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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우리가 잊은 하늘
1. 이해와 화해, 그리고 공존 「미래소년 코난」 - 폐허 속에 피는 희망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선악의 저편 「원령공주 (모노노케 히메)」 - 거대한 자연 2. 하늘, 그 저주받은 꿈 「천공의 성 라퓨타」 - 변화의 잠재성 「붉은 돼지」 - 노인과 하늘 「바람이 분다」 - 가책의 꿈 3. 길 밖으로의 여정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 - 낭만 도둑 「이웃집 토토로」 - 보이지 않는 세계 「마녀배달부 키키」 - 마법 소녀의 성장통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너의 이름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인생의 회전목마 「벼랑 위의 포뇨」 - 인문학과 괴담 4. 청춘의 기록들 「바다가 들린다」 - 소년과 소녀의 여름 안에서 「귀를 기울이면」 - 사랑, 그 놈 「코쿠리코 언덕에서」 - 잃어버린 것들의 가능성 「마루 밑 아리에티」 - 세상 밖으로 에필로그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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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고병권의 해석처럼, ‘인더스트리아의 무기들이 과학의 힘을 상징한다면, 코난의 발가락은 원초적인 힘의 상징으로서의 자연성’인지도 모르겠다. 기술 문명은 우리의 신체적 능력을 퇴화시킨다. 그 퇴화를 보완하기 위해 더 진보한 기술을 만들어 내는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점점 자연성을 잃어 간다. 그 결과로서 단절을 겪은 인류의 역사, ‘미래소년’ 코난은 다시 적어 내려갈 ‘새로운 시대’의 상징성이기도 하다.
--- p.25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인간과 자연의 대립이 잘못된 관계에서 나타난 허구이며, 실상 자연은 우리 자신을 치유하는 생명의 힘이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나 자연의 보복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할 것으로 기대했던 ‘거신병’이 사실은 자연과 인간을 모두 파괴한 장본이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자연은 언제든 우리를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 p.50 근대의 과학기술이 인간의 불안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지적한다. 자연의 불확실성에 맞서기 위해 인간은 자연을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우리의 불안은 우리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형태가 될 때까지,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연을 닦달하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원령공주」에서 등장하는 인간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연이 지닌 생명력을 탈취하려 한다. --- p.58 오늘날에 과연 저런 공동체가 존재할까? 예전에는 아이들을 그 마을에서 다 키웠다. 동네 형아들 따라 다니다 보면 금세 하루가 지나가곤 했었는데, 오늘날에는 그 골목문화가 사라졌다. 때문에 주부들의 육아에 대한 주부들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그 시대의 조건이 달라지면 인간의 조건이 달라진다던 아렌트에 빌리자면, ‘정’으로 해결되던 사회적 문제들에 비용이 들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점점 경제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커뮤니티도 개인주의적 성향의 집단으로 변해 간다. --- p.82 얄궂은 운명.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과연 배려였을까를 돌아보게 되는, 한 여자를 기구한 팔자로 만들어버린,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포르코의 비행정이 지나의 치마폭을 스치는 바람으로 마음을 전한 후 다시 하늘 멀리로 사라지는 장면은, 그들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언제나 곁에서 지켜주겠노라. 친구들의 영혼이 함께하는 이 하늘에서…. --- p.105 국제정치에 관해서는 가볍게 건드리고 있지만, 실상 요즘의 일본과 관련한 이슈들과 맞물려 있는 시의성이기도 하다. 도둑들의 낭만은 허구일지 모르나, 정치가들의 기만은 시대를 초월한 현실이기도…. 도둑들의 액션활극인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은 진짜 도둑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p.121 「이웃집 토토로」의 저변에는 그런 그리움의 이미지가 채워져 있다. 내가 살아본 시절도 아닌데, 그리움이라니? 살이 다 삐져나온 낡은 우산을 건네는 남학생이 우리 아버지들의 어린 시절은 아니었을까? 메이를 귀엽게 바라보는 사츠키의 짝궁이 큰 고모의 어린 시절은 아니었을까? 언니의 불편함은 생각지 않고 마냥 즐겁기만 메이가 막내 이모의 어린 시절은 아니었을까? 하는 공상을 덧대게 되는, 그런 회상의 이미지를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그리움’이란 단어로 대신하는 내 표현력의 한계 너머에 펼쳐져 있는 판타지이다. --- p.123 우리는 성장의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욕망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남들에게 행복으로 비춰질 거라 믿는, 사회로부터 공증 받은, 남들도 다 욕망하는 욕망의 매뉴얼들이 채워지는 것을 행복으로 알고 살아가기에 발생하는 문제들. 