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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들에게 -007
석탄 -015 페티시 -023 솔라리스 -039 시 -053 레티파크 -063 증인들 -075 종이비행기 -089 제도 -103 포플러 꽃가루 -115 어떤 기억들 -127 뇌 -147 편지 -161 꿈 -171 동쪽 -185 귀환 -201 교차로 -215 어머니 -229 옮긴이의 말 -243 |
Judith He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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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의 어머니는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는 사람이 부서진 마음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산 증거였고, 그녀는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틀어박혔다. 그것이 빈센트의 평생을 좌우할 거라고 생각하니 이상야릇했다. 우리는 빈센트의 작고 꼬질꼬질한 두 손에서 석탄을 받았다. 마치 성체처럼.
---「석탄」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각 케이크를 다 먹었다. 내가 지금껏 늙은 사람들한테서만 보아 온 그 특유의 강렬한 탐욕으로 케이크를 먹었다. 그에게 호모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짐작건대 중요한 건 내가 그를 위해 조각 케이크를 샀고, 내가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그가 병들기 전에 자두 케이크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었다. 이 모든 게 중요했고, 그중에서 분명 또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중요했다. ---「시」중에서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엘레나와 사귀었는데, 그것은 무언가 다른 일이었다. 그는 엘레나에게 달려들었다. 엘레나는 자기를 포기할 용의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녀는 숫제 자유로워 보였다. 그녀는 육 주 후에 페이지 샤쿠스키의 마음을 부수었다. 그의 마음 한가운데를 부수고 그 참에 둘로 조각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다시 연필을 머리에 꽂고 알록달록한 줄 전구를 켜고 가게 문 앞에 앉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레티파크」중에서 그녀는 두 손을 들어 손가락을 펼치고 손끝을 조심스레 관자놀이에 얹는다. 그리고 조금 누른다. 그러고 나서 두 손을 다시 내린다. 그녀가 말한다. 가끔 나는 모든 걸 다시 분해했다가 새로 조립하고 싶어.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아냐. 하지만 이미 있는 걸 가지고 다른 걸 만든다? 글쎄, 그건 안 돼. 새미랑 루크를 봐. 나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 ---「종이비행기」중에서 보야나는 셀마에게 말한다. 이 모든 걸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직 자신에게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고. 로베르트가 왜 떠났는지를. 그녀가 사실상 거의 평생을,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낸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를 이해할 시간이. ---「포플러 꽃가루」중에서 그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을 주지 않고, 거의 모든 질문을 열린 채로 놔둔다. 마치 단 하나의 질문에도 유효한 답은 없으며 어떤 결정에도 정말 타당한 근거는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무언가를 끝까지 사고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고, 모든 깨달음 뒤에 어차피 새로운 어려움이 나타난다고 보는 걸 수도 있다. 그는 테레자를 그녀의 추측들과 무계획한 인식들의 밀림 속에 홀로 내버려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있는 것,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것은 중요하다. 흐린 형체임에도 확고한 크기를 가진 존재로서. ---「꿈」중에서 왜 그들이 그 일로 엄마를 성가시게 하고, 엄마가 그걸 알아서 무엇 해요. 하지만 나의 어머니는 이 질문들을 무시했다. 그녀는 명명백백히 이 질문들을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치부했다. 그녀는 화제를 전환하고 다른 일을 이야기했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그녀는 그런 유의 질문들이 조만간 어차피 저절로 답해진다는 걸 아는 듯 보였다. ---「어머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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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 대해 쓴다. 나는 스스로의 삶을 따라서 쓰고, 다른 글쓰기는 모른다.”
