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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orn Lar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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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얀 Y.를 설득해서 추리소설을 쓰게 했다네.”
“세상에!” 베리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믿기지가 않네요.” 순드도 말했다. 페테르센은 몸을 숙여 서류가방을 집어 들더니 두툼한 원고뭉치를 탁자 위에 쿵 하고 올려놓았다. “자, 얀 Y.라는 문장의 대가를 추리소설에서 만나는 거야.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네. 기껏해야 50페이지쯤 남았겠지. 내 생각엔 결말도 이미 그 사람 머릿속에 준비가 되어 있어. 이제 내일 저녁이면 계약서를 쓸 수 있다네.” “어떤 작품인지 저희도 알아도 됩니까?” 베리가 물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네. 원고가 완성되면 그때 자네들도 읽어보고 의견을 제시하고 제안할 것은 제안해주게.” “과하게 힘을 쏟으시는 거 아닙니까? 추리소설 한 권에 베테랑 편집자 세 명이 매달리다니요.” “안 돼, 이건 그냥 잘 꾸며진 상업 추리소설이 아니라 진정한 문학이야. 해외 출판사들에도 벌써 그렇게 약속을 해놓고 판권을 팔았다네.” ---「1장」 중에서 경찰 작가가 분명히 드물다지만 바르크는 시를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더 나은 경찰이 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시가 있기에 바르크는 다 닦아놓은 길에서 벗어나 놀라움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어떤 것도 간단히 믿지 않고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요컨대, 시는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에게 사람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며 제각기 독자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사람은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상황에 따라 달리 행동한다. 바르크는 어떤 상황에서는 불행한 사랑이 끔찍한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고뇌가 어떤 유전적 성향보다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아는 경찰이었다. ---「2장」 중에서 얀 Y.가 암살되었다는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지금 시인의 인기와 시집의 매출은 훌쩍 뛰어올라 있었다. 얀 Y.의 시집 두 권은 불과 며칠 사이에 품절되어 재쇄에 들어갈 참이었다. 그래서 페테르센은 얀 Y.가 추리소설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이미 7개 국가에 판권이 팔려 번역이 끝나는 대로 동시 출간될 거라는 뉴스를 터뜨리기로 결심했다. 또한 소설의 ‘민감한’ 내용이 작가가 살해된 이유일지 모른다는 정보도 흘려두었다. 결국 모든 것은 소설의 폭발적 판매로 이어질 것이었다. 페테르센은 출판사가 시인의 비극적 죽음을 악용한다는 신랄한 비난을 받으리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등 책임질 필요가 없는 상황을 이용하는 게 뭐가 어떻단 말인가? 이 기회에 좋은 책을 많이 팔아보겠다는 게 그렇게도 부도덕한가? ---「17장」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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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 대한 당신의 통념을 산산이 깨뜨린다!”
북구 스릴러의 클리셰 속에 녹아든 삶과 문학에 대한 성찰 순문학과 장르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혹적인 추리소설 세차게 비가 내리는 2월의 어느 날, 존경받는 시인 얀 Y. 닐손이 살고 있던 배에서 목 매달린 시체로 발견된다.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경찰관 마르틴 바르크는 자칫 자살로 종결될 뻔한 시인의 죽음이 살인 사건임을 밝혀내지만, 용의자는커녕 살해 동기조차 짐작할 수 없다. 완벽히 오리무중의 사건. 단서는 단 하나, 시인이 쓰던 미완성 추리소설 원고뿐이다. 재계 거물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시인의 추리소설은 담당 편집자인 페테르센을 비롯해 시인의 친구이자 추리소설가인 안데르스 베리스텐, 변호사 미카엘 크론고드 등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그 내용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서는 일말의 혐의점도 찾아볼 수 없다고 여긴 바르크는 일단 소설 속 인물들과 실존 인물들을 대비해가면서 살해동기와 용의자를 추측해나간다. 그러는 와중에 바르크는 다양한 이유로 출간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성사시키려는 사람들 사이의 대립을 목격하게 되고, 이 소설에 엄청난 선인세가 걸려 있다는 데 착안해 출판계 내부적으로도 살해 동기를 추적해나간다. 그러면서 상황은 바르크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나간다. 추리소설을 쓰는 시인이라는 다소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이 소설은,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플롯 속에 상업화된 문학과 출판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 문학에 대한 성찰이 빛나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재계의 비리, 상업화된 출판계와 문단에 대한 비판이나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은 그리 드물지 않은 편이다. 이 작품이 빛나는 지점은 유사한 내용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달리, 현재의 스웨덴 문단을 비롯해 문학 자체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 심도 깊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시인의 죽음을 추적하는 경찰관 마르틴 바르크는 시인 지망생으로, 인생과 범죄수사를 시에 빗대어 연결 짓곤 하는 인물이다. 이에 따라 시인의 죽음은 단순히 추리소설을 둘러싼 재계 및 출판계의 비리를 언급하는 데서 더 나아간다. ‘존경받는 시인’이 ‘추리소설’을 쓴다는 데 따른 출판계 내외부의 시선을 비롯해 장르 문학에 대한 폄하, 문학의 가치 등 ‘문학’ 자체에 대한 성찰이 본질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학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만한데, 저자는 여기에서 기존 스릴러와 다른 방식으로 예기치 못한 반전을 이끌어낸다. 저자 비에른 라르손은 본래 추리소설가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순문학과 에세이로 명성이 높은 현대 작가로, 유럽 및 영미권에서 가장 유명한 스웨덴 현대문학가이다. 1999년에는 프랑스에서 그해에 가장 명망 높은 해외 작품에 수여하는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미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 현대 라틴문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알바로 무티스,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폴 오스터 등이 수상한 바 있는 권위 있는 상이다. 또한 순수문학 작가가 쓴 추리소설이라는 점과 작품 속 시인이 처음으로 추리소설에 도전함으로써 일어나는 이야기들, 스웨덴 재계와 출판계에 관한 일화들은 허구와 사실의 경계는 물론, 순문학과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적 구분마저 허물어뜨리면서 독특한 패치워크를 이루어낸다.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동시에 추리소설에 관한 통념을 깨뜨리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 아닌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 동안 독자들은 추리소설이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즐거움을 맛보는 동시에 문학 본연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