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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더 멀리, 경계를 지우기 위해
반려동물_우린 그 길에서 함께였지 미술관_언제나 그곳은 평생 학교 올드타운_시간 위를 거닐다 SNS_유동하는 세계를 기념하는 방식 거리의 예술가_‘아직-아닌’과 ‘이미-벌써’ 사이 비행기_너의 이름은 테라스_취향으로 가꾼 정원 캠핑_쌍둥이의 이름 : 여행Travel과 고난Travail 사진사_사진을 찍지 않는 부채감_우리 모두 빚지고 있습니다 경계_삶과 여행의 거리를 지우는 운동 성지순례_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성지’가 있다 연인_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커피_곁에 그래피티_벽에 그을린 자유 광장_모두가 누리는 정원 여행자의 방_그 도시 품에서 잠시 리모델링_그리하여 허물지 않고 수리하고 복원해서 오래 씁니다 업사이클링_폭격당한 교회와 오래된 아파트 갭 이어_나와 마주하는 시간인데 일주일은 너무 짧지 여행사진_사진을 위해 여행을 희생하지 않기 보편성_꼭 그곳이 아니어도 괜찮아 바다_세상 곳곳을 고향으로 두었으니 모국어_그래서 우리는 결국 모국어 품으로 돌아온다 소울 푸드_국밥 한 그릇의 힘 창문_낯선 바깥을 만나기 위해 빵과 장미_길 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오라 탐험_이 모든 걸 더 사랑하기 위해 에필로그_그곳이 어디든, 네가 누구든 |
박 로드리고 세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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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넘게 걸리는 800km의 순례길을 말과 함께 가는 커플이 있었다. 말을 짐 운반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명백하게 말과 동행하고 있었다. 중동의 사막이나 히말라야 산맥을 여행할 때처럼 낙타나 야크 등에 먹거리와 생필품을 잔뜩 싣고 가는 게 아니었다. 딱 생존에 필요한 것만이 안장에 실려 있었고, 사람이 말에 타는 일도 없었다.
---「반려동물―우린 그 길에서 함께였지」중에서 나에게 여행이란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나들며 지우는 일이다. 몸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대륙의 경계까지 지우는 것, 도시에 중첩되어 있는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일과 여행의 경계를 지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론 삶과 여행 사이를 가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지워내는 것에 이르고 싶다. ---「경계―삶과 여행의 거리를 지우는 운동」중에서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여행사진의 본질이다. 찍을 수 있는 것만 찍고, 찍을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기. 사진을 위해 여행을 희생하지 않는 것. (중략) 애초에 모든 상황을 만족시키는 카메라와 렌즈는 없다. 그 순간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와 렌즈가 담을 수 있는 만큼만 사진이 된다. 욕심을 내려놓고 카메라에서 해방되면 여행은 더욱 즐거워지고, 사진은 더욱 좋아진다. ---「여행 사진―사진을 위해 여행을 희생하지 않기」중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평범한 풍경을 바라보며 까닭 없이 안도하곤 한다. 어쩌면 세계의 보편성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희미하게 품은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편성―꼭 그곳이 아니어도 괜찮아」중에서 세상과 나를 만나게 하는 매개라는 점에서 카메라는 창문과 닮았다. 휴대용 창문을 가지고 다닌다고 해도 좋겠다. 뷰파인더라는 창문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기록한 것이 사진이니까. 낯선 창밖 풍경을 통해 깨어난 감각과 감정들, 활발하게 펼쳐지는 생각들, 나를 에워싼 여행의 정취들. 혼자 가지기엔 과분한 순간들이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창문―낯선 바깥을 만나기 위해」중에서 무동력 이동 수단은 동력을 쓰지 않는 만큼 오직 자신의 힘과 기술로만 나아가야 한다. 성실하게 몸을 써야만 나아갈 수 있는 정직한 이동 수단이라는 점이 매혹적이다. 바람이나 물살 등의 자연환경을 활용해야 하고 눈앞에 놓인 난관을 피해가야 하니, 자연을 면밀하게 살피게 된다는 점 또한 매혹적이다. 그러니 무동력 이동 수단은 우리를 목적지로 옮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데 쓰이는 모든 시간을 찬란한 여행의 순간으로 만들어낸다. ---「탐험―이 모든 걸 더 사랑하기 위해」중에서 관용과 여유는 묘하게 ‘사랑’과 이어진 말이다. 관용이란 타인을 배척하지 않고 사랑하여 포용하는 일이니까. 우리에게 여유가 필요한 까닭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사랑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에필로그―그곳이 어디든, 네가 누구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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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낱말이 누구나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여권’이 될 수 있다면,
촬영감독 박 로드리고 세희가 10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여행 에세이, 『여행하는 낱말』. 스물여덟 개의 낱말로 꾸린 ‘작은 여행 사전’ 맨 앞 장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여행은 세상 곳곳의 경계를 넘는 작은 퍼포먼스다.’ 영화, 다큐멘터리, 미디어 아트, 국제평화운동 및 그린피스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와 분야에서 촬영을 해온 박 로드리고 세희에게 여행은 평생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동무다. 그가 ‘평생 여행 하며 살고 싶다’고 한 건 세상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탐구하며 키운 시선으로 촬영하며 살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세상 곳곳을 누비는 동안 박 로드리고 세희에게 움튼 여행에 대한 생각을 『여행하는 낱말』이라는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어놓는다. 박 로드리고 세희는 새로운 경험과 앎을 마주하는 여행지에서 저마다 고유한 삶의 태도를 키워갈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기에 여행과 공부는 하나로 이어진다는 특유의 수수한 여행 철학을 『여행하는 낱말』에서도 잇고 있다. 십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여행에세이에선 이제 여행은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여행과 일상 사이에 놓인 경계를 지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십여 년 동안 유럽과 북미 대륙을 오가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누구나 알고, 언제나 쓰는 스물여덟 개의 낱말 안에 차곡차곡 쟁였다. 그러니 어딘가로 떠나고자 하는 이라면 이 책을 작은 여행 사전으로 삼아도 좋다. 모두가 저마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진 것에 반해 여행 문화나 철학이 부족한 탓이다. 유럽과 북미 곳곳을 두루 담은 『여행하는 낱말』에서 작가는 전문가의 안목이나 여행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진 않는다. 대신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잠시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다. 유명 관광지를 순회하며 ‘인증샷’을 찍는 것도 좋지만 여행지에서 으레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창문’과 ‘테라스’ 같은 일상이 새롭게 보인다는 것인데, 그건 마치 누구나 쓸 수 있는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낱말을 만들고 글을 짓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박 로드리고 세희에게 여행은 어디에나 있어야 하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성의 가치를 넓혀가는 일상 운동이기도 하다. 그러니 여행은 우리가 공평하게 나눠가진 권리를 가리키는 낱말이다. 『여행하는 낱말』을 작은 여행 사전으로 삼는다면 10대가 펼치는 페이지와 20대가 펼치는 페이지는 어디쯤에서 만날까? 30, 40대가 조합하는 새로운 낱말은 무엇일까? 50, 60대는 또 어떤 낱말을 채집하고 쟁여갈까? 70, 80대가 품어온 낱말이 『여행하는 낱말』을 매개로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보편성으로 나아가기를, 그렇게 『여행하는 낱말』과 함께 경계를 넘으며 경계를 지우는, 저마다의 작은 퍼포먼스로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