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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5
편집자주 18 Ⅰ 밤은 무슨 색일까? 27 Ⅱ 우연과 필연 31 Ⅲ 전쟁과 평화 35 Ⅳ 무겁고 불투명하며 숨 막히는 분위기… 41 Ⅴ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자체를 경계하라 45 Ⅵ 벌거벗은 생명과 백신 49 Ⅶ 얼굴과 죽음 55 Ⅷ 2급 시민 63 Ⅸ 그린 패스 67 Ⅹ 인류와 레밍 71 ⅩⅠ 두 개의 이름 75 ⅩⅡ 사회 공동체 79 ⅩⅢ 2021년 10월 7일 상원 헌법위원회에서 한 연설 83 ⅩⅣ 그린 패스에 반대하는 베네치아 학생들에게 Ⅰ 89 ⅩⅤ 그린 패스에 반대하는 베네치아 학생들에게 Ⅱ 95 ⅩⅥ 그린 패스에 반대하는 베네치아 학생들에게 Ⅲ 103 ⅩⅦ 옴이 있는 곳을 긁게 만들어라 109 ⅩⅧ 예외상태와 내전 113 ⅩⅨ 저항권에 관하여 119 ⅩⅩ 천사와 악마 127 부록 131 옮긴이의 말 140 |
Giorgio Agam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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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만나고, 그들의 표정을 읽고, 함께 축하하고 추억을 남기는 기념일마저도. 파수꾼이여, 지금의 밤은 도대체 무슨 색입니까?
--- p.27 무겁고 불투명하며 숨 막히는 적막이 온 나라를 뒤덮고, 사람들은 우울하고 불만 가득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항의하지도 않고 무슨 일이라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이것이 독재 시대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 p.40 이런 의미에서 모든 인간은 사실상 무증상 환자다. --- p.52 이 차별은 누군가 필요에 의해 계산된 결과이지만, 그린 패스를 도입한 주된 목적은 특정 집단을 배제하려는 게 아니라, 증명서를 지닌 전체 인구를 통제 대상으로 하는 데 있다. --- p.67 확실하지는 않지만, 몇 년 내 인류는 레밍과 비슷해질 것이다. 인류는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 p.72 저는 우정, 즉 존재에 대한 우리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타자성을 느끼도록 하는 게 일종의 정치 행위의 최소값이자 개인을 공동체와 하나로 묶고 나누는 경계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아렌트의 표현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 p.100 내전 가능성이 없는 사회, 다시 말해 극단적인 형태의 이견이 배제된 사회는 전체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 p.115 다시 말해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을 멈추는 행위, 즉 ‘인간으로서 죽는 것’을 멈추는 행위 역시 인간성에 대한 논의에 포함된다는 걸 잊은 것이다. --- p.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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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언어로 사유하고 시어로 철학하라!
비판이 결여된 집단의식을 향한 경고 ”내전 가능성이 없는 사회, 다시 말해 극단적인 형태의 이견이 배제된 사회는 전체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나는 극단적인 반대를 마주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그러니까 동의 가능성만 인정하는 사고 체계를 전체주의적 사유라고 본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로 뒷걸음질 친 것이 민주주의보다 정치 행위의 유일한 기준으로 볼 수 있는 헌법적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처럼.” - 「예외상태와 내전」 중에서 아감벤은 불편한 진실 혹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하기 두려운 거북한 무언가로 우리를 끊임없이 몰아세운다. 우리는 아감벤의 언어를 통해 인간이 진보와 번영이라는 가치만 지향하며 모른 척해 온 무언가를 마주한다. 그래서 아감벤의 글은 구체적이기보다 추상적이다. 아감벤은 백신에 대한 설명, 현 상황에 맞는 성공적인 방역 수칙 혹은 사회적 대안은 언급하지 않는다. 인류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들어 비판한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는 ‘무조건’이 전제되는 사회와 정치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획일화된 인류를 향해 경종을 울리는 데 있다. 사실 이제는 누구도 팬데믹 종식을 입 밖으로 섣불리 내뱉지 않는다.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인재(人災)’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개인에게 선택이 강요됐지만, 명확한 주체는 없다. 모호한 대응 방침과 바뀌는 기준, 선동적인 언론 보도, 책임 회피를 일삼는 집단의식만 남았다. 무기력한 한 개인으로, 인류 모두가 레밍이 되어 절벽을 향하고 있지만, NO를 외치는 건 아직도 힘겹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백신 접종이라는 희미한 빛을 따라 이어졌던 끝없는 터널은 이젠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이 사태의 본질은 바이러스가 아닐 성싶다. 우리는 아감벤의 호소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제어 장치를 기반으로 한, 전례 없는 강력한 통제력을 지닌 정치 패러다임이 인류가 수백 년간 쌓아 올린 가치들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경고를. 그 ‘거대한 전환’이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이미 시작됐을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그래도 여전히 아감벤을 자신의 이론 틀에 현실을 욱여넣어 설명하는 노학자라 비판만 할 텐가.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이 시대를 사는 누구나 고민해봄 직하다. 아감벤의 진지한 접근은 여러분에게 인류 문명의 현주소에 관한 사유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