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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라는 비밀
제1부 노랑어리연/ 해란초/ 새우란/ 흰얼레지/ 오동꽃/ 조팝나무 꽃/ 너도바람꽃/ 국화꽃/ 닻꽃/ 홍매화/ 광릉요강꽃/ 복주머니란/ 금강초롱/ 복사꽃/ 노루귀/ 깽깽이풀꽃/ 금은화/ 꽃다지 제2부 바람 소리/ 첫눈 첫발/ 꽃 살완경/ 마음공부/ 손맛/ 불 켜진 나의 집/ 바위산/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풀싸움/ 모기/ 길 위에 서 있는 그대에게/ 언니의 꽃밭/ 양치질을 해/ 초승달/ 꽃사태/ 백로 무렵/ 국화차를 마시며 제3부 연애/ 공룡능선/ 신록의 집/ 첫사랑/ 바람 숨/ 11월/ 통속을 걷는다/ 지는 꽃, 가는 봄/ 늦사랑/ 봄꽃 시장/ 사월이 오면/ 그리움/ 가을 얼굴/ 마음을 찾습니다/ 창가의 선인장/ 이별 속/ 밤의 편지/ 동짓날 밤 제4부 치마-퀼트하는 여자/ 바느질하는 시간-퀼트하는 여자/ 인형-퀼트하는 여자/ 쿠션-퀼트하는 여자/ 골무-퀼트하는 여자/ 누빔 이불-퀼트하는 여자/ 화이트퀼트-퀼트하는 여자/ HOUSE-퀼트하는 여자/ 마마 벽걸이-퀼트하는 여자/ 선보넷-퀼트하는 여자/ 가방-퀼트하는 여자/ 바늘-퀼트하는 여자/ 로그캐빈-퀼트하는 여자/ 수국꽃을 놓으며-퀼트하는 여자/ 조끼-퀼트하는 여자/ 지하철을 뜨는 노파-퀼트하는 여자 제5부 세월/ 공원에서/ 퇴근하는 마스크/ 하현달/ 목장갑 속 겨울/ 30 1일/ 단맛/ 사가네 왕만두/ 벽제 날개 대여점/ 풍야마카시/ 드럼드럼/ 겨울 중랑천/ 정치 2022/ 자일리톨 껌/ 시인 [인터뷰] 사랑 찾기 혹은 시의 길 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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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은밀한 곳을
가장 환하게 열고 있는 꽃을 보면 비밀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줄기 한 줄기 꽃대를 올리는 뿌리의 내공 속에 그대를 깊이 저장해 두는 일 다시 꽃피는 봄날 있어 마음문 열리듯 꽃문이 열려도 그대는 알지 못하리 꽃이 피는 비밀 그대 흘려보낸 자리에서 그대 피워내는 일 ---「그대라는 비밀」중에서 그런 날 있었나 생이 비구름에도 젖지 않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아 그림자까지 환하게 눈부신 날 억세게 운수 좋은 그런 날 있어 순간 먹구름 사라지고 온몸을 열어주던 그대 만났을 때처럼 그렇게 한 번은 황홀해야지 꽃이 꽃에게 위로받고 찬란이 찬란하고 손을 잡아 향기가 향기로만 전해지던 숲에서 지천 군락을 이루던 꽃잔치 꽃 천지 한 번은 뜨거워야지 그림자 떨군 자리에 지는 몸을 누일지라도 춤춰야지 노래해야지 그대 손 잡아야지 온몸으로 안아야지 ---「새우란」중에서 종일 삯바느질로 다리 절며 오는 어머니 가는 길 오는 길 당신의 길을 엮어 내 머리카락을 만들어주시네 딸아 모든 길이 네 머리 위에 있다 다 다져 놓았으니 넘어지지 않을 게다 머리가 무거워요 어머니 당신의 걸음이 너무 깊이 박혀 있어요 딸아 모든 길이 네 머리 위에 있다 다 묶어 놓았으니 흩어지지 않을 게다 두 발을 허공에 들고 머리가 먼저 길을 더듬어요 물구나무선 채로 가도 되나요? 어머니 ---「인형―퀼트하는 여자」중에서 이름만으로도 위태로운 꽃이 있다 사는 곳을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숨겨야 하는 1급 보호 식물 너무 아름다운 것이 죄가 되나 꽃 피는 일이 단두대에 서는 일 같아 발견되면 누군가 뿌리까지 파헤쳐 일가가 멸종되는 꽃 마음을 마음에 숨겨두고 존재를 존재 속에 가두어도 어느새 꽃대는 자랐다 주름치마 펼쳐 들고 연지곤지 붉은 입술 다물고 두려움 없이 피어난 꽃 당신이라는 숙명을 향해 고개를 들고 보니 여기가 마지막임을 알겠네 그대만 향해 뻗어 가는 굴애성(屈愛性) 설령 꽃 피우는 일이 목숨을 놓는 일이라 해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꽃이기에 ---「광릉요강꽃」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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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너무 어려워지는 때에 쉬우면서도 낡지 않고, 대중성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참신한 소재와 진정성 있는 주제가 리듬을 타고 흐른다. 꽃은 언제나 많은 시의 소재가 되지만, 이 시집에 나타난 꽃의 시상은 오랜 세월 직접 꽃을 보고 찾아다닌 생생한 현장성이 있고, 사라져 가는 귀한 꽃들이 전달하는 의미를 메시지가 아닌 소통의 방식으로 표현된다. 단지 꽃의 생김새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꽃과 화자가 일체화되어 타자와의 관계를 형성한다든지, 꽃 자체의 존재만으로도 사랑의 완성을 보여주는 등 다른 꽃 시와는 차별화된 화자의 세계관이 이 시집에선 그려지고 소통이 된다. 또한 이 시집에서는 작가 인터뷰를 통해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시집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며 소통할 수 있다.
최근 시집 중에 ‘역대급’이라는 표현으로 이 시집의 평을 하고 싶다. “시가 잘 읽힌다. 감동이 있다.” 감각적 언어와 심상, 그리고 시 속에 녹아 있는 우리들의 나날살이를 엿볼 수 있는 시집으로, 읽을수록 되새기게 되고, 읽을수록 큰 여운이 남아 한동안 빠져들게 된다. 이 시집을 권유하는 이유다. 시인의 말 빈방이 있다. 빈방은 공간보다는 시간적 개념이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그리움 크고 작은 연민들이 빈방에서 나를 안아주었다. 퀼트, 자수, 야생화 이들은 간혹 시가 되기도 했다 결국 빈방은 시인 동시에 나의 삶, 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