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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Au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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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간에 너를 놀릴 생각은 없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이제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 하지만 의사들은 지금 막 나한테 아무 이상도 없다고 했쟎아요. 나는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해요' '그게 문제다. 너한테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어. 그건 치료할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지. 휴식으로도, 약으로도, 운동으로도. 너는 지극히 건강하고 네가 건강하기 때문에 네 경력은 끝난거야' --- p.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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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가 되자 견딜 수 없이 지독한 두통은 사라졌다. 왼쪽 관자놀이 근처에 무지근한 통증이 남아 있기는 했어도 일어나서 돌아다니지는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혹이 오른쪽 이마에 불거졌던 것을 행각한다면 그쪽이 더 아파야 하는게 이치에 닾았지만, 나는 그런 일에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 모순된 상황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관심사는 다만 기분이 더 나아졌고,..........
---p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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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으로 나는 몸을 띄워 올려 공중에서 떠다니는 데 어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남자건 여자건 아이이건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는 내면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만 한다면 누구라도 내가 원더보이 월트로서 달성했던 것과 똑같은 위업을 다시 이루어낼 수 있다. 물론 그러려면 당신 자신이기를 멈출 줄 알아야한다. 그것이 출발점이고 그 밖의 모든 것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은 자신을 증발시켜야 한다. 근육에서 힘을 빼고, 당신의 영혼이 당신에게서 흘러 나오는 것을 느낄 때까지 숨을 내쉰 다음, 눈을 감아 보라. 그것이 요령이다. 그러면 당신 몸 속의 공허함이 당신 주위의 공기보다 더 가벼워진다. 조금씩 조금씩,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더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팔을 펼치고, 당신 자신을 증발시켜 보라. 그러면 조금씩 조금씩 당신은 땅 위로 떠오른다. 그런 식으로. --- p.399-4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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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건 여자건 아이건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는 내면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만 한다면 누구라도 내가 원더보이 월트로서 달성했던 것과 똑같은 위업을 다시 이루어낼 수 있다. 물론 그러려면 당신 자신이기를 멀출 줄 알아야 한다.
--- p.3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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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행길에서 가장 지루한 나날이 시작 되었다. 우리는 뉴멕시코와 아리조나를 가로지르며 며칠을 보냈고 얼마쯤 지난 뒤에는 이세상에 우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만일 여기가 하느님의 땅이라면...' 마침내 내가 말했다. '하느님이나 실컷 가지라고 해요.' 사부가 말했다. '이곳 경치는 계속 이럴 거고 몇킬로미터나 되는지 헤아려 본다고 해서 여행하는 거리가 짧아지지는 않아. 만일 네가 캘리포니아로 가고 싶다면 우리는 이길을 지나야만 돼.' --- pp286-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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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사부님. 사부님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있어요'
'죽음이 그렇게 끔찍한 것은 아니다,월트. 사람이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그건 정말로 원하는 것일 뿐이야.' '나는 그럴 수 없어요. 천년이 지나도 그럴 수 없어요. 사부님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 그래 달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절대로 사부님에게 손가락 하나도 겨눌 수 없어요.' '네가 그러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해야 될 거다. 그러려면 훨씬 더 힘이 들겠지. 나는 네가 그 수고를 덜어 줬으면 한다.' '제발 사부님, 총을 내려놓아요?' '미안하다 월트, 보고싶지 않으면 지금 작별인사를 해라' '난 아무말도 하지 않을래요. 그 총을 내려놓기 전까지는 나한테서 아무 말도 듣지 못할 거에요' 하지만 사부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내 눈을 들여다보며 그는 권총을 들어올려 머리에 대고 공이치기를 뒤고 당겼다. 그는 마치 내가 말릴까봐 내가 손을 뻗쳐 총을 움켜쥘까 봐 두렵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대로 앉아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그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고 이마에서는 구슬땀이 배어 나왔다. 그러나 눈길만은 여전히 확고하고 뚜렷했다. '좋았던 시절들을 기억해라' 그가 말했다. '내가 너한테 가르쳤던 것들을 기억해' 그런 다음 그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눈을 감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 pp.301-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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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설명하기란 사실 어렵지 않다. 병원에서 그 온갖 꿈을 꾼 바로 뒤여서 나는 여행을 하는 중에 많은 기억을 떠올렸고, 캔자즈 주의 경계선을 넘었을 때쯤에는 감상에 젖어 남쪽으로 우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길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는 건 아니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 pp.385-3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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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공중 곡예사]는 고아 소년 월트가 자라면서 삶에 대해 깨달아 가는 과정과 그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 준 예후디 사부의 이야기인데, 맨 처음부터 <나는 열두 살 때 물 위를 처음 걸었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로 시작되는 매우 특이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월터 클레어본 로울리가 하늘을 나는 <원더보이> 월트로서 살아온 어린 시절부터 60여 년간의 인생 역정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월트의 스승인 예후디 사부는 1924년 세인트 루이스에서 아홉 살 난 부랑아를 발견하고 열세 번째 생일을 맞는 날까지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포악한 외삼촌 슬림에게서 빼내 캔자스의 어느 괴상한 농가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사부와 이솝이라는 불구의 흑인 아이와 예전에 그 유명한 <버펄로 빌>의 와일드 웨스트 쇼에서 묘기를 보였던 인디언 수 아주머니가 살고 있다. 거기에서 월트는 중력을 이기고 공중으로 뜨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33단계를 거치는데 그러는 동안 예후디 사부는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자신의 가족을 3K 단원의 테러에서 지키려고 애쓰지만 허사로 돌아간다. 결국 월트와 사부만 살아남게 되고 고된 수련 끝에 드디어 경이로울 정도로 하늘을 날게 된다. 그 묘기를 가지고 전국을 순회 공연하며 쇼비즈니스 경력을 쌓게 되는데 미국 내에서 가장 유명해지고 더불어 부도 얻는다. 그들이 순회 공연을 계속하던 중에 슬림 외삼촌에게 납치 감금도 당하나 이에 굴하지 않고 공연마다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사춘기가 되어 성에 눈을 뜨면서 거기에 집착하게 됨에 따라 심한 두통과 현기증에 시달려 더 이상 하늘을 날 수 없게 된다. 여기에서 사부는 월트에게 <공중 곡예사>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영문 VERTIGO에는 어지럼증, 현기증이라는 뜻이 있다). 그러던 때 다시 외삼촌 일당에게 습격을 받아 사부는 회복 불능의 총상을 입게 되자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거기에 대한 복수로 월트는 외삼촌을 죽이고 암흑가의 무리에 섞이게 되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도 하게 되나 행복의 여신은 끝내 그의 편이 되어 주지 않고 아내마저 빼앗아 가고 그는 일개 청소부로까지 전락하게 된다. 이때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를 돌봐 주었고 예후디 사부의 영원한 연인인 위더스푼 부인과 재회를 하면서 또 다른 비상(飛翔)을 꿈꾸는데...... 이 <원더보이> 월트의 이야기는 미국 그 자체의 역사와 별로 다르지 않다. 험난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빛나는 승리를 거둔 주인공이 몰락했다가 다시 일어서는 이 소설의 페이지마다에서 독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영광과 좌절을 고스란히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다. 폴 오스터는 이 소설에서 음악과 영상이 따르지 않는 언어만으로도 영화가 아직 이루어 내지 못한 기적을 연출해 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