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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있어
양장
은모든
열린책들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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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스파이와 눈사람

선물이 있어
인재를 찾습니다
싱글 대디
크리스마스 선물

2부 시간을 열면

오프 더 레코드
실패한 농담
도시 전설
룸 온리
포인트

3부 12월의 마지막 토요일

밀크티 동맹
딘킈횡담면 갸갸둘둘됴
이번 주말에 뭐 할까
결말 닫는 사람들
584마리의 양

4부 블랙 크리스마스

설마, 하는 데이트
먼로
천사 강령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18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한 사람을 더하면』, 연작소설 『우주의 일곱 조각』, 중편소설 『안락』, 그 밖에 『마냥, 슬슬』, 『오프닝 건너뛰기』, 『선물이 있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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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00g | 120*188*20mm
ISBN13
9788932923024

책 속으로

세수를 마친 성지는 거울 앞에 바싹 다가서서 발진이 돋아 울긋불긋한 볼과 목덜미를 비추어 보며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문장」중에서

그 점은 성지에게 묘한 안도감을 선사했다. 언젠가는 지금의 이 지난한 매일매일도 그저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어렴풋이 기억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니까 이 장갑을 보면서 사람들이 전에는 이런 장갑을 뭐라고 불렀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볼 즈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선물이 있어」중에서

그해 내내 모니터로 바라보며 증오해 온 악당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순간, 그들이 쓰러지던 시점에 퍼져 나간 매캐한 화약 냄새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날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자주 되짚어 보며 음미한 날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변함없는 일상에서 에이미는 때로 용납하기 힘든 불친절이나 무례한 상대를 만나면 속으로 나는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어, 하는 생각을 했다.
---「인재를 찾습니다」중에서

어머니는 누구도 엿듣지 못하도록 허 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중에는 반드시 남다른 문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문이 될지 모르므로 안채뿐만 아니라 집 안의 모든 문을 샅샅이 확인해야 한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 문을 열면 아무도 모르게 특별한 마실을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 어머니도 그 덕에 견딜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프 더 레코드」중에서

한 계절쯤 과거의 방을 드나들며 자고 오는 일을 반복한 후에 그는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후회를 품은 채 과거에 머물러 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연스레 현재에 충실하자는 마음도 피어났다.
---「실패한 농담」중에서

그러니까 희영 씨, 언제라도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에는 꼭 살펴보라고. 떠나기 좋은 시점인지, 지금 가도 안전할지 알아야 하니까. 거기 사는 사람들은 과연 안전한지, 용케 버티고 있는지, 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던 거를 조금이나마 손에 넣었는지도 알아 둬야 하니까. 그래, 그 얘기 하려고 건 거야. 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만나서 하자.
응, 나도 기다릴게. 마스크 벗고 만날 수 있는 날!
---「밀크티 동맹」중에서

한동안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광화문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정치 성향이 대체로 맞는다는 데 안심하면서도 초를 챙기는 일은 나란히 잊곤 해서, 민주의 집에는 LED 초만 열 개가 넘게 모였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그 초들을 창가에 일렬로 세워 놓고 분위기를 냈다.
---「이번 주말에 뭐 할까」중에서

그 사진 덕분에 나는 한 가지 당연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과 가장 닮은 풍경이 있다면, 다름 아닌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라는 사실이었다.
---「결말 닫는 사람들」중에서

기사는 해외의 어느 양 연구소에서 관찰한 내용을 전했다. 2년간 지켜본 결과, 수컷 5백여 마리 중에 암컷과만 교미한 양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그중 10퍼센트가 넘는 양은 암컷에게도 수컷에게도 어떠한 성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은우의 주의를 끌었다.
---「584마리의 양」중에서

실상 누구나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지만, 때로 은우는 그런 관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남들이 호소하는 외로움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결은 다른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은우는 아직 그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 낼 말을 찾지 못했다. 뭐든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이 직업이자 특기인데도 그랬다.

---「584마리의 양」중에서

출판사 리뷰

경쾌한 속도감, 산뜻한 유머 감각, 거기에 대담한 상상력까지
일상과 환상을 넘나들며 우리를 위로하고 또 키득거리게 만드는
17편의 은모든 월드


『모두가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안락』, 『애주가의 결심』 등으로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 온 은모든 작가의 첫 짧은 소설집 『선물이 있어』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17편의 소설에 담아냈다. 각각의 소설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문, 소설 속 열린 결말을 저지하는 조직, 수상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바 등 매력적인 키워드로 일상과 환상을 연결한다. 여기에 슬럼프에 빠진 무명 배우,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60대 여성 특수 요원, 엄친딸의 비밀을 알게 된 초짜 마케터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가능성과 스펙트럼을 펼쳐 낸다.

