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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 회색 옷을 입은 여인
028 … 끔찍하고 축축한 것 044 … 공포에 질린 얼굴 069 … 어두운 유산 090 … 스타버스 가문 사람은 목이 부러져 죽는다 118 … 자정은 너무 빨리 닥친다 128 … 교도소장실 안에서 150 … “죽음의 함정 같은 것은 어떻습니까?” 172 … 빌어먹을 혈통 194 … 살인에 관한 회상록 217 … 저주를 풀다 234 … 교도소 안의 빛 253 … 벽 속의 비밀 268 … 시구 속 암호 288 … 모험가 버지 306 … 살인범을 기다리며 329 … 죽음이 방에 입장하다 350 … 살인자의 진술서 375 … 작가 정보 387 … 해설 | 이동윤 |
John dickson C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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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기네스 맥주가 담긴 커다란 잔을 들어 콧수염에 닿지 않도록 솜씨 좋게 한 입 들이켜더니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안녕하신가.” 그가 싹싹한 태도로 말했다. “혹시 자네가 램폴이라는 친구인가?”만약 그 낯선 사람이 “보아하니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것 같은데”라고 덧붙였더라면 램폴은 아예 기절해버렸을 것이다. 남자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자 몇 겹 접힌 그의 턱이 생동감 있게 흔들렸다. 그는 쾌활한 태도로 크게 웃었다. “허허허.” 꼭 통속극에 등장하는 악당 같은 모습이었다.
--- pp.21~22 “사람들이 교도소를 지었어.” 펠은 말을 이었다. “교수대 근처에……. 스타버스 가문에서 두 세대에 걸쳐 그곳을 다스렸다네. 자네 나라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교도소장이라고 부르겠지. 스타버스 가문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목이 부러져 죽곤 했어. 즐거운 마음으로 고대할 일은 결코 아니지.”펠이 시가에 불을 붙이려고 성냥을 그었다. 램폴은 그가 미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유령 이야기로 자네를 겁주려는 건 아니야.” --- p.33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쇠꼬챙이에 관통당한 몸으로 우물 가장자리에 매달린 채 그 속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시체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을 더듬어가며 우물을 따라 빙 돌기 시작했다. 알고 싶다는 광적인 욕망에 휩싸여, 쇠꼬챙이를 움켜쥐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러다가 절벽 가장자리에 채 못 미쳐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데,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발에 차였다.그는 그것을 더듬기 시작했다. 손에 감각이 거의 없었기에 죽도록 신중을 기해야 했다. 차가운 얼굴과 부릅뜬 두 눈, 흠뻑 젖은 머리카락이 느껴졌다. 하지만 목은 마치 고무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목이 부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가 마틴 스타버스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번개의 섬광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 p.117 “그러면 막바지에 이른 겁니까?”“막바지까지 왔지.” 펠 박사가 말했다. “내일 끝을 보게 될 거야. 전보 한 통이 톡톡한 역할을 했거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들고 있던 손전등의 불빛은 시체에서 돌려놓은 채였다. “진상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가 갑작스럽게 덧붙였다. “한 명이야. 이 살인을 전부 저지를 수 있었던 자는 단 한 명뿐일세. 놈은 이미 세 명을 죽였고, 오늘 밤에 네 번째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몰라. 내일 오후에 런던에서 기차가 도착하네. 열차 시간에 맞춰 나가도록 하세. 그러면 이제 살인범도 끝이야.” --- pp.314~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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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저주의 안개 속에서 빛나는 지성과 논리
애거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과 함께 영미 미스터리 소설의 황금기를 이끈 존 딕슨 카는 불가능 범죄, 밀실 트릭, 역사 미스터리부터 평전 및 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약을 보인 미국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사건과 기발하고 정교한 트릭에 정통한 한편, 호러와 오컬트에도 심취해 오컬트적인 요소 혹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미스터리에 혼합시키기를 즐겼다. 카의 작품에는 오래되고 으스스한 저택이나 기괴한 건물, 불길한 전설 또는 괴담, 저주나 금기, 축축한 공기가 감도는 분위기가 곧잘 등장하는데, 이러한 초자연적인 요소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서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고안된 트릭,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추리와 대비되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마녀의 은신처』에서는 잉글랜드 채터럼 지역의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교도소와, 그 교도소를 건설하고 관리해왔던 스타버스 가문에 얽힌 불길한 소문이 고딕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침내 가문의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피할 수 없는 인습과 “스타버스 가문 사람은 목이 부러져 죽는다”는 저주의 말을 실현하는 듯한 죽음이 실제로 발생하고, 주인공들은 불가사의한 공포로 내몰리고 만다. 하지만 이 순간이야말로, 불가해한 현상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기디언 펠 박사의 추리가 진정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기디언 펠 박사의 첫 등장 기디언 펠 박사는 존 딕스 카가 창조한 탐정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자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다. 그는 법학 박사이자 왕립역사학회 회원, 그리고 런던 경찰청의 명예 고문으로 활약한다고 소개되는데, 『마녀의 은신처』에서 첫 등장한 이래로 20여 편의 작품에서 등장한다. 그 가운데 『세 개의 관』은 밀실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존 딕슨 카의 작품 중 최고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펠 박사는 주로 망토를 둘러 입은 거대한 몸을 두 개의 지팡이로 지탱해 걸으며, 콧수염을 기르고 챙 넓은 모자를 쓴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서는 명탐정 브라운 신부를 탄생시킨 미스터리 작가 G. K. 체스터턴의 외모만이 아니라 성격까지도 많이 닮아 있어 그를 모델로 삼고 창조되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밀실 범죄 혹은 ‘불가능 범죄’에서 대활약하는데, 완벽한 해답에 이르기 전까지는 절대 추론을 밝히지 않는 명탐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한편으로는 쾌활한 성격에 온갖 술을 즐기고, ‘영국 사람들의 맥주 마시는 습관’에 깊은 흥미를 지녔으며 코미디를 좋아하는 유쾌한 성격이기도 하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