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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장편소설
김중혁
문학과지성사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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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일상과 삶을 바라보는 김중혁의 유쾌한 시선
김중혁의 세 번째 장편소설. 월요일처럼 길고 긴 비밀의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사람의 발자취를 지워주는 ‘딜리터(delete)’ 사설탐정 구동치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들. 인간 누구나의 마음 속에 숨겨진 이기적인 욕망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 기발한 이야기.
2014.03.25. 소설/시 PD

책소개

목차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소설가. 메모 전문가. 종이에 낙서하기 전문가. 백여 개가 넘는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수백 권의 노트에다 메모를 남겼다. 그중 몇 개의 메모는 소설이 되었고 몇 개의 메모는 에세이가, 몇 개의 메모는 그림이 되었다. 그중 몇 개의 메모는 농담이 되었고, 그중 몇 개의 메모는 수면 위로 떠오를 때를 기다리며 잘 쉬고 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소설집 『1F/B1 일층, 지하 일층』, 『악기들의 도서관』,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 에세이 『무엇이든 쓰게 된다』, 『뭐라도 되겠지』, 『영화 보고 오
소설가. 메모 전문가. 종이에 낙서하기 전문가. 백여 개가 넘는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수백 권의 노트에다 메모를 남겼다. 그중 몇 개의 메모는 소설이 되었고 몇 개의 메모는 에세이가, 몇 개의 메모는 그림이 되었다. 그중 몇 개의 메모는 농담이 되었고, 그중 몇 개의 메모는 수면 위로 떠오를 때를 기다리며 잘 쉬고 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소설집 『1F/B1 일층, 지하 일층』, 『악기들의 도서관』,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 에세이 『무엇이든 쓰게 된다』, 『뭐라도 되겠지』,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등을 썼고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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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430g | 130*188*30mm
ISBN13
9788932026121

책 속으로

이영민은 사소한 디테일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구동치는 생각했다. 구동치 역시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가 고려하는 디테일에는 늘 이유가 있어야 했다. 디테일은 단서이거나 은유이거나 상징이어야 했다. 이영민의 이야기 속에 있는 디테일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이야기를 지루하게 만들 목적이라면 의미 있는 디테일이겠지만…… 구동치는 팔짱을 끼었다. 생략해도 될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p. 17

구동치는 이영민의 눈을 보았다. 깊은 곳에 불안이 있었다. 그 불안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구동치는 상관하지 않았다. 눈 속의 불안은 아직 껍질을 깨고 나오기 전의 새와 같다. 불안은 자라서 공포가 되기도 하고, 폭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구동치는 사람들의 불안을 사랑했다. 불안하지 않으면 아무도 탐정을 찾지 않을 것이다. 구동치는 사람들의 불안에 먹이를 주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p. 52

눈이 내리면 모든 눈송이들을 잡아채서 녹여버리고, 날씨가 흐려지기라도 하면 대형 강풍기로 먹구름을 모두 몰아낼 기세였다. 구동치는 그런 모습이 싫으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런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되고 정확하게 통제되는 세상, 물건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있고 꼭 있어야 할 사람들만 있는 세상. 구동치는 그런 세상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완벽한 세상이라면 구동치가 해야 할 일은 없어지고 말 것이었다.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 조각들이 마치 노블 클럽의 조작에 의해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녹색 코트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p. 69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우리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확장해나가면서 내가 모르는 세계를 줄여나간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모르는 세계는 늘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하게 마련이다. 구동치는 굳이 물건을 없애는 것보다는 물건의 위치를 바꾸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구동치는 두 개의 세계 모두에서 물건을 없애는 것을 풀 딜리팅full deleting이라 불렀고, 나를 둘러싼 세계에서 내가 모르는 세계로 물건을 옮기는 것을 하프 딜리팅half deleting이라 불렀다. 물건을 그저 옮기는 것만으로 딜리팅이 가능한 것이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풀 딜리팅이든 하프 딜리팅이든 문제 될 게 없었다.
p. 85
그들은 잠에서 깨어난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골목을 걸어 내려와서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레밍쥐들처럼 커다란 도로로 걸어간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걸어 나가는 사람들이다. 구동치의 환영 속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소리만 남고 모두 사라졌다. 구동치는 살기 위해서 절벽으로 걸어가는 그 사람들을 존경했다.
p. 109

