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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05
제1부 사각지대에서 켜지는 경광등 칸나의 여름 13 거리의 생존법 14 뜬소문 15 말의 접근금지 16 유리 17 회색의 토르소 18 오월의 거리 19 그늘의 외출 20 한밤의 콜라주 21 구름 비 카페 22 거울의 바깥 24 미몽의 개화 25 달빛에 머문 얼굴 26 위로의 좌표 27 틈 사이로 길을 내다 28 제2부 묵비권으로 입을 여는 새벽 고흐, 별 그리다 31 해바라기의 눈물 32 낙서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에게 34 백색 소묘 35 윈터 아웃winter out 36 해빙 38 시샘달 39 해칭의 껍데기 40 저녁의 음각 42 비의 기척 43 능소화, 물의 이력 44 빠담 빠담Padam, Padam 가을 46 사와로와 등 48 꽃등 49 꽃바람의 궤적 50 제3부 출구 없는 입구를 신고 취준생 53 취공백자 54 층계참 55 신발의 이력서 56 초승달 58 네온, 인생네컷 59 건너지 못한 신호 60 스크래치 도시 62 104번지 마을 63 내장탕 64 뼈해장국 66 소실점의 바깥 67 관람의 변증법 68 여름, 술래 69 여름의 끝, 물들다 70 제4부 마른 잎사귀처럼 놓쳐버린 손 11월의 빛 75 말의 등 76 홍시 78 흑백 사진 79 한 줌의 봄날 80 꽃물결 떠나다 81 숨표 혹은 쉼표 82 삼월, 꽃의 무게 83 자목련의 갱년기 84 목백일홍 85 간이 빠진 마음 86 그림자는 나를 기억한다 87 유리물고기 88 별의 자국 90 햇살 우체통 91 해설_시뮬라시옹의 정원과 색채적 보법/권성훈 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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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의 여름
도로를 이탈한 칸나의 여름이 만발하다 빗살 속 빛을 입에 문 줄기 끝에 매달려 불꽃의 소용돌이로 불의 꼬리가 불을 밝힌다 지난밤 비바람에 체온을 벗겨 낸 자리 멍든 하늘 머금고 꽃송이로 견디는 시간 칸나가 불의 형체를 빌려 날개를 펴듯 피어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거리의 생존법 거리마다 고양이들 스치듯 눈 마주친다 익숙한 곳도 낯설어서 한 걸음 거리 두고 골목 끝 매달린 시선 위태롭게 떨고 있다 짙푸른 눈동자엔 메마른 겨울이 있고 이름 없는 불안이 발톱을 내밀었다 긴 등을 타고 흐르는 실금 간 웅크린 오후 온몸에 번진 추위 날선 상흔만 파고들다 불러도 닿지 않는 경계에서 기웃거리며 아무 일 없던 길처럼 조용히 등을 보인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고흐, 별 그리다 액자 속엔 노란 열병을 앓는 당신이 산다 수십 겹 물감 아래 숨은 고흐의 자화상 서럽게 만질 수 없는 꽃, 타오르는 붓끝 세운다 해바라기 얼굴 뒤편 태양을 덧칠하지 소용돌이치는 별빛들 유화처럼 느리게 번져 저녁을 건널 수 없는 우울들이 들러붙는다 저무는 밀밭 위로 까마귀 떼 흩어지고 수많은 절규들이 튀어 갈듯 흔들리다 귀 잘린 사내의 푸른 눈빛 허공을 색칠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취준생 웅크린 채 한 남자 쉼표 하나씩 눕혀 놓는다 새벽을 걸어가는 자기소개의 문장들이 마침표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래 서 있었다 목울대를 세우고 서른 살 구불거리는 늦었다는 말들이 발목을 붙잡을 때마다 도시를 등지고 서서 바람 소리 듣는다 공백 채울 주머니 속 접혀있던 꿈을 편다 켜켜이 쌓여 가는 이력서의 빈칸마다 마침표 버리지 않는 가장 긴 쉼표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1월의 빛 낙엽의 말이 서성이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떠도는 충혈된 시간 둘레를 따라 걷는다 어머니 눈물빛 고여 숨결마다 길을 남기는 빛바랜 사진 위로 계절이 지나갔다 남겨진 길을 따라 가장 느린 선 하나 통증을 아무리 더듬어도 무연히 웃는 얼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