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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숲의 정령 단어 러시아어 합니다 소리들 신들 날개의 일격 복수 은총 항구 운수소관 감자 요정 어느 일몰의 세부 나타샤 라 베네치아나 뇌우 용 바흐만 크리스마스 러시아에 도착하지 못한 편지 부활절의 비 싸움 초르브의 귀환 베를린 안내 면도칼 동화 공포 승객 초인종 크리스마스 이야기 명예가 걸린 일 오릴리언 운수 나쁜 날 바쁜 인간 미지의 땅 재회 명아주 음악 완벽 쾌남아 해군성의 첨탑 레오나르도 원 비보 러시아 미녀 L. I. 시가예프를 추억하며 움직임 없는 연기 작중인물 고르기 인생의 한 단면 마드무아젤 O 피알타의 봄 구름, 성, 호수 독재자 타도 리크 박물관 방문 바실리 시시코프 고독한 왕 북쪽 끝의 나라 보조 제작자 “일찍이 알레포에서……” 잊힌 시인 시간과 썰물 풍속화, 1945 징후와 상징 첫사랑 랜스 입술이 입술에 괴물 쌍둥이의 생애에서 몇 장면 베인가의 자매 작품 주석 해설 | 나보코프의 ‘경이의 표본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연보 |
Vladimir Nabokov,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Набоко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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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첫 주가 지나고 우리 사이에 어느샌가 생겨난 흐릿한 뭔가가, 비가 휘몰아치고 네가 뜻밖에도 피아노를 그토록 잘 연주하던 그 행복한 날 선명해졌어. 나는 깨달았어. 네게는 나를 마음대로 할 힘이 없다는 것, 내 연인은 너 한 사람이 아니라 지구 전체라는 것.
--- p.54 「소리들」 중에서 나는 또 깨달았지. 세계란 결코 분쟁이나 포식동물 같은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이 아니라, 아른아른 빛나는 환희, 은총이 주는 전율, 우리가 하사받았으나 그 가치를 모르는 선물을 의미한다는 것을. --- p.139 「은총」 중에서 “삶이 때때로 생각해내는 그 플롯들이라니! 어떻게 삶이라는 여신과 감히 경쟁할 수 있겠나? 그 여신의 작품은 번역도 불가능하고, 말로 묘사할 수도 없지.” --- p.414 「승객」 중에서 그녀는 내 인생의 여백에 몇 번이고 다시 급히 나타나면서도, 본문에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p.806 「피알타의 봄」 중에서 나는 수사가 현란한 구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전적으로 인정할 용의가 있어. 만약 당신 사후에 나와 세상이 여전히 견디고 있다면, 그건 오로지 당신이 세상과 나를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란 걸. --- p.968~969 「북쪽 끝의 나라」 중에서 이것도, 그리고 더 많은 것도 그녀는 다 감내했다?왜냐하면 결국, 산다는 건 곧 기쁨을 하나씩 잃는 걸 감내한다는 의미니까. --- p.1110 「징후와 상징」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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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창백한 불꽃』 같은 그의 장편이 20세기의 문학사를 바꿔놓은 탓일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실은 뛰어난 단편 작가이며 70편에 가까운 단편을 썼다는 사실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나보코프라는 작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가 쓴 단편들을 짚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시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나보코프가 망명 후 산문의 세계에 발을 디딘 첫 단편 「숲의 정령」부터 마지막 단편 「베인가의 자매」까지, 그의 단편 안에는 한 작가의 문학세계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나보코프는 혁명으로 임시정부가 붕괴되자 서유럽으로 망명했으며, 이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다 미국에 정착했다. 태어난 곳을 떠나 망명자로 살아가는 동안, 그는 작가로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모색했다. 러시아어로 글을 쓰던 그는 프랑스어를 거쳐 종국에는 영어로 작품세계를 쌓아올렸으며, 시로 창작생활을 시작했으나 희곡을 거쳐 소설에 자리잡았다. 언어와 분야의 장을 완전히 바꾸는, 창작자에게는 그야말로 도박과도 같은 도전. 러시아를 떠난 후 태어난 68편의 단편은 나보코프가 치열하게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온 경이로운 여정 그 자체인 셈이다. 