배동훈의 태블릿 피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동훈의 태블릿 피시를 없애지 않는다고 해서 구동치가 곤란해질 일은 없었다. 책임을 물을 사람은 이미 없다. 배동훈과의 계약서에는 보증인도 없다. 태블릿 피시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구동치가 알 바 아니다. 태블릿 피시 속에 들어 있던 정보가 세상으로 빠져나와서 큰일이 생긴다 해도 구동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할 만큼 했고, 할 만큼 했으면 그걸로 됐다. 됐다. 전부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구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질 못했다. 어떻게 해서든 태블릿 피시를 찾아서 그걸 부숴버려야 했다. 그래야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
p. 259

비밀의 가격은 과연 얼마인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정도의 가격을 불렀다. 전략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건 딜리터로서의 윤리라고 할 수도 있었다. 비밀이 몹시 중요한 사람은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지키려고 든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밀의 등급을 낮추고, 비밀을 포기한다. 비밀의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는 일, 비밀의 가격을 정확히 책정하도록 도와주는 일, 그것이 바로 딜리터의 역할이었다. 구동치가 상담비를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백기현에게는 조금 더 비싼 가격을 부르긴 했다. 포기가 쉽도록 도와준 것이다.
pp. 236~37

가끔 김인천의 책상 맨 아래 칸 서랍을 볼 때마다 기묘한 생각이 들곤 했다. 그 속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아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현실에서는 잡히지 않았던 범인이 죽도록 두들겨 맞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던 이야기,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가 그 속에 들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묘하게 흥분됐다. 딜리팅해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게 된 건 김인천의 탓일지도 모른다고, 구동치는 생각했다. 비밀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묘한 흥분을 주는지 그때 처음 알게 됐다.
p. 290

그의 계획을 들으며 구동치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살아 있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삶을 붙잡으려는 손짓이라면, 죽고 난 후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삶을 더 세게 거머쥐려는 추한 욕망일 수도 있었다. 구동치는 이영민의 계획이 안쓰러우면서도 무서웠다.
p. 328

구동치는 딜리팅을 시작하던 초기, 자신이라면 뭘 없애고 싶을지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비밀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구동치의 유일한 비밀은 자신의 비밀을 없애려는 사람들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숨길 게 없었다. 비밀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구동치는 비밀을 없애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 이후의 삶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딜리팅은 타인의 힘을 빌려 그 삶을 조금 바꿔보려는 것이었다.
pp. 344~45

---본문

출판사 리뷰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유쾌하고 쿨한 시선, 그 속에 따뜻함과 존엄이 있다
―그것이 김중혁이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걸어 나가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탐정 구동치의 삶을 억누르게 되자 구동치는 점점 자신의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그런 구동치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그가 사랑하는 악어동네이다. 구동치는 악취가 나는 악어빌딩도, 다닥다닥 붙은 집들도, 길과 길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골목도 좋아한다. 골목 속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다. 가파른 골목과 산길로 연결되어 악어가죽의 무늬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살며 새벽이 되면 몰려나와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골목을 걸어 내려와서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레밍쥐들 같고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같지만 이러한 일상의 숭고와 대면하며 구동치는 그 사람들 하나하나를 존경했다. 김중혁은 서늘하고 음습하며 냄새나는 기운을 묘사하며 우리를 악어동네로 인도하지만 막상 그 동네에 들어가 보면 구동치와 같이 친근하고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독특하고 개별적인 사람 누구라도 하루라는 일상의 숭고와 대면하고 있다는 것을 작가 자신이 충분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누구보다 이런 일상을 사는 사람을 위로하고 싶었고 웃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구동치가 김인천 형사가 쓴 소설 「역지사지 살인사건」을 읽은 뒤 평가하는 장면은 인상적인데,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소설을 관통하는 뜨거운 심장이 느껴졌다”가 그것이다. 작가는 그런 소설을 꿈꾸지 않았을까. 어떤 관념에 이르기보다는 사람들 속에 숨은 슬픔의 틈을 이해하는 작가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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