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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05
제1부 사월을 걷다 제주 동백 13 올레를 걷다 14 사월의 환幻 15 다시, 사월에 16 4월, 동백동산 18 백록의 눈물 20 고사리장마·1 21 고사리장마·2 22 고사리장마·3 23 그래도, 봄 24 관덕정 돌하르방 25 탕, 탕, 탕 26 애기동백 27 바벨의 섬 28 제2부 사라진 얼굴들 그리하여 그들은 산으로 갔다 33 그해 겨울의 눈 34 빌레못굴 연대기 35 성산봉 일출 39 터진목에서 40 한모살 42 돈내코 44 소남머리 45 정방폭포 지노귀 46 선수머셋굴 앞에서 48 다랑쉬굴 일기 50 구럼비 해안에서 52 목시물굴의 별 53 보호수만 사는 마을 54 제3부 적록색맹이 되어 건천乾川 57 가시리 58 가을, 사려니 60 불不 62 산물 64 산천단 곰솔 66 다랑쉬 노을 68 송령이골 억새 69 아끈다랑쉬 70 이덕구산전을 찾아서 72 북받친밭 74 영하의 여름 76 조간대 78 다섯 그루 팽나무 79 제4부 누가 누굴 벌줄거나? 엉또폭포 83 가을, 항파두리 84 알뜨르 개망초 85 무명천할머니길 86 만벵듸 묘역에서 88 백조일손지묘 89 너븐숭이 90 너븐숭이 애기무덤 92 북촌 오돌또기 94 곤을동을 지나며 96 서우봉 휘파람새 97 쥐불놀이 98 소드방놀이 100 표선 102 제5부 혼魂은 땅으로, 백魄은 하늘로 겨울에서 봄으로 107 검정 고무신 108 송악산 까마귀 110 마라도 가는 길 111 물의 딸 112 불카분낭 114 사라오름 115 새별오름 방애불 116 자구내 해넘이 117 남극노인성 118 범섬 119 모슬포 120 해원방사탑 앞에서 122 한라산 철쭉제 124 해설_ 4·3의 ‘역사적 서정’과 씻김의 해원상생굿/고명철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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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목을 꺾은 뭇 생령이 나뒹군다
해마다 기억상실증 도지는 봄 앞에서 상기된 얼굴을 묻고 투신하는 붉은 꽃들 죽어서 할 참회라면 살아서 진혼하라 산과 들 다 태우던 불놀이를 멈춘 섬이 지노귀 축문을 외며 꽃상여를 메고 간다 --- 「제주 동백」중에서 걸음발이 무직하다 순례인 듯 답사인 듯 무너진 산담 앞의 풀꽃들과 눈 맞추며 4·3조, 때론 3·4조로 톺아가는 제주 올레 총탄 맞은 자국일까 창칼에 찔린 상처일까 온몸에 흉터를 새긴 현무암 검은 돌담 섬 휩쓴 거센 불길에 숯검정이 됐나보다 오름을 감아 돌다 바다로 틀어진 길 바람이 봄을 밀고 골목 안을 배회할 때 팽나무 굽은 가지가 살풀이춤 추고 있다 --- 「올레를 걷다」중에서 하르방은 피라 했고, 할망은 불이라 했다 추깃물에 목을 적신 까마귀 혓바닥처럼 울 아방 산담을 따라 비명처럼 지는 꽃들 붉은 꽃잎 어디에나 검은 멍이 들어 있다 그 겨울 시반屍斑 같은 들고양이 호곡소리 곶자왈 야만의 숲이 바람도 없이 출렁인다 화산도의 눈물인 듯 마르지 않는 먼물깍* 벙글다 진 꽃봉오리 두 손으로 받쳐 들면 봄볕에 말문이 트인 동박새가 홰를 친다 --- 「4월, 동백동산」중에서 바람을 탄 들불이 섬을 온통 휩쓸었다 낮에는 뭍을 향해 해풍이 휘몰아쳤고 밤에는 산풍이 불어 불길을 더 키웠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초집은 태워지고 매캐한 목소리엔 그을음이 묻어났다 마을엔 불티를 피할 언덕조차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다시 세운 환해장성 집을 잃은 삼촌들은 다시금 길을 잃고 설문대 할망을 찾아 산으로 올라갔다 몇 차례 해를 바꿔 산신당에 봄이 와도 산에 든 사람들은 그대로 산이 됐는지 그 봄날 꽃불만 같은 진달래만 붉었다 --- 「그리하여 그들은 산으로 갔다」중에서 그대 빈 들녘에도 사월의 산담이 있어 가시밭 한뎃길에 나를 두고 가시나이까 곶자왈, 곶자왈 같은 뙈기밭도 못 일군 채 조랑말 뒷발질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행기머체 찾아가는 갑마장길 오십 리에 따라비 따라비오름 바람만 우~ 따라오네 막으려고 쌓으셨나, 가두려고 두르셨나 긴 잣성 허물어도 해제 못한 옛 소개령 억세게 머리 센 억새 기다림은 끝이 없네 하늘빛이 깊을수록 그리움도 살찐다는 테우리 눈빛 뜨거운 가시리 가을 앞에 사려도 사리지 못해 타래치는 내 사랑아 ---「가시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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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임채성은 화산섬의 대지에 엎드려 땅속의 웅얼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혔어도 원한 때문에 결코 삭지 않고 푸른 피로 살아있는 수만 영혼들의 음성이다. 그 음성을 들으면서 시인은 절실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수만 영령의 그 원한을 달래면서, 그 원한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간절한 진혼곡이다. - 현기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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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성의 시집 바탕에는 해방공간의 제주 공동체에서 분연히 떨쳐 일어난 4·3항쟁의 주체뿐만 아니라 이와 분리할 수 없는 제주의 자연과 일상에 대한 순례(또는 답사)의 시적 수행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하여 그의 이번 시집에서 눈여겨볼 것은 “무너진 산담 앞의 풀꽃들과 눈 맞추며/ 4·3조, 때론 3·4조로 톺아가는 제주올레”를 함께 걸으면서, “온몸에 흉터를 새긴 현무암 검은 돌담/ 섬 휩쓴 거센 불길에 숯검정”을 묻힌 “팽나무 굽은 가지가 살풀이춤 추”(?올레를 걷다?)며, 섬의 상처를 응시·위무·치유하는 시의 감응력이다. 이것은 ‘시인의 말’에서, “씻김의 해원상생굿 그 축문을 외고 싶다”는, 이번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시적 재현으로 실감된다. 여기에는, “죽어서 할 참회라면 살아서 진혼하라// 산과 들 다 태우던 불놀이를 멈춘 섬이// 지노귀 축문을 외며/ 꽃상여를 메고 간다”(?제주 동백?)가 함의하듯, 4·3항쟁의 영령들에 대한 축문으로서 시 쓰기의 진혼이 이승에서 봄의 새 생명의 불길을 타오르게 한다. - 고명철 (문학평론가,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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