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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007
감염 033 리발관(離拔館)의 괴이 143 내 친구 좀비 167 내일의 어스름 205 사흘 245 죽은 팔 273 그림자 아래 315 타인의 친절 353 전화 389 작가의 말 414 추천의 말 418 |
Bora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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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자들에게 다른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 고통받고 괴로워하며 가해자에게 도취감을 제공해주는 오락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잊어버린다. 하나의 도취감이 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되면 그들은 잊는다. 그리고 다른 오락거리를 찾아 나선다. 이유 없는 고통을 당한 사람은 잊지 않는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며 즐긴 사람에 대한 증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중에서 폭력이란 이상한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이면서 마지못해 툭툭 건드리는 정도에서 시작했지만, 주먹을 한 번 뻗을 때마다 그 강도는 점점 세졌다. 처음에는 몸통, 중에서도 맞아서 크게 다치지 않을 법한 부위를 생각해서 골라가며 때렸다. 그러나 몇 번 그렇게 때리다가 주먹이 두 번째로 명치를 가격하고, 남자가 다시 몸을 반으로 꺾었을 때 미처 손을 조절하지 못해 주먹이 뺨에 가서 맞고, 당황하는 나에게 남자가 ‘얼굴 때리셔도 됩니다’라고 속삭인 시점에서 이미 나는 통제력을 잃었던 것 같다. (중략)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아무리 부탁받았다고는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나는 왜 이 지경으로 때렸는가. ---「감염」중에서 “전에는 그런 얘기 들으면 그러고 사는 애들이 한심했는데, 이제는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막 큰 걸 바란 게 아니잖아? 서른이 넘으면 어쨌든 직장이 있고, 결혼해서 아이가 있고, 안정된 생활이 있고,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고작 그거 이루기가 왜 이렇게 힘드니. 아주 약간 다르게 사는 게 뭐가 그렇게 큰 죄라고? 대체 어디서부터 엇나간 걸까?” 그녀는 무기력한 자조의 웃음을 띠었다. ---「내 친구 좀비」중에서 빛이 밝게 보이는 것은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사물의 윤곽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음영이 그 테두리를 두르고 있을 때이다. 인간의 몸속에는 빛이 들지 않으므로 내장 기관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언제나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인간의 두뇌는 매끈하지 않으며, 오히려 주름이 많이 지고 그 골이 깊이 파여 있을수록 기능이 뛰어나다. 인간의 마음속 골짜기와 그림자의 깊이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알 수도 없다. 인간은 겉과 속에 여러 가지 어둠과 그림자를 수없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다. ---「그림자 아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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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주목을 받은 정보라 작품 세계의 계보를 좇아서
“정보라는 환상적이고 무서운 소재를 사용해 소설을 쓰지만 결국 상실, 트라우마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탐구한다. 작품을 읽고 난 뒤 강렬하고 충격적인 기분을 느꼈다.” _프랭크 윈(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 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로 선정된 이후 프랑스·독일·벨기에·중국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된 『저주토끼』가 또 한 번 2023 전미도서상 최종심에 오르며 한국 문단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은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윌리엄 포크너, 수전 손택, 코맥 매카시 등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수상했으며 전 세계 4대 문학상(노벨문학상, 부커상, 공쿠르상, 전미도서상) 가운데 하나이다. 『종의 기원』과 『82년생 김지영』이 전미도서상 1차 후보에 올랐고, 한국계 미국인이 쓴 『신뢰 연습』『파친코』가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거나 노미네이트된 적은 있으나, 전미도서상 최종심에 오른 한국인은 정보라 작가가 유일하다.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뿐 아니라 퍼플레인에서 최근 출간한 신작 『한밤의 시간표』도 미국, 폴란드, 튀르키예 등으로 저작권 수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 책의 미국 저작권 수출을 담당한 에이전트는 “『저주토끼』보다 완벽하게 진화했다. 더 진중하고, 일관성 있고, 침투하는 톤과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정보라는 기묘하면서도 명확하게 이 사회의 관심사와 문제를 반영해낸, 진정한 통일성과 추진력을 갖춘 연작소설을 써냈다. 귀신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도, 흔치 않게 회사 배경인 것도 마음에 든다. … 영미권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으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부커상 국제 부문 심사위원장 프랭크 윈*도 “정보라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마술적 사실주의’가 두드러진다.