‘21세기의 루이제 린저’ 유디트 헤르만 그녀가 매우 어둡고 힘든 소설을 끝낸 직후 낡은 집에 앉아 써내려간 17컷의 이야기들 독일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유디트 헤르만의 『레티파크』가 마라카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서 2010년 소설집 『알리스』가 출간된 후 12년 만에 새로운 번역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유디트 헤르만은 1998년 이십 대의 나이에 『여름 별장, 그 후』를 발표하며 “독일 문학이 고대했던 문학적 신동”이라는 전례 없는 찬사와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작가는 이전 작품들을 통해 사랑과 고독, 방황, 슬픔을 담백하고 투명한 문체로 매우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며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에 출간하는 『레티파크』는 열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긴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을 ‘매우 어둡고 힘든 소설을 끝낸 직후’ 자기에게 낯선 베를린 어느 구역의 낡은 집 내닫이창이 있는 방에서 써내려갔다. 창 너머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맞은편 집에 사는 이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다채롭고 수수께끼 같은 의미들이 실린 타인들의 일상’의 장면들을 스냅사진처럼 그러모은 뒤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레티파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대개 중년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추억, 회상, 상실이 주된 주제여서 헤르만이 이전에 쓴 작품들에 등장했던 젊은 인물들이 나이를 먹어 과거를 돌아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독자는 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찍은 사진들을 보며 그 사람의 일대기를, 그의 삶을 상상하고 추측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마치 「어떤 기억들」에서 모드가 그레타 할머니의 가족사진들을 보고 그녀의 인생을 추측하듯이. 그러나 그 추측은 불확실하고, 불완전하며, 모호하다. “그녀는 침대 위에 걸린 사진들을―그레타 남편, 자녀들, 개와 집의 사진들, 그레타의 긴 생애 전체를― 도힐끗 훑어본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레타를 찾아내기에는, 반백년 전 그레타의 표정을 찾아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_「어떤 기억들」 중에서 분량이 매우 짧은 데다 유디트 헤르만이 원체 구구절절 설명하는 작가가 아니어서, 독자는 『레티파크』를 읽으며 더욱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많은 여백으로 하여금 독자는 보다 자유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읽는 재미가 있다. 또한 이 ‘알 수 없음’, ‘이해할 수 없음’, ‘모호함’이 오히려 우리 인생의 실상과 더욱 가깝기에, 허구로 쓰인 이야기들임에도 더욱 사실처럼 와닿는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나에 대해 쓴다. 나는 스스로의 삶을 따라서 쓰고, 다른 글쓰기는 모른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쓰는 소설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는 듯한,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 절제의 미덕이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이국에 사는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건 ‘사실이라는 바닥에 단단히 정박해 있는’, ‘스스로의 삶을 따라서 쓴’ 이야기여서다.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 진실을 어슴푸레 알 것 같지만 그것이 뭔지 말할 순 없는 기분. 때론 진실 때문에 멀어지는 아이러니. 사랑 때문에 마음이 부서지는 아픔. 작가가 풀어놓는 열일곱 편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마주했던, 하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장면들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때 겪은 일, 느낀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비록 정확한 문장과 단어로 된 이름표는 아닐지라도. 그렇게 이름표를 붙이고 나면, 잘 헤어질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얽매던 모든 것으로부터. “그는 데보라가 물 한 컵을 아이의 두 손에 들려 주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아이가 물을 마시는 동안 그녀가 그에게 던지는 시선에서 그는 자신들이 경계에 이르렀음을,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본다. 이 분기점에서 그는 놀랍게도 또다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를 받을 것이다. 비록 그는 진실을 말했지만.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이유에서.” _「뇌」 중에서 “그는 일단 오래도록 침묵한 뒤에 아마도 말할 것이다. 그건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고.” 독자는 『레티파크』 속 이야기를 읽으며, 분명히 말할 수 없고, 또렷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인생의 진실에 더 가까움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는 여느 때처럼 대놓고 말하는 대신 넌지시 보여준다. 안개 속을 거닐 듯 뿌옇고 흐린 무수한 날들 속에, 잠깐 해가 나서 마침내 제대로 보고, 이해하게 되는 찰나의 순간. 깜짝 선물처럼 받아 들게 되는 보석 같은 순간. 그런 순간은 살아 있는 자만 만날 수 있다고. 그러니 받아들이고, 계속 살아가라고. “내 꿈속에서 사람들은 당신의 얼굴을 하고 있어. 