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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3부 4부 감사의 말 |
Jessica Andr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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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투명인간이 되어, 낯선 이의 스치는 시선이나 차창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내 몸매를 상기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꾸곤 했다. 종종 내가 젊은 여성이 아니라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인생 항로가 달랐을지, 또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을지, 또는 더 많은 힘을 가졌을지 궁금해지곤 했다. 덜 의식하고, 거의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 내 일부일 뿐인 육체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려 노력했다.
--- p.156 나는 방세, 지하철 요금, 식료품비, 혹은 망가진 물건을 교체할 돈 등등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만큼의 돈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내가 태어난 곳보다 더 크고, 내가 마땅히 누릴 만한 것보다 더 큰 것이었다. 나는 끼니를 거르고 절약한 돈으로 어둡고 끈적끈적한 바에서 일렉트릭 피플과 와인 잔을 기울이거나,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밤에 버스를 타고 위층에 앉아 휘황찬란하게 약동하는 건물들을 구경하며 도시를 돌아다녔다. 마치 그 눈부신 광채가 모두 내 것인 양 말이다. (…) 가장자리의 가시 돋친 공간이 나의 안식처가 되었고, 그로 인해 내가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던, 다른 사람들만큼 많이 누릴 자격이 없고 가능한 한 적게 차지해야 한다는 믿음이 입증되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맞은편으로 갈 수 있는지, 언제나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지, 안전하고 따뜻하며 배부르게 살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 pp.180~181 “당신은 용감한 것 같아.” 당신이 테이블 위의 음식을 가리키며 거듭 말한다. “이게 당신한테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아.” 당신의 손에서 내 손을 빼낸다. 물속에서 느긋하던 당신의 몸이 떠오르자 내 아랫배에서 열기가 확 타오른다. “아니.” 내 목구멍이 조여든다. “당신은 몰라.” 당신이 친절하게 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잘난 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용감해지고 싶지 않다. 그저 평범해지고 싶고, 들쭉날쭉한 가장자리에 걸려 찢어지지 않고 세상을 헤쳐 나가고 싶을 뿐이다. --- p.258 음식이 나온다. 나는 천천히 씹으며 튀김옷, 설탕, 바다의 너울을 맛본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내 몸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내게 치르게 할 대가에 대해 걱정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음식은 맛이 있다. 죄책감에 목이 메지만, 그래도 계속 먹으며, 입안에 삶을 받아들이고 그 삶의 일부가 되기로 선택한다. 비록 두렵기는 하지만. 나는 내 수치심보다 더 커지고, 질량과 밀도를 갖고, 흔적과 움푹 팬 자국을 남기고, 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다. --- p.360 |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야”
세상을 더 적게 차지하고, 욕망을 감춘 채 살아가는 흔들리는 존재들의 허기, 불안 그리고 사랑 * 강화길, 이소호 작가 추천 * 2020 포티코상(Portico Prize) 수상 작가 1992년생 영국 북부 출신의 제시카 앤드루스는 현재 MZ세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목소리로 뜨겁게 주목받는 작가다. 앤드루스는 신작 《젖니를 뽑다》에서 위태롭지만 뜨거운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주인공 여성 ‘나’는 결핍과 불안정, 노동자 계층 가족, 끝없이 ‘표준’을 강요하는 사회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켜내려면 ‘몸이 더 작아져야 한다’고 믿으며 자란다.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날씬한 사람을 세련된 사람으로 여기며 식욕과 욕구를 억제하고, 실현 불가능한 이상을 자신에게 강요해온 그녀는 28세가 되던 해에 만난 ‘당신’에게 빠져든다. 그의 존재는 그녀로 하여금 이제까지의 삶에 의문을 제기하고 과거를 직면하게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녀를 런던에서 바르셀로나로, 관능과 감각으로 가득한 새로운 삶으로 이끌지만 그녀는 “욕구가 충족되는 데 익숙하지 않(285쪽)”기에, 여전히 불안함을 느낀다. “어떻게 해야 맞은편으로 갈 수 있는지, 언제나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지, 안전하고 따뜻하며 배부르게 살 수 있는지 알지 못(181쪽)”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불안과 두려움, 상처받은 영혼의 위치가 그려진다. 그녀는 미처 뽑아내지 못한 젖니 같은 과거의 상처들을 마주하며, 점차 스스로를 돌보는 법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간다. “끈끈하고 욕망이 넘치고 얼룩덜룩한 사랑을 원해” 사랑이 가져온 균열, ‘불협화음’으로 써내려간 솔직한 몸 이야기 포티코상을 수상한 데뷔작 《솔트워터》와 이 책, 단 두 권의 책으로 영미권 출판계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제시카 앤드루스는 시적인 운율을 지닌 특유의 감각적인 언어로, 복잡하고 다면적인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노동자 계층 여성의 삶과, 신체에 관한 수치심, 죄책감 등의 복합적 감정이 교차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소설 속에서 사랑이 열어젖힌 세상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지금의 그녀를 만든 과거의 궤적들과 마주하게 한다(“당신이 내 삶을 활짝 열어젖혔고, 내 모든 욕망이 쏟아져 나왔다(360쪽)”). 거기에는 가족을 버린 아버지로 인한 죄책감, 여성을 향한 일상적인 폭력, 극심한 다이어트로 몸을 혹사해온 경험 등 상처의 파편들이 가득하다. 그녀는 “마치 열일곱 살의 내가 몇 년 동안 입을 벌리고 있으면서 그때 이후로 나였던 모든 여자를 삼켜버리기라도 한 것처럼(298쪽)” 과거를 가깝게 느끼며, 스스로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 자신을 들여다본다. 이처럼 앤드루스는 “삶에 의문이 피어나는 순간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강화길, 소설가).” 