이는 행복에 관한 다른 정의를 지니고 있는 무의식과의 트러블이다. 이 문제에 대해 유년의 기억 속에서 답을 찾아낸 대표적인 문학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하야오의 큰 주제이기도 한 ‘잃어버리는 시간’을 표상하는 대표 캐릭터가 키키일지도 모르겠다. --- p.144 가오나시는 순박하면서도 관계에서는 다소 소외된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렇듯 자아가 약한 성격들이 관계의 함수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 그 사회를 대표하는 욕망체계로 자아를 대신하게 된다. 그래서 순진했던 이들이 타락의 수렁에 빠지면 더 걷잡을 수 없는 것이기도…. 욕망의 화신이 되어버린 가오나시가 증명하고 있는 것도, 이 온천장이 욕망의 공간이란 사실이다. --- p.150 어른이란 명분으로 행해지는 모든 관성과 관습, 새로움과 낯섦에 대한 거부, 익숙한 것들로의 안락을 추구하는 순간 젊음은 안락사를 하고 마는 것이다. 삶에 대한 긴장감이 사라지는 순간 당신은 이미 늙고 있는 것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 동력으로서의 불꽃은, 젊디 젊은 열망을 담고 있는 ‘심장’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 p.170 언어는 맥락이다. 문제는 누구 입장에서의 맥락이냐는 것. 나의 이해로 다가선, 나를 둘러싼 맥락에서의 오해. 조금 더 다가와 달라는 시그널이었을까? 아니면 조금 더 다가가고 싶었던 나의 해석이었을까? 최선의 경우를 상상해 보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입술을 비집고 나와 버린 그 고백으로 인해 불편함 혹은 부담의 거리로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하는 복잡한 심정.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진실보다도, 이젠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내 진심이 더 불안이라서…. --- p.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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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 없는 눈으로 보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결국 그 귀결의 지점이 유년 시절이다. 물론 비판의 의견도 있지만, 그 시절의 정서가 우리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프로이트의 행복론은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꺼내어 보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펼쳐진 하늘만큼이나 환상적인 공간이 또 있을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는 느낌이 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들. ‘비행(飛行)’을 다루는 장면들이 유난히 많은 그의 세계가 가업에서 비롯된 영향이란 사실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정신분석에서 해석하는 하늘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맞물려 있는 공간이다. 동심에 기반해 어른들까지 설득하는 하야오 자신의 꿈이 맞닿은 공간이기도 할 테고…. 이젠 사회의 중추가 된 중년들의 유년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래소년 코난」 때부터 이고 있었던 저 파란 하늘, 그 하늘 아래에서 다시 만나는 코난과 포비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득달같이 들러붙는 삶의 권태를, 잠시나마 따돌릴 수 있게끔 해주는 하야오의 작품들은 그 대답을 ‘지나간 어느 여름날’의 소녀와 소년에게서 찾아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라고 칭송받지만, 그에겐 애니메이션은 행복한 작업이 아니다. 되레 지루하게 느껴지는 그 작업을 끝내고 난 다음 날에 다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상하다고….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는 다수의 개개인이 목적이다. 자기 혼자 행복해지는 게 인생의 목표라는 것, 내가 사는 목적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생각은 납득을 못 하겠단다. 그 공적 행복의 역사를 간추린, 이 또한 독자들의 가슴 속에 젖어드는 한 권의 행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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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사람들 보면 정말이지 존경스러워요. 그렇게 성공했으면 떵떵거리며 살 것도 같은데, 그렇게 수도자처럼, 그 나이에도 직원들하고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보면, 이 사람이 정말 그걸 좋아하는구나를 느낄 수가 있죠. - 박상규 (SK 엔무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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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진실을 아름다운 환상으로 표현하는 그의 세계는, 이 시대에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 제소정 (판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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