이 아정한 심사.

나는 늘 꿈을 꿉니다.
어머니 지으시던 두부.
볼때기 터지도록 한 입 베어 무는 꿈.

탐진치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꿈.
--- 「두부 만들기」 중에서

가장 깊은
소리는

가장 조용한
몸에서
울린다.

그건
말이 아니고
숨도 아니고

그냥
사라지는
기척이다.
--- 「무성無聲」 중에서

그 누구 있어 남문南門 열고 파루罷漏 쳤나
뉘산네 장닭 있어 계명산천鷄鳴山川 열었나
경자년 이월 초하루 남으로 낸 창문 여니
아침해 빼꼼한 북봉北峰이 마치 불두덩이다.
28수 징북 소리 성문 닫히던 시간
나는 그저 쫑그리고 조바심 내며
서설 없음만 원망하였던 것 아닌가.
눈 비비며 마당에 나가서야 알았다.
미명 틈타 댓살 대문 열어놓으셨구나.
양곡陽谷의 부상扶桑 가지
북명北溟의 바다 스며드셨던 그대
설날 지나 보름 가까워서일까
서른세 번의 울림들 앞세우고 오신
치마 뒤집어쓴 함지咸池의 심청
도둑처럼 오신다던 나사렛사람
나 또한 발 벗은 채 마당에 나가 맞는다.
주작朱雀 향해 달리는 이월移越된 일출

--- 「이월의 일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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