작가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순이 아닌 독특한 형식으로 작품을 쓴 이유에 대해 “불협화음처럼 분열되고 파편화된 방식이야말로 몸에 대한 내 경험이기에, 몸에 대해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여성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의 파편들을 따라갈수록, 실은 그 깨진 조각들이 미처 뽑아내지 못한 젖니처럼, 우리 몸에도 여전히 박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질량과 밀도를 갖고, 자국을 남기고, 존재를 증명하고 싶다” 자신의 모양대로 세상에 존재하고픈 이름 없는 여성의 목소리 이 소설에서 ‘나’는 이름이 없다. 가난한 젊은 여성인 그녀는 카페와 술집, 갤러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보모로 일하면서 종종 “투명인간이 된 기분”을 느낀다. 세상은 평범하고 어린 여자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그녀가 그토록 뿌리내리길 원하는 도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나고 자란 곳을 떠나고 싶어하며, 그 기회를 잡을 능력까지 있는 ‘당신’은 ‘나’와 대비된다. 소설 내내 그가 쉽게 던지는 “뭘 원해?”라는 물음에 그녀는 내내 대답을 피하거나 망설이며 “모든 것이 부서져버릴까 봐” 두려워한다. 소설의 끝에서 마침내 ‘나’는 오랫동안 미뤄온 그 대답을 들려준다. 젖니를 뽑아내고, 세상에 자기 이름을 말해준다. 그녀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
사랑을 해, 세상은 말한다. 사랑은 널 온전하게 만들어줄 거야. ‘나’ 역시 그 말을 따라 당신이 있는 바르셀로나로 향하지만, 도시는 나를 계속 밀어낸다. 선을 긋고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나는 건너가야만 한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몸이 쪼그라들고, 비틀려서 광채를 잃는다 해도, 너머에 당신이 있으니까. 사랑이란 그런 것이니까.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것이 사랑일까? 제시카 앤드루스는 삶에 의문이 피어나는 순간을 차분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마른 몸이 아름답다는 통념, 거리에서 무심코 당하는 폭력,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한 죄책감에 대하여. 놀랍게도, 그 의문들을 품고서야, 나는 마침내 도시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곳에는 당신이 있을까? 아니, 내가 있을까? - 강화길 (소설가, 《화이트 호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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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칠흑처럼 까만 밤이 쏟아져 내’릴 때까지 그녀의 글들을 붙잡고 있었다. ‘우리만의 비밀이’라고 적어둔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와서였을까. 시간순이 아닌 사건의 집합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기이하게도 불분명한 미래를 향하고 있어 아름다웠다. 내 손에서 펼쳐진 그녀는 ‘도시의 가짜 습지’에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처럼 ‘우리의 몸이 줄곧 이렇게 연약했는지’ 묻는다. 이 질문은 두 사람의 슬픈 시작이다. 나는 그녀가 젖니를 뽑고 난 그 틈에 끼어 한참을 읊조린다. 역시 가장 잊기 어려운 기억은 오직 몸으로 배운 것이었음을. - 이소호 (시인, 《캣콜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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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스의 글은 관능적이며, 화려하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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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사랑과 욕망을 다룬 이 소설은, 큰 찬사를 받은 데뷔작을 한 번 더 뛰어넘었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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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 나른하고 우아하며, 풍부한 감정이 흘러넘친다. - 인디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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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수준 높고 정교하게 쓰는 작가의 발견. 감각적이고 강렬하며 섹시하다. - 더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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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름 없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는 매우 솔직하고 자신만만하며, 희망적이다. - 파이낸셜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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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목소리로 꺼내놓은 짧은 사건들로 흘러가는 이 소설은 예리한 디테일로 독자를 사로잡으며, 여성성을 강요하는 문화를 꼬집는다. -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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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스의 문체에는 풍부한 선율이 느껴진다. 마치 시를 읽듯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 BBC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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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이고 통찰력 있는 글쓰기로 주목받는 작가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온 삶과 지중해 태양 아래서의 잠재적 구원을 대비시키며 파괴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워터스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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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의 소녀들이 그렇듯 나 역시 비좁고 차단된 공간에 나를 맞추려고 많은 시간을 낭비해왔다. 이 소설은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는 일과 그에 따르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다. 존재 자체에 감사한다. - 리비아 프란치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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