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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모노클
읻다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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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푸른 말 11
곤충 13
1. 2. 3. 4. 5 15
아침의 빵 17
오월의 리본 19
초록 21
제비꽃 무덤 23
눈을 뜨기 위하여 25
꽃 피는 드넓은 하늘에 27
봄 29
꽃 31
별자리 35
전주곡 37
어두운 노래 53


기억의 바다 57
바다의 천사 59
구름과 같이 61
녹색 불꽃 63
녹색의 투시 67
The street fair 71
The Madhouse 75
유리의 날개 79
꿈 81
어두운 여름 83
프롬나드 91
단순한 풍경 93
포도의 오점 97
대화 99
단편 103
여름의 끝 105
구름의 형태 107
Finale 109


잠들어 있다 113
가을 사진 115
낙하하는 바다 117
태양의 딸 119
죽음의 수염 121
그 밖의 다른 것 123
계절의 모노클 125
신비 127
종이 울리는 날 129
오팔 131
검은 공기 133
녹슨 나이프 135


출발 139
눈이 내린다 141
눈 내리는 날 143
산맥 145
겨울의 초상 147
겨울 시(일부?합작) 155
옛날 꽃 157
백과 흑 159
매년 흙을 덮어줘 163
등 165
눈의 문 167
언어 169
순환로 171
계절 173

옮긴이의 말 174
수록 지면 196

저자 소개 2

사가와 치카

관심작가 알림신청
 

左川ちか

본명 가와사키 아이(川崎愛). 1911년 2월 14일 홋카이도 요이치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손에 자랐으며 아버지의 얼굴은 알지 못했다. 오타루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사범부에 진학하여 영어교원자격을 취득. 이후 오빠 노보루와 훗날 일본 문학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 이토 세이의 뒤를 따라 도쿄로 나오며 당대 모더니즘 시인들과 교류하고 습작 활동을 시작한다. 19세에 생애 처음으로 발표한 〈푸른 말〉, 〈곤충〉이 문단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문예지에 꾸준히 시를 발표하고 영미문학 번역가로도 활동하여 버지니아 울프, 미나 로이, 존 치버 등의
본명 가와사키 아이(川崎愛). 1911년 2월 14일 홋카이도 요이치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손에 자랐으며 아버지의 얼굴은 알지 못했다. 오타루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사범부에 진학하여 영어교원자격을 취득. 이후 오빠 노보루와 훗날 일본 문학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 이토 세이의 뒤를 따라 도쿄로 나오며 당대 모더니즘 시인들과 교류하고 습작 활동을 시작한다. 19세에 생애 처음으로 발표한 〈푸른 말〉, 〈곤충〉이 문단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문예지에 꾸준히 시를 발표하고 영미문학 번역가로도 활동하여 버지니아 울프, 미나 로이, 존 치버 등의 시와 소설, 평론을 번역했다. 21세에 출간한 제임스 조이스의 번역 시집 《실내악》은 살아생전 발표한 단 한 권의 단행본이었다. 시인 기타조노 가쓰에와 ‘아르쾨유 클럽(Arcueil Club)’을 결성, 다양한 지면에 작품을 발표하며 촉망받는 모더니즘 시인으로 도약하던 중 24세에 위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이듬해 최후의 시 〈계절〉을 끝으로 “모두 사이좋게 지내요.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1936년 1월 7일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해 11월, 이토 세이의 편집으로 《사가와 치카 시집》이 출간되었다.
이름에 있는 닦을 수(修) 자처럼 끊임없이 갈고닦는 번역가. ‘루리’의 빛도 닦기 나름이라 수행하는 마음으로 노력하지만, 어떤 날에는 ‘가차’ ‘가차’ 하며 울고 싶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세상 그 무엇보다 값지다. 이를 알려준 ‘게사니’처럼 목청을 높이며 나의 언어, 나의 문장을 기억하려 한다. 그러니까 사라져가는 ‘유카르’ 계승자가 되어 노래하고 싶어진다는 것. 새로운 소설을 쓸 준비가 되었다는 것. 이제 행운의 주문을 외울 차례다. ‘루루’ ‘루루’. 장편소설 《파도의 아이들》,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 하이쿠 안내서 《한 줄 시
이름에 있는 닦을 수(修) 자처럼 끊임없이 갈고닦는 번역가. ‘루리’의 빛도 닦기 나름이라 수행하는 마음으로 노력하지만, 어떤 날에는 ‘가차’ ‘가차’ 하며 울고 싶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세상 그 무엇보다 값지다. 이를 알려준 ‘게사니’처럼 목청을 높이며 나의 언어, 나의 문장을 기억하려 한다. 그러니까 사라져가는 ‘유카르’ 계승자가 되어 노래하고 싶어진다는 것. 새로운 소설을 쓸 준비가 되었다는 것. 이제 행운의 주문을 외울 차례다. ‘루루’ ‘루루’.
장편소설 《파도의 아이들》,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 하이쿠 안내서 《한 줄 시 읽는 법》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도련님》, 《은수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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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98g | 115*190*20mm
ISBN13
9791189433635

