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샅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혁명이 알겠으면 일구.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구, 아직 이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 나보다 얼마든지 날뛰던 놈들도 있는데 나쯤이야......'
--- p.83 |
|
이 층 삽 조 다다미방에 혼도시와 유카다 바람에 뒹굴고 있던 이인국 박사는 견디다 못해 부채를 내던지고 일어났다. 그는 목욕탕으로 갔다. 찬물을 펴서 대야째로 머리에서부터 몇 번이고 내리부었다. 등줄기가 시리고 몸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도 무엇인가 짓눌려 있는 것 같은 가슴속의 갑갑증을 가셔 낼 수는 없었다.
그는 창문으로 기웃이 한 길가를 내려다보았다. 우글거리는 군중들은 아직도 소음 속으로 밀려가고 있다. 굳게 닫혀 있는 은행 철문에 붙은 벽보가 한길을 건너 하얀 윤곽만이 두드러져 보인다. 아니 그곳에 씌어 있는 구절. '친일파, 민족 반역자를 타도하자.' 옆에 붙은 동그라미를 두 겹으로 친 글자가 그대로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어제 저물녘에 그것을 처음 보았을 때의 전율이 되살아왔다. 순간 이인국 박사는 방쪽으로 머리를 홱 돌렸다. --- p.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