페이지 샤쿠스키는 이 문장을 로제에게 썼다.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파괴할 수 없는 것, 무언가 밝은 것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돌연 로제는 그가 어디에 당도했건 간에 잘 지내기를 열렬히 소망한다. 다른 누군가의 꿈속에 나타나는 얼굴이었던 걸로 족할 수 있다. 그것은 정말로 축복 같은 일일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엘레나가 그 점에 관해 그래도 아직 아는 게 있기를, 레티파크가 아직 중요하기를 바란다. 그 겨울 사진들, 많은 걸 약속하는 그림자들, 불확실 속으로 가는 길들이.” _「레티파크」 중에서 인생은 본디 밝고 화창한 날보다 보통의, 아니, 보통보다 더 흐리고 어두운 날들이 많기에, 인생을 따라 쓴 그녀의 글도 조금 어둡고 음울하다. 그럼에도 이 어둠에서 도리어 편안함과 안온함이 느껴지는 건, 깜깜한 어둠이 아닌 은은한 불빛 하나 켜둔 어둠이기 때문이리라. 우리 모두 한때는 누군가의 꿈에 나타난 얼굴이었다는 사실, 미래의 장례식을 상상하면 울게 되는 얼굴이었다는 사실. 비록 지금은 아닐지라도, “그걸로 족할 수 있고, 그것은 정말 축복 같은 일일 수 있다.” 과거에든, 지금에든, 미래에든,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중요한 의미일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위안은 얼마나 큰가. 가족, 부부, 친구 혹은 잘 모르는 사람들 간의 만남, 사랑, 권태와 상실에 관한 열일곱 편의 이야기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 켠에 작고 은은한 불빛이 켜진다. 다른 누군가가 알아챌 만큼 큰 불빛은 아니어도 내 안을 밝히기엔 충분한 크기의 불빛이. 그 불빛이 우리 인생에 오래도록 묻혀 있던 어느 장면들을 떠오르게 해줄 것이다. 어떤 장면은 멈춰 서서 오래 바라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마치 아름다운 그림 앞에 서면 한없이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그렇게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보면, 비로소 보이리라. 그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그래서 놓치고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들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때로 어떤 예감들이 우리를 엄습한다. 우리 등 뒤에 누가 서 있는 듯한 느낌. 하지만 몸을 돌리면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에 꾼 어떤 꿈들은 하루 종일 당신을 따라다닌다. 낮의 빛은 그 꿈들을 쫓아낼 수 없다. 짐작건대 나의 이야기들을 여기에서 설명하고 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나는 제대로 할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해 보련다. 나는 나의 이야기들을 마치 사람처럼 소개하고 싶다. 나는 모드, 셀마, 필리프, 닉이, 그 아이들과 어른들이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상상의 존재들도 마찬가지고. 변신하는 존재들. 한국이라는 세계, 나의 세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세계의 사람들. 한국에서 한 사람의 독자가 이제 이 존재들을 돌보고, 자신의 세계에서 그들을 풀어놓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쁘다. _유디트 헤르만 옮긴이의 말 상실과 이별을 맴도는 우울한 기조는 계속 이어지지만 두드러지는 키워드는 청춘의 방황이나 사랑보다는 이혼, 부모, 노년, 자녀, 기억 등이다. 과거 헤르만 작품 속 인물들이 그대로 나이를 먹고 늙어서 과거를 돌아본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특히 단편에서 빛을 발하는 헤르만 특유의 섬세한 문체, 시종일관 담담하고 압축적이면서 순간 마음을 뒤흔드는 문장은 변함이 없어서 기존 작품들을 읽은 독자라면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_신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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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커다란 오마주. - 슈피겔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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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트 헤르만이 이 절망적인 이야기를 서술하는 서늘한 정교함은 숨이 막힌다. - 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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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듬에 몸을 맡기는 사람은, 헤르만의 인물들이 자신과 아주 가깝다는 것을 돌연 깨닫게 될 것이다. - NDR(북독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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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응축된 언어의 여왕이 있다면, 그것은 유디트 헤르만일 것이다. - SRF 2(스위스 공영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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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텍스트는 계시나 다름없다. - 폴리티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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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읽어 마땅한 소설집. - 비켄다비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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