망명 초기 나보코프는 푸시킨, 고골, 체호프 등 러시아적인 문학 작품과 부닌 등 동시대 망명작가의 작품을 의식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작품에는 종종 고국에 대한 그리움(「숲의 정령」 「단어」 등)과 망명자의 삶에 대한 감상(「항구」 「운수소관」 등)이 짙게 묻어나곤 한다. 십 년 넘게 여러 망명 매체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나보코프는 작가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주제, 즉 죽음과 삶의 경계, 현실과 환상의 관계, 재능과 도덕에 대한 문제 등이 많은 단편에 녹아들어 구현되기 시작한 시기다. 주로 이 시기 「오릴리언」 「피알타의 봄」 「박물관 방문」 등 그의 대표 단편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탄생했으며, 몇몇 소설은 지금까지도 깊이 연구되고 있다. 미국으로 이주한 1940년 근처로 나보코프는 러시아어가 아니라 영어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SF적 요소를 시도하거나 언어 퍼즐을 활용하는 등 장르와 기법 면에서도 더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다(「보조 제작자」 「징후와 상징」 「베인가의 자매」 등). 이 새로운 시도들은 이후 『롤리타』 『창백한 불꽃』 『아다』 등 20세기 문학사에 남은 대작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68편의 단편이 실린 완전판 단편전집 『롤리타』의 성공 이후, 미국에서 나보코프는 그동안 쓴 단편들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출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제, 시대, 분위기 등을 고려해 작품을 직접 고르고 배열했으며, 영어로 소개된 적 없는 소설은 아들 드미트리와 함께 번역하면서 때로는 문장을 손보고 내용을 수정했다. 열두 개 들이 한 상자를 사면 하나를 더 넣어주는 ‘제빵사의 한 다스‘처럼 그는 자신의 단편집을 독자들을 위한 ‘나보코프의 한 다스’로 정리했고, 그렇게 한 권에 한 다스(13편)씩 총 네 권이 완성됐다. 『나보코프의 한 다스』 『러시아 미녀』 『독재자 타도』 『어느 일몰의 세부』 네 권이, 나보코프가 최종으로 정리해 출간한 ‘결정판 단편선집’이다. 나보코프는 오래도록 다섯번째 ‘나보코프의 한 다스’를 만들고 싶어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사망하고 이십여 년이 지난 후 부인 베라와 아들 드미트리는 나보코프가 남긴 ‘통의 바닥’, 즉 다섯번째 선집으로 묶을 만하다 여긴 단편 목록을 토대로 새로운 ‘한 다스’를 만들었다. 결정판 단편선집 네 권에 실린 52편에 이 새로운 한 다스가 더해져, 1995년 65편이 실린 ‘나보코프 단편전집’이 출간되었다. 첫 단편전집 출간 이후로도 드미트리와 연구자들은 나보코프의 작품을 꾸준히 추적했고, 그 결과 「부활절의 비」 「단어」 「나타샤」 3편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신문 등에 발표했으나 격동의 시대 속에서 책으로 묶이지 못한 채 원고와 매체가 유실되었던, 어쩌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던 작품이었다. 그렇게 2008년, 총 68편의 단편이 실린 ‘완전판 단편전집’이 출간되었다. 『나보코프 단편전집』은 이 2008년 출간본을 번역했다. 또한 드미트리가 이 책을 편집하며 쓴 서문과, 각 단편마다 나보코프 본인 혹은 드미트리가 붙인 주석을 함께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작가 나보코프의 삶이 온전히 담긴 『나보코프 단편전집』, 여기 실린 이 경이로운 문학의 표본들은 지극히 아름답지만 난해한 미로인 나보코프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 독특한 발상, 깊은 비탄과 마구 터지는 위트까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 이 책은 내려앉는 곳마다 낙원을 만들어내는 나보코프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 존 업다이크 나보코프의 단편들은 그가 작가로서 발전해온 과정을 선명하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 뉴요커 그가 사용하는 영어는 한없이 섬세한 동시에 매우 단단한, 아주 특별한 도구이다. 우리 시대의 어떤 작가, 심지어 조이스조차도 세상의 빛과 음영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나보코프가 해낸 것처럼 잡아낼 수는 없다. - 보스턴 글로브 나보코프의 열렬한 찬미자는 물론 새로운 독자 역시 즐길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다. 초기작이든 후기작이든, 모든 이야기가 마치 진한 다크초콜릿처럼 깊은 풍미를 지니고 있다. - 덴버 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