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야들아, 내 얘기 좀 들어 볼텨?”
이 책에 글을 쓴 이승호 작가는 동화 《책 좀 빌려 줘유》로 어린이 책 세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늦깎이 작가입니다. 한때는 신문기자로 일한 적도 있고 신문으로 지난 시절을 돌아보는 책을 쓴 적도 있지만, 적어도 최근 몇 년 간은 글과 인연이 먼 삶을 살았습니다. 사실 전작 《책 좀 빌려 줘유》도 처음부터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었습니다.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소개해 준 작가들의 인터넷 카페에 자신이 처음 만난 어린이 책, 《걸리버 여행기》에 대해 쓴 글이 눈 밝은 작가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게 사달이었지요. 그 글을 어린이들에게도 읽히고 싶다는 주변의 끈질긴 꼬드김에 넘어가 책을 내기에 이른 것이고요. 그래서일까요? 이승호 작가의 책은 족히 4-50년은 된 옛날이야기임에도 “나 어릴 적엔 이렇게 고생하며 살았니라.” 하는 훈계조의 회고담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야들아, 내 얘기 좀 들어 볼텨?” 하고 꼬마 이야기꾼이 잔뜩 신이 나서 같은 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깝지요. 그러기에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 넘어 지금 아이들에게도 성큼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책 《똥 호박》도 작가가 어릴 적 짝꿍에게 들으며 ‘이히히, 별꼴이여. 뭐 그런 황당한 어른들이 다 있댜. 딴 애들헌티도 얼렁 얘기해 줘야지.’ 했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책입니다. 그 속에 똥이 호박이 되고 호박이 다시 똥이 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순환이나 이웃 간의 구수하고 진득한 정에 대한 이야기를 티 안 나게 버무려 넣은 것은 어른의 마음일 테고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이승호 작가와 함께 호흡을 맞춘 김고은 작가의 그림은 독자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흙먼지 풀풀 날리고 인분 냄새 폴폴 나는 옛 시골 마을로 데려갑니다. 어쩌면 어린이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그 시간과 공간이 조금도 낯설지 않은 것은 주인공들의 팔딱팔딱 살아 있는 표정과 몸짓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선 애호박 같은 얼굴을 흉하게 일그러뜨린 채 잉잉 우는 동순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항문에 힘을 쓰는 동이, 코털이 잔뜩 삐져나온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마뜩찮은 표정을 짓는 호통 아저씨……. 세 주인공의 꾸밈없는 표정과 몸짓은 이들을 어제도 보고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볼 친구나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 줍니다. 배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유쾌한 웃음은 말할 것도 없고요. 두 작가가 함께 작업한 동이와 동순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든 동화책으로든 더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비단 편집자들만의 욕심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