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계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평행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 작품을 읽고 난 뒤 강렬하고 충격적인 기분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씁쓸하고도 묵직한 뒷맛은 바로 현대사회의 문제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작품의 기저에 흐르고 있기 때문일 터,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곱씹어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은 SF문학가들의 산실 역할을 해온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통해 발표한 그의 초기작부터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이에 퍼플레인은 환상문학으로서의 압도적인 마력과 사회적 메시지들이 응축된 초기 단편들을 선별해 시리즈(『아무도 모를 것이다』,『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로 엮어왔다. 정보라의 오랜 팬뿐 아니라, 그가 지금 여기 왜 세계적 주목을 받는지 궁금한 독자들이 그 작품세계의 계보를 좇아가며, 한층 더 깊숙이 ‘보라 월드’에 빠져들어 보기를 기대한다. 나는 기괴하고 비일상적이며 때로 부자연스러운 상황과 줄거리를 표현하기 위해 똑같이 기괴하고 비일상적이며 종종 부자연스러운 언어를 사용한다. 나는 매끄럽고 예쁜 문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이야기들이 매끄럽지도 예쁘지도 않기 때문이며, 내가 보는 세상이 전혀 매끄럽거나 예쁘지 않기 때문이다. _저자의 말, 〈낯설게 보는 세상〉에서 “악(惡)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잠식하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드는 환상 괴담 정보라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쓸 때에 나는 많이 슬프고 화가 나고 불안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일인시위를 이어가며 고뇌와 고통을 담금질하던 시절에 쓴 이 이야기들이 이후‘저주와 복수’라는 테마로 변주되며 독자들 마음을 뒤흔든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표제작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를 포함한 열 편의 작품 곳곳에서 작가가 벼려놓은 칼날 역시 인간의 마음에 깃든 악의 뿌리를 향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폭력성은 어떻게 물들고 어떤 방식으로 타인을 지배하는지(단편 〈감염〉), 신의 형벌을 받은 듯 사후에도 소멸되지 못한 영혼들(표제작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은 어떤 비극을 맞이하는지, 타의에 휘둘려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이들(단편 〈죽은 팔〉)은 어떤 희극을 감내해야 하는지, 탐욕과 집착으로 점철된 삶의 현실 속 지옥(단편 〈사흘〉)은 어떤 빛깔인지를, 작가는 날카롭고 직설적인 언어로 길어 올린다. 그중에서도 압도적 표제작으로 손꼽힌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깃들어 있다. 최소한의 인륜을 저버린 이들의 당위적인 죽음과, 먼지처럼 우주를 한없이 떠도는 목 잘린 영혼, 이승에서의 부질없는 탐욕을 깨닫게 하는 죽은 영혼들의 대화까지… 이야기 곳곳에는 이처럼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가 태엽처럼 맞물려 있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쉼 없이 흔들며 ‘그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하여 마침내 어떤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를 묻는다. 이처럼 소설의 행간마다 날카로운 칼끝을 숨겨둔 정보라 작가는, 불온하고 부조리한 탐욕이 어떻게 점화되고 발화되는지를, 악(惡)이 우리의 일상을 어떤 방식으로 집어삼키는지를, 부질없는 탐욕을 품은 우리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를 현실적인 감각으로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이에 『저주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는 “처음에는 나와 동떨어진 다른 세상 얘기인 듯하지만, 한참을 읽다 보면 ‘소설 속 세상이 여태껏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었구나’ 하는 기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한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쉬이 읽어 넘기기 쉬운 행간 너머에서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뻗어 나온 악의 뿌리를 목격한 순간, 독자들은 자신의 명치에 박혀 있던 현실의 고통을 그제야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속 골짜기와 그림자의 깊이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알 수도 없다. 인간은 겉과 속에 여러 가지 어둠과 그림자를 수없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다. _〈그림자 아래〉, 335쪽 “탐욕은 어떤 빛깔의 낙인(烙印)을 남기는가 초현실적인 극사실주의로 그려낸 세상의 이면 과거에는 영화와 소설로나 접했던 ‘묻지마 범죄’와 ‘살인사건’을 언론과 SNS매체를 통해 쉽고도 자세히 접하는 요즘이다. 그런 외로운 사람들의 뒤틀린 욕망과 광기를, 정보라 작가는 소설 속에서 현실감 넘치는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그러나 질타를 받아 마땅한 그들에 대한 시선이 차갑고 매몰차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일말의 온기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포착하며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생의 섭리를 깨닫게 한다. 