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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 레 민 퀘
간행사 구미중심적 세계문학에서 지구적 세계문학으로 머나먼 별들 정말 늦은 어느 오후 계절 끝에 내린 비 양끝 하늘 중턱 시멘트 마을 놀이 증기 기관차 홀로 길을 건너다 강 줄기 역자 후기 |
Le Minh K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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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 명이다. 아가씨 셋. 우리는 고지 아래 동굴에 산다. 동굴 앞을 지나는 도로는, 언덕까지 이어지고, 저기 어디까지 이어지는데, 멀다! 도로는 작살이 났고, 붉고, 흰 흙이 섞여 있다. 도로 양편에 서 있는 나무들은 푸른 잎사귀가 없다. 잎은 다 떨어지고 말라 타버린 나무 몸통들만 있다. 뿌리가 무성한 나무들은 굴러다니고 있다. 큰 돌무더기들. 석유통 몇 개 혹은 찌그러진 자동차 차체가 녹슬어 흙 속에 놓여 있다.
우리들의 일은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이다. 터지는 포탄이 있을 때 뛰어가서 포탄 구덩이를 메울 흙의 양을 측정하고, 터지지 않은 포탄 수를 세고, 필요하면 포탄을 터뜨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노면(路面) 정찰조’라고 부른다. 영웅적인 업적을 이루고 싶은 갈망을 일으키는 이름이다. 따라서 업무 역시 전혀 간단하지 않다. 우리는 포탄 때문에 늘 파묻힌다. 고지에 기어 올라갔다 돌아오면 반짝거리는 두 눈만 보일 때도 있다. 웃으면 꼬질꼬질한 얼굴에 새하얀 이. 그런 때, 우리는 서로 ‘까만 눈의 귀신들’이라 부른다. 부대에서는 우리에게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뭐라도 생기면, “정찰하는 애들에게 줘. 걔들은 위에 사람도 없잖아.” 그러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된다. 부대는 보통 해가 질 때 도로로 나선다. 그리고 밤새 일을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고지에 대낮에도 달려간다. 대낮에 고지로 달려가는 건 장난이 아니다. 죽음의 신은 장난을 좋아하지 않는 존재이다. 그는 포탄들 속에 숨어 있다. 나는 지금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허벅지에 있다. 당연히, 나는 군인 병원에 가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일의 재미라는 게 있다. 어디에 이런 데가 있을까? 연기가 피어오르는 땅, 당황스러운 분위기, 비행기는 윙윙 멀어져 가고 있다. 신경은 밧줄처럼 팽팽하고, 심장은 박자를 무시하고 쿵쾅거리고, 발은 뛰어가는데 아직도 폭발하지 않은 포탄이 주변에 수없이 널렸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 당장 폭발할 수도 있고, 잠시 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폭발할 것이다. 그리고 일이 끝나고, 뒤돌아 한 번 더 도로 구간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동굴로 뛰어 돌아온다. 밖은 30도가 넘는 더위지만 동굴로 기어들어 오면 다른 세상으로 바로 이르는 것이다. 전신은 시원함으로 갑작스럽게 부들부들 떨게 된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컵이나 수통에 있는 물을 마신다. 설탕을 탄 샘물이다. 끝나면 축축한 바닥에 길게 누워, 게으르게 눈을 찌푸리고 언제나 건전지가 충분히 있는 작은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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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민 퀘(본명 :레 티 민 퀘)는 단편소설을 주로 쓰는 문인으로 베트남 현대 문학사적으로는 1945년 이후 약 30년간 베트남 문학을 지배했던 혁명문학시기부터 1986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도이머이(쇄신刷新)문학에 걸쳐 살아남은 유일한 베트남 여성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소재와 변화무쌍한 인물들, 살아있는 대중적인 언어 사용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와 함께 계속 글을 발표하고 있다.