책 속으로

얼굴 반쪽을 가득 뒤덮은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밤은, 도둑맞은 표정을 자유로이 돌리는 멍든 여자를 기뻐 날뛰게 한다.
---「곤충」중에서

피아노에서 건반이 다 빠져나갔다 / 컴컴한 황야에서 나는 기쁨에 젖으리니 / 벌거벗은 낮의 행진을 방해하는 / 공중에 드러난 현은 끊어지리라
---「제비꽃 무덤」중에서

변화무쌍한 식물의 성장이 얼마나 발랄한지, 나는 그만 책을 읽을 수도 담배를 피울 수도 없었다. 가지가 흔들린다, 활활 타오르는 녹음에 에워싸인다, 식물들의 그 어떤 작은 움직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나 자신의 표현력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고, 손을 들거나 웃는 일조차 식물들의 표정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 것은 무엇 하나 없고 식물들이 움직이는 그대로를 반복하고, 표정 또한 식물들에게서 훔친 것이다.
---「전주곡」중에서

고리 하나가 더 늘었다는 것은 명랑한 날의 기념이자, 과거로 이어지는 사슬이 늘었다는 뜻이므로. 빛바랜 모든 것은 공중에 흩어져 마지막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차츰차츰 다가오는 공허한 울림, 그것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떠도는 파멸의 리듬일 줄이야. 자연의 움직임, 또는 정해진 질서가 입술 위에서 화려한 꿈을 갈망하는가.
---「전주곡」중에서

이곳 사람들은 미쳐 있다 슬퍼하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의미가 없다 눈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믿음은 불확실해지고 앞을 보는 일은 나를 초조하게 한다 / 내 뒤에서 눈을 가리는 것은 누구인가? 나를 잠에 빠뜨려다오.
---「녹색 불꽃」중에서

나는 미도리라는 이름의 소년을 알고 있었다. 뜰에서 길가로 가지를 뻗은 살구꽃처럼 무척 연약한 느낌이었다. 격리 병실에서 막 나온 참이었으니. 소년의 감색 새옷에서 나던 냄새가 눈에 선하다. 돌연 내 눈앞을 스쳐 갔다. 소년은 어둑한 과수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두운 여름」중에서

오직 한낮의 벌거벗은 빛 속에서만 현실은 붕괴한다.
---「꿈」중에서

어린 시절의 기차 통학. 벼랑과 벼랑 사이 풀숲과 삼림지대가 객실로 들어왔다. 양쪽의 유리에 옮겨붙는 밝은 녹색 불길로 우리의 안구와 손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승객들의 얼굴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짙은 부분과 옅은 부분으로 나뉘어, 덕지덕지 창가에 남겨졌다. 풀로 만든 벽에 기대어 우리는 교과서를 무릎 위에 펼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두운 여름」중에서

찌부러진 포도의 즙이 / 공기를 물들이고, 어둠은 공기에 젖는다. / 창백한 황혼 녘에 서성이며 / 사람들은 무거운 듯 심장을 말리고 있다.
---「포도의 오점」중에서

손가락은 건반 위 공기를 튕긴다. / 음악은 통곡으로 울려 퍼지며 헤맨다. / 다시 빛바랜 하루가 남고, / 한 무리의 죽음이 정체되어 있다.
---「계절의 모노클」중에서

창백한 황혼이 창문을 기어오른다. / 램프가 여자의 목처럼 하늘에 매달려 있다. / 거무칙칙한 공기가 방을 가득 채운다―한 장의 담요를 펼친다. / 책과 잉크와 녹슨 나이프는 나에게서 조금씩 생명을 앗아가는 듯하다. / 세상 모두가 비웃을 때, / 밤은 이미 내 손 안에 있었다.
---「녹슨 나이프」중에서

상냥했던 사람의 시체는 어디에 묻혔을까. 우리의 잃어버린 행복도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아침, 눈 덮인 지상이 아름다운 것은 그 때문이었다. 우리의 꿈을 파내는 것만 같은 삽 소리가 들린다.
---「겨울의 초상」중에서

맑은 날 / 말은 고갯길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싶었습니다. / 한 땀 한 땀 구름을 꿰며 / 휘파람새가 지저귑니다. / 그것은 자기에게 오지 않고, 자기를 떠난 행복처럼 / 슬픈 울림이었습니다.