현실 속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 너머에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이면과 삶의 고통, 인생의 의미, 불온한 집착과 욕망 등을 섬세하게 담아낸 것이다.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간극, 그 어딘가에 위치한 정보라의 작품세계는 극사실주의(極寫實主義)를 추구하는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적인 현실을 지극히 생생하고 완벽하게 묘사하는 이 미술기법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묘사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충격을 준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언제나 현실에서 소재를 얻는다”고 인터뷰한** 정보라 작가는 "소재를 크게 확대하거나 한국과 거리와 시간상 멀리 떨어진 이야기를 맥락에서 떼어내 이야기 안에 재배치하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각조각은 모두 있었던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는데, 바로 그런 소설구성 기법이 독자들에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의 이면을 맞닥뜨린 듯한’ 착각을 안기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라 작가의 소설 속에서 되살아난 현실적이고도 은밀한 우리네 삶의 표상을 SF·호러·판타지 등 다양한 소설기법을 한 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신간이 더욱 뜻깊고 반갑다. 공포스러우면서도 기묘하고, 초현실적이면서도 섬뜩한 반전을 품은 ‘보라 월드’를 유영하다 보면 “남은 쪽수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글자를 핥듯이 읽었다”는 조예은 작가의 후기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남은 쪽수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글자를 핥듯이 읽었다. 긴 여운을 감당하기 위해 중간중간 눈을 감고 쉬기도 했다. 모두에게 가능한 한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악몽으로 남을 책이라고 확신한다. _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작가 * “정보라, 무섭고 환상적인 소재 쓰지만 트라우마 등 인간의 본질적 감정 탐구” _동아일보(2022-05-02) ** “현실 확대하고 재배치하면 비현실적 이야기” _연합뉴스(2023-01-28) 작가의 말 내가 쓰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기괴하고 비일상적이다. 나는 기괴하고 비일상적이며 때로 부자연스러운 상황과 줄거리를 표현하기 위해 똑같이 기괴하고 비일상적이며 종종 부자연스러운 언어를 사용한다. 나는 매끄럽고 예쁜 문장을 추구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이야기들이 매끄럽지도 예쁘지도 않기 때문이며, 내가 보는 세상이 전혀 매끄럽거나 예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독자님들의 세상이 너무 지나치게 기괴하고 너무 오랫동안 낯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온하고 차분한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는 그냥 잠시 이상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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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을 때는 나와 동떨어진 다른 세상 얘기를 듣는 것 같다. 하지만 읽다 보면 ‘소설 속 세상이 여태껏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었구나’ 하는 기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귀신이 안 보인다 한들,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본래 ‘귀신’이란 잊으려 했으나 잊히지 않는 것들, 죽었어야 하나 아직도 이승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들을 일컫는 말 아닐까.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저승에서 이승으로까지, 혹은 망각의 땅에서 의식의 최전방까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들의 이야기다. 정보라 작가는 무속인 같은 남다른 민감함으로 죽은 자와 산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신칼처럼 찬란할 정도로 번뜩이는 날카로운 언어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안톤 허 (『저주토끼』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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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혹적인 열 편의 이야기는 한시도 우리를 떠난 적 없는 모든 끔찍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폭력과 고통, 상실과 불운, 그리고 죽음과 운명에 대해. 그것들은 창밖의 잘린 머리처럼 시뻘건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된다. 이 책의 무수한 멋진 점 중 하나는 바로 그런 두려움의 정체를 길어 올려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태연한 얼굴로 환상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베일을 벗기는 이야기들은 기묘한 위안과 섬찟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 글자를 핥듯이 읽었다. 긴 여운을 감당하기 위해 중간중간 눈을 감고 쉬기도 했다. 모두에게 가능한 한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악몽으로 남을 책이라고 확신한다. - 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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