1969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여, 창작 초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초까지 레 민 퀘는 자전적인 성격이 많이 묻어나는 남녀 청년 돌격대, 전쟁터의 젊은 병사, 자신을 던져 전쟁에 자원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이 책의 「머나먼 별들」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레 민 퀘 초기 작품 속 인물들은 활기차고, 삶을 사랑하며, 천진난만한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 전쟁을 떠올릴 때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베트남 민중들의 무거운 사명감보다는 치열한 전쟁터라는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으로 생활하는 개개인들을 볼 수 있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머나먼 별들」이 베트남 중학과정 문학교과서에 소개가 되고 수많은 외국어로 번역 출판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머나먼 별들」은 레 민 퀘가 19세에 쓴 첫 단편으로 이 작품으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쟁 속에서도 낭만을 찾았던 시대에 일상의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 시기의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긴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평화의 시대를 맞이해 겉으로는 일상에 묻혀 있는 듯 했지만 실은 수많은 슬픔과 기쁨, 걱정으로 복잡했다. 30년이나 이어졌던 전쟁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베트남 사람들은 급속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또 다른 ‘전투’를 치루고 있는 중이었다. 레 민 퀘와 같은 세대가 모든 것을 던져 얻고자 했던 평화로운 삶은 너무나 쉽게 생각하지 못 했던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에 대한 회의가 밀려들었다. 「시멘트 마을」이나 「홀로 길을 건너다」에서 그런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여성작가로 레 민 퀘는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통해 여성 인물들의 우울한 감정에 대해 쓴 여러 작품이 있다. 이 책에도 「정말 늦은 어느 오후」, 「계절 끝에 내린 비」, 「증기 기관차」에서 감성적이면서 애정에 목말라 하고, 일상의 평범함에 지쳐 눈물을 흘리지만, 결국 아름다운 추억을 아깝게 삼키며 또 하루를 참아내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계절 끝에 내린 비」의 주인공 미는 마치 나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아 번역을 하는 내내 공감을 하기도 하고 위로가 되었다. 어떤 작품이든 레 민 퀘는 베트남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소소한 일상에서 묻힌 듯 담담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놀이」에서는 작가의 진화된 실험정신을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베트남 현대사에 대한 노골적인 평가와 민간신앙인 모신교(母神敎 đ?o M?u)적인 색채를 덧입혀 이야기를 풀었기 때문에 모신교에서 사용되는 거울, 립스틱, 화려한 의상 등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런 장치의 등장이 생뚱맞게 느껴지는 부분이 여러 곳 있을 것이다. 나는 베트남에 있으면서 여성신을 모시는 모신교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이 독특한 민간신앙은 짙은 화장, 화려한 여성의 복장을 한 무당이 거울 앞에서 일종의 굿을 하면서 접신을 하고 어머니신은 주로 재복을 내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놀이」에서는 썸이 배 위에서 태어날 때 도왔던 점잖은 아주머니가 무당의 역할을 한다. 이런 작가의 변신 부분에 대해서는 레 민 퀘의 작품 연구를 지도하는 베트남 전문가조차 미신이나 심령적인 것을 그녀의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없다고 단언했지만 작가는 나의 모신교 성격이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 맞다는 확인을 해 주었다. 앞으로 베트남 문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좀 더 이 작품의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레 민 퀘의 단편은 대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냉정하게 사회상을 보여주고 끝마무리가 잘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결말로 독자에게 여러 방향으로 연상을 할 수 있는 여운을 준다. 「양 끝」이나 「하늘 중턱」은 민족분단과 이념의 대립 등 베트남과 유사한 현대사를 거쳐 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교적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 작가의 말 여러분의 손에는 베트남 여성작가인 저의 단편집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집의 번역이 훌륭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보통 낯선 땅에 가 보고 싶을 때, 그 나라에 대한 지도를 보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주 문학작품을 읽습니다. 깊이 있는 문학작품은 여러분이 아직 발조차 내딛지 않은 한 나라에 이르는 길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에 대해 가장 빨리 이해하기 위해 나의 단편소설과 다른 베트남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10년을 전쟁에 참여한 사람입니다. 맨 처음, 자원 청소년인 나의 일은 공병처럼 길을 닦고 미국의 폭탄을 터뜨리는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 나는 종군기자로 전쟁이 가장 치열한 모든 곳을 다녔습니다. 1975년 전쟁이 끝날 때 다낭으로 들어가는 부대에 있었습니다. 나는 미국의 포탄에 맞부딪친 베트남 사람에 대한 작품 몇 편을 썼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전쟁 후의 삶, 빈궁한 상황, 소비시대로 들어서면서 문화가 메말라가는 나라를 재현했습니다. 어떤 주제로든 나는 전쟁 중 내 가슴 속 과감한 마음에 대해서, 나라의 독립과 통일을 위한 베트남 사람들의 희생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는 또한, 전쟁이 50년을 넘게 지나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미처 아물지도 않은 수많은 상처 위에 모든 것을 다시 건설해야 해서 힘겹게 극복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독서에 푹 빠져있던 베트남사람들, 전쟁에 나가면서도 배낭에 책을 가지고 다녔던 사람들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 작가의 책임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요즘에 문학책이 많이 읽히지 않습니다만, 나와 같은 작가들은 아직도 글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일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나는 글을 썼고, 계속해서 항미 전쟁에서 나와 내 친구들의 젊은 시절 추억으로 여전히 화려한 삶의 체험들을 써내려 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