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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고 부드러운 세계
활자들의 마을에서 만난 사소하지만 고귀한 것들
신아영
책과이음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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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글|마지막 참하늘빛 한 조각

PART 1 우리들의 침대

비둘기의 꿈
점심시간
그냥 좋아할 것
잘 잃어버리는 어른
우리들의 침대
남의 책이 커 보일 때
반창고
내가 사랑하는 미자 씨
메모장의 암호들
손금 연장술
삿포로에서
그냥 계속해
애증의 버스
친구를 찾아서

PART 2 내 작은 헛간

나를 살리는 이야기
어떤 자책
두 사람
오백 원짜리 책
소설은 노래를 타고
내 스카프를 지켜냈어
도서관이 사라진 세상
가치보다 재미
소소한 마음
내 작은 헛간
평범하고 비범하게
모다에가미
다정한 마을 잔치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저자 소개 1

대천마을에서 동네 사람들이랑 읽고, 쓰고, 작은 텃밭도 가꾸면서 산다. 온몸으로 겪고, 느끼고, 배운 것들에 담긴 견고한 힘을 믿는다. 그 힘으로 작고 미미한 세계의 드물고 귀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다. 그런 바람을 담아 《대천마을을 공부하다》와 《나의 작고 부드러운 세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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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78g | 135*195*14mm
ISBN13
9791190365543

책 속으로

나는 마지막 한 조각의 참하늘빛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나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 애타게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던 것 같다.
--- p.14

엄마가 내 세계로 넘어온 적은 없었지만, 나는 종종 엄마의 세계로 넘어가곤 했다.
--- p.45

돌아보면 나는 아프고 나서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많았다. 아파서 할 수 없었던 일만큼이나 아팠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도 있었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모든 것들은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 p.67

사실 나는 식탐뿐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 무언가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렇게 되어버리고 마는 일들 앞에서 나도 같이 속수무책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 p.72

매일 아침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내가 자주 한 생각은 이런 것들이었다. 누군가 내 삶의 소중한 것을 조금씩 앗아가고 있다는 생각, 또는 누군가가 마련해놓은 장난에 휘말리고 있다는 생각. 그래도 다행히 그런 생각에 오래 잠식당하지는 않는다. 그럴 땐 다시 이런 말을 되새길 따름이다. ‘내 앞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그저 삶이 있을 뿐이다. 그 사실만 기억하면서 살아야 한다.’
--- p.97

나에게 글쓰기란 크고 작은 문턱들이 끊임없이 내 발치에 걸리는 일이다.
--- p.104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어려운 이론서를 잘 독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은 이제 내 곁에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 p.131

한 권의 책을 찾는 여정에서 또 다른 책을,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는 이 순간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내가 전혀 모르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자주 길을 잃고 싶어진다. 책이라는 드넓은 세계에서만은 얼마든지 그러고 싶다.
--- p.157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고, 그러기 위해 좋은 길잡이가 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 이 만남은 우리가 더 훌륭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어느 순간에 꺼내 먹을 수 있는 작은 쿠키 같은 기억을 차곡차곡 쌓는 데 있다고, 나에게 말한다.

--- p.180

출판사 리뷰

지금의 나를 만든,
책이라는 작고 너른 세계 속으로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을 둘러싼 이야기 『대천마을을 공부하다』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 혹은 어울림에 주목한 신아영 작가는 이 책 『나의 작고 부드러운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자기 안의 작은 세계를 탐험한다. 그곳에는 잔반 검사에서 탈락해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된 뒤에도 혼자 식판을 들고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학교 복도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통행 규칙을 자주 헷갈려 하던 어린 시절의 작가가 있다. 막연히 외롭고 불안한 나날 속에서 어리고 서툴러서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주고 동시에 타인에게 자주 상처받곤 하던 어수룩한 모습의 아이가 있다. 그 시절 작가를 기꺼이 보듬어 안아준 것은 바로 책이라는 활자들의 마을이었다. 책 속에 담긴 타인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작가를 끌어당겼고,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을 압도할 만큼 설레고 가슴 뛰게 했다.

책이 속삭이는 작고 낮은 소리는 무심결에 엉클어진 마음을 담담히 위로하고 새로운 용기를 심어주기도 했다. 비록 가슴 한쪽에 쌓인 고민이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책 속에 담긴 이야기가 몸 안 어딘가에 들어왔다 나가면 신기하게도 살아갈 힘이 났다. 원인 모를 신체적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할 때도,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엄격한 식단 조절을 하며 괴로워할 때도, 책은 작가에게 삶이란 무릇 그런 것이라는 걸 말없이 알려주었다. 그런 깨달음이 찾아오면 작가는 기쁘고 또 슬펐다. 그렇게 매료된 작고 너른 세상에서, 언제부턴가 작가는 평생 책을 친구 삼아 살아갈 운명임을 깨달았다.

책 속에서 다시 찾은,
어린 시절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살리는 목소리


어떤 성장은 상실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고민하던 적이 있었다. 어른이 되는 대가로 많은 것들을 강제로 혹은 스스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작가는 슬펐다. ‘자란다는 것’이란 이전에 좋아하던 것들을 떨쳐버리고 또 다른 세계로, 그렇게 어른의 나이에 맞는 것을 새롭게 좋아하는 일일 거라 믿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때 문득 책 속의 세계가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작고 부드러운 것들의 속마음을 듣고 나누는 기쁨이 여기에 있다고. 어느 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문득 마음을 뒤흔든 작은 이야기를 곱씹으며, 작가는 비로소 깨달았다. 책이라는 통로를 오가며 그간 잊고 지내온 세계를 자주 만나다 보면,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느끼다 보면, 어린 시절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조금씩 되찾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
그래서 내 안에 오래 머물다가 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이제 확신한다. 작가의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자꾸 떠오르는 것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꾸만 불쑥불쑥 떠오르는 것들이, 접고 잊어버려야 할 지난 시절의 지나간 페이지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해져야 할 아름답고 고귀한 무엇이었음을. 그 사소하지만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 자신을 힘 나게 하는 것이었음을. 작가는 자신이 사랑한 문장들처럼, 비로소 작고 부드러운 것들의 속마음을 듣고 나누는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한 마디 설교나 잠언보다 한 편의 이야기로 단순하지 않은 삶의 진실을 만나고, 그렇게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확장해서 우연히 연결된 누군가와 더 자주 닿는 것이 지금의 작가에게는 더없이 기쁜 일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오늘도 마을의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만나 함께 읽고 함께 쓰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부지런히 사랑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우연히 읽은 다니엘 페나크의 책 속 한 구절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우리가 좋아하는 이와 나누는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리하여 어느 책에서 시작된 작고 여린 문장의 속삭임은 이제는 결코 작지 않은 메아리가 되어 작가를 둘러싼 더 넓은 세상으로 되돌아가며 한줄기 아름다운 빛을 전하는 것만 같다.

추천평

신아영 작가의 진단처럼 우리는 “이야기에 빚진 자”들입니다. 우리들의 말과 살아가는 힘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얻어가는 까닭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진즉에 이야기되어야 했는데 아직 말해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책임까지도 포함해서 빚으로 짊어지고 있을 테지요. 그러나 이렇게 빚진 자들은 복된 자들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무엇보다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있다는 신비와, 그렇게 나누는 이야기의 살아 생생한 빛을 삶의 힘으로 누리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신아영 작가는 이토록 빚지고 복된 자들의 세계를, “이곳은 사람과 이야기로 가득한 도서관이다”라고 선포했습니다. 그는 이 세계의 주민이면서도 스스로가 선포된 문장이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 신현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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