---「계절」중에서

출판사 리뷰

푸른 말의 계절

말은 산을 달려 내려와 발광했다. 그날부터 그녀는 푸른 음식을 먹는다. 여름은 여자들의 눈과 소매를 푸르게 물들이고 마을 광장에서 즐거이 빙빙 돈다.
―〈푸른 말〉 중에서

말은 방금 근처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먼 세월이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계절〉 중에서

본명은 가와사키 아이. 1911년 2월 14일 작은 바닷가 마을 요이치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같은 학교 사범부에 진학하여 영어교원자격까지 취득했지만, 시를 사랑했던 오빠 노보루와 훗날 일본 문학사의 주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 이토 세이를 따라 도쿄로 상경해 그들이 마련한 목조 건물 3층의 작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사가와 치카’라는 필명은 이때 그들이 창간한 『문예리뷰』에 번역 작품을 게시하며 처음 썼다. 이듬해 같은 건물 2층에 살고 있던 시인 기타조노 가쓰에에게 첫 시를 보여주었고, 그렇게 시인으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때때로 아래층으로 얼굴을 내밀고 시에 대한 조언을 구했던 치카는, 이후 당대 모더니즘 시인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다양한 지면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시풍을 심화시켰다. 번역가로도 계속 활동하여 미나 로이, 버지니아 울프, 존 치버 등 유수한 영미 문학가들의 글을 번역해 소개했다. 스물한 살에 출간한 제임스 조이스의 번역 시집 『실내악室樂』은 그녀가 살아생전 출간한 유일한 단행본이기도 하다.

말을 좋아했던 시인의 첫 시와 마지막 시에는 모두 말이 등장한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출발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작정 도쿄로 향했던 치카. 제임스 조이스를 연상시키는 동그란 안경과 직접 디자인한 검은 벨벳 스커트를 입고, 긴자 거리를 가로지르는 치카의 활보가 시 곳곳에 묻어 있다. 1936년 1월 1일 발표한 시 〈계절〉에서 말은 짙은 녹음이 우거진 고갯길에서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따뜻한 기운을 감지하며 “먼 세월이 한꺼번에 흩어지는 것을” 본다. 이 시를 끝으로 발표하고 6일 후 시인은 “모두 사이좋게 지내요.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같은 해 11월 이토 세이의 편집으로 『사가와 치카 시집』이 처음 출간되었다.

생과 빛의 틈을 발견하는 환시의 감각

의사는 나의 얇은 망막에서 푸른 부분만을 떼어내리라. 그렇게 된다면 나는 더욱 활기차게 인사할 수도 있고 정직하게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어두운 여름〉 중에서

“전류와 같은 속도로 번식하”는 곤충, “닭이 차츰 피를” 흘리자 찌부러지는 태양, 그리고 “잔혹하리만치 긴 혀를 내밀고”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불꽃 등의 이미지를 살펴보면, 치카의 시는 한 편의 전위 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시 세계에서 ‘본다는 것’은 주요한 감각으로 등장하는데, 시 속에 등장하는 통학 열차, 사과밭, 하얀 꽃과 파고의 이미지는 시인이 나고 자란 마을의 정경과 겹쳐진다. 이 풍경에는 도시 생활자로서 그가 느꼈던 불안의 감정도 함께 녹아 있어, 시인의 회상은 단순히 노스탤지어에 그치지 않고 더 먼 곳에서 공명한다. 특히 치카는 쏟아지는 빛과 과잉된 녹색의 이미지로 맹렬한 생명력을 묘사하지만, 현실은 “오직 한낮의 벌거벗은 빛 속”에서만 붕괴하고 그 속에서 오히려 선명히 죽음과 외로움을 예감한다.

불면의 시간을 사랑한 ‘밤의 시인’

세상 모두가 비웃을 때,
밤은 이미 내 손 안에 있었다.
―〈녹슨 나이프〉 중에서

사가와 치카는 5년 여간의 창작 기간 동안 20여 편의 번역 작품과 80여 편의 시를 남겼다. ‘여성’ 시인에게 전통적이고 서정적인 시 쓰기가 요구되던 시대 분위기 속에서 틀을 깬 치카의 시 세계는 “과잉되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성에 매료되었던 문인들은 “사가와 치카의 작품은 그 시대에 하나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수많은 남성 시인들을 능가한 그의 강인한 푸른색 불은 경이롭다”, “간결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져 있는 암시력, 치카만의 교묘한 형식미가 숨어 있다”고 평하며 아낌없는 찬사와 애정을 남겼다. 그의 작품을 둘러싼 평가들의 상반된 온도는 그의 새로움이 몰고 온 혼란으로도 읽힌다. 모두가 무언의 휴식을 이어가는 밤 홀로 불을 밝힌 시인의 방처럼, 사가와 치카의 세계는 일본 근대 시의 최전선에서 발광하고 있었다.

또다시 밤새는 버릇을 들이고 말았습니다. 옆방에서 몰래 오빠의 담배 케이스를 가지고 나와 골든배트 한 대를 피워 물면 정신이 맑아져 잠이 오지 않습니다. 맛있지도 않은 담배를 멍하니 무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왜 이렇게 밤이 좋아졌을까요. (...) 그리고 또 저는 나뭇잎 색깔이나 어두운 바다나 잠들어 있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세상 가장 무서운 일과 흉악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거대한 어둠 속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밤의 저편에서 이미 실제로 일어나고 있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있는 것은 저 하나입니다.
―〈나의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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