『선물이 있어』에서는 은모든 작가 특유의 경쾌한 속도감과 산뜻한 유머 감각, 대담한 상상력이 짧은 소설이라는 장르와 만나 마법 같은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웃다 보면 어느새 다정한 온기가 지친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 줄 것이다.

소외된 사람들과 관계를 향한 다정한 관심
애틋하고도 올곧은 마음들이 만나 그려 내는 가능성의 순간들


「선물이 있어」는 4부로 구성된다. 1부 「스파이와 눈사람」은 타인의 온기에 기대 인생의 혹한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눈 내리는 도로에 갇힌 싱글 대디, 빠듯한 한 해를 버텨 낸 신혼부부 등이 타인을 보듬는 풍경에서 관계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조직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구원자로 나선 충청도 출신의 중년 여성 특수 요원의 등장은 색다른 웃음과 함께 기존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2부 「시간을 열면」에서는 은모든 작가가 고택에서 묵을 때 구상하게 되었다는 조선 시대 마님 허 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채에 갇혀 살았던 마님들이 우울증에 시달렸으리라는 짐작에서 출발한 이 인물은 스스로 시간의 문을 열고 나와 정신과 진료실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개성 강한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의 문을 열게 된다.

3부 「12월의 마지막 토요일」에서는 이야기의 범주가 좀 더 확장된다. 태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 펼쳐진 민주주의 운동인 「밀크티 동맹」과 동명의 제목이 붙은 작품이라든가, 작가들을 대상으로 열린 결말을 닫도록 압박하는 조직이 등장하는 「결말 닫는 사람들」, 퀴어 커뮤니티의 맛깔난 연애담에 귀 기울이게 되는 「584마리의 양」 등이 재미의 외연을 안팎으로 확장한다.

4부 「블랙 크리스마스」는 혐오를 기반으로 한 유머가 더는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대의 풍속도를 보여 준다. 시작하는 연인들과 첫사랑의 복수를 다짐하는 바텐더, 승진은 밀렸어도 인간의 소망에 복무한다는 강령에 충실한 천사가 서로 교차하는 크리스마스이브 바의 풍경이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섣부르지 않은 위로, 나란히 걷는 보폭
친밀과 유대 속, 힘든 시간을 견딘 모두에게
선물이 되는 이야기


은모든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거치며 탄생했다. 유독 길고 어둡던 시간을 통과하며 어느 때보다 타인의 무탈과 무사를 기원하게 된 마음들이 17편의 소설에 알알이 박혀 있다. 그 친밀과 유대의 이야기는 지난한 매일매일이 우리를 할퀴고 가는 이 시대에 섣부르지 않은 위로, 그리고 나란히 걷는 보폭이 되어 줄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는 「이 세상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과 가장 닮은 풍경이 있다면, 다름 아닌 해가 떠오르는 모습」(「결말 닫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시대는 쌀쌀맞고 우리 행성은 병들었으며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화가 나 있지만」(박서련 추천사) 다행이다. 여기에, 또 한 해를 살았다고 위로하고 다시 한 해를 살아갈 수 있으리라 격려해 주는 선물이 있으니까.

저자의 말

「선물이 있어」에서 성지는 무릎까지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사람처럼 겹겹이 닥친 불운에 발이 묶인 상태지만, 소박한 계기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언젠가 현재의 지난한 매일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을 날을 그려 봅니다. 모쪼록 이 책의 짧은 이야기를 읽거나 들으신 분들도 기나긴 겨울처럼 웅크려 지내야 했던 시간 동안 쌓인 회한이 어느새 아득히 물러나는 순간을 맞이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바로 그런 선물을 받으실 수 있기를, 무엇보다 다가올 새해에 무탈하시기를요.

추천평

은모든의 소설은 속 깊고, 다정하고, 위트 넘치는 친구 같다. 그는 평범한 일상에 숨어 있는 다양한 보물을 찾아 우리에게 건네준다. 그에 더해 이 소설집에는 겨울이기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손모아장갑처럼 두 손을 모아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 마음도. 우리는 그런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 최진영 (소설가)
이토록 세심하게 관찰한 일상에 깔끔한 유머 감각, 때로 대담한 상상력까지 가미해 빚어낸 이야기들이라니. 시대는 쌀쌀맞고 우리 행성은 병들었으며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화가 나 있지만, 다행히 여기 선물이 있다. 어린이도 아니고 그다지 착하게 지내지 못했어도 좋다. 어디에 있었든 어떤 계절이든, 메리 크리스마스. - 박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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