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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아침 운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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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05

제1부 調
시를 절로 쓰려거든 박자 가지고 놀아야지

調 가락 조 13
寂 적막할 적 14
執 잡을 집 15
錘 저울 추 16
味 맛볼 미 17
耆 늙을 기 18
枯 마른나무 고 19
鬱 울창할 울 20
瓦 기와 와 21
品 품격 품 22
經 불경 경 23
喝 고함칠 할 24
之 도달할 지 25

제2부 象
점자처럼 마음으로 더듬어 읽는 눈먼 시인이여

詩 지을 시 29
月 달빛 월 30
愁 시름겨울 수 31
艶 고울 염 32
深 짙을 심 33
恕 용서할 서 34
聞 소문날 문 35
慾 욕정 욕 36
島 섬 도 37
別 헤어질 별 38
離 떠날 리 39
江 큰 내 강 40
休 쉴 휴 41
象 상징할 상 42

제3부 開
한 송이 꽃보다 못한 시, 온 힘을 다해 피어나라

開 꽃이 필 개 45
日 매일 일 46
印 찍을 인 48
余 나 여 49
靑 젊을 청 50
末 늘그막 말 51
屋 집 옥 52
徘 배회할 배 53
호모 사이버네티쿠스 씨의 一日 54
호모 사이버네티쿠스 씨의 二日 56
호모 사이버네티쿠스 씨의 三日 58
호모 사이버네티쿠스 씨의 四日 60
호모 사이버네티쿠스 씨의 五日 62
橋 다리 교 64
覺 깨우칠 각 66

제4부 傳
잘헌다 지랄 맞은 세상 여한 없이 놀아봤소

공옥진傳 68
이영도傳 70
윤심덕傳 72
김원주傳 74
김만덕傳 76
계섬傳 78
설죽傳 80
황진이傳 82
김덕만傳 84

시인의 에스프리

「象」에 대한 辯 89
「艶」에 관한 思 96
「開」를 위한 想 104

저자 소개 1

경기대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건양대 교수 역임. 1990년 [월간문학] 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등단. 시조집 『허튼층쌓기』, 시집 『불의 시집』, 『화목』, 저서 『한국 시조시학의 탐색』, 『스토리텔링의 이해와 실제』 등. 시조시학상, 동국문학상 수상.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32*218*12mm
ISBN13
9791167242143

책 속으로

대폿집 들창 너머 젓가락 장단 흘러나오네
교자상 모서리를 패도록 두들겨대네
얼씨구, 엉덩이장단 어깨장단 들썩이네

그 옛적 한양의 이세춘이 도포 자락 길게 휘날리며 시절가를 부를 적에 장단을 새로이 자르고 늘이고 촘촘히 나누고 붙이고 질탕한 가락으로 조선 천지를 사로잡아 장안에 내로라하는 기생 가객 풍류객들이 이를 따라 부르기에 바빴거늘

한 젓가락 반박자 늦게 세 젓가락 연달아 치고
흥이 넘쳐흘러 엇박으로 메기다가
절씨구, 시를 절로 쓰려거든 박자 가지고 놀아야지
---「調 가락 조」중에서

입춘 지나 남해바닷가 꽃 몽우리 필 듯 말듯
동백꽃 고운 선혈이 잎새 사이로 보일 듯 말듯
이른 봄 초경 치른 계집아이 새초롬하게 숨어 있네

저 꽃망울 활짝 피어나 지고 피고 또 피고 지고
이윽고 폐경을 지나 적막강산 내 속엣것
동백꽃 피었다 진 자리 자취도 없네, 속절없네
---「寂 적막할 적」중에서

석새삼베 성근 올처럼
내 몸 어딘가 헐겁게 열려

오장육부 묵은 먼지들
정갈히 씻어 날려 보내는

바람결
먼 데 꽃 지고 핀
한 소식 받아 적느니
---「詩 지을 시」중에서

한 송이 꽃보다 감동 없는 시를 쓰며
한 송이 꽃보다 돈 안 되는 시를 쓰며
단연코 절연하리라,던 시를 다시 쓰고 있다

한동안 시를 잊고도 얼마나 잘 지냈던가
은유와 환유로 조이는 목줄 풀어
충실한 삶의 심복으로 치켜든 꼬리 흔들었지

식상한 욕망들로 허기를 채우며
시가 없어도 배고프지 않은 시절
마음을 읽고 쓰던 손가락 끝, 잊어버린 채 잘 지냈지

어쩌다 훔쳐본 내 것 아닌 저린 사랑의 시
갑각류 껍데기로 굳은 내 낡은 서정이여
녹슬고 무딘 껍질을 깨고 알몸으로 마주설 것,

잊혀진 글자의 유적지를 밤새 헤매며
불면의 노역으로 시 한 편 얻은 새벽
한 송이 꽃보다 못한 시, 온 힘을 다해 피어나라
---「開 꽃이 필 개」중에서

전라도 촌년이 어쩔라고 출세했는지
소리꾼 춤꾼으로 세상에 이름 올려
심봉사 눈 뜬 모양새로 활개 치며 살았소만

몸종으로 팔려간 모질년의 내 팔자에
벙어리 남동생에 곱사등이 조카딸에
곱사춤 허리 휘도록 삶의 몸 사위 구겨졌소

병신춤이라 부르지 마시오.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 병들어 죽어 가는 사람 장애자들 내 동생 어린 곱사 조카딸의 혼이 나에게 달라붙어요. 오장육부가 흔들어 대는 대로 나오는 춤을 추요.**

당달봉사 문둥이 앉은뱅이 곰배팔이
병들고 모자라고 버림받은 못난 것들
온전히 이 몸 스며들어 환장하도록 풀어냈소

능갈진 육담으로 뒤틀린 오장육부
눈물이 웃음이 설움이 엉켜 신명나게
잘헌다 지랄 맞은 세상 여한 없이 놀아봤소

---「공옥진傳」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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