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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오늘은 첨탑까지 가보자
너와 조금 걷던 동네 - 서울 은평구 신사동 8 웹툰 그리는 사람 잎파랑이 - 서울 성동구 성수동 18 소리를 청소하기 - 울산 북구 산하동 26 어마어마한 웃음의 섬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4 좋은 것들이 도타워지는 -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42 작은 것들을 그리워하기 - 서울 마포구 망원동 50 그래서 그랬을까 - 경북 문경시 모전동 58 미래를 이미 시작한 동네 - 경기 광명시 광명동 68 조금 더 가볼까, 얼마나 아름다운지 - 전남 순천시 대대동 76 마침내 하늘을 걷다 - 충북 단양군 단양읍 84 일출 일기 혹은 망각 일기 - 제주 제주시 애월읍 94 당신과 듣고 싶은 종소리 - 경기 화성시 남양읍 106 2부 어떻게 덜 좋아하지? 우리가 헛갈렸던 기적 -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 122 달을 만질 수 있는 방법 - 서울 용산구 한강로2·3가 130 몰두하기, 그게 무엇이든 - 경기 화성시 석우동 138 마이클 조던 씨, 시를 써주세요 - 서울 송파구 방이동 146 가고 싶은 곳을 남겨두다 - 경기 남양주시 양서면 156 평균적으로 가장 가까운 - 경기 파주시 문발동 164 휴가 대신 호시절 - 대구 동구 신천동 174 좀 덜 좋아하기 - 서울 성북구 석관동 182 포포나무 보러 가기 - 서울 광진구 능동 190 전주가 좋은 음악 - 전북 전주시 서서학동 198 이 자리에 앉아 책에 밑줄 긋는 것을 좋아한다 - 서울 노원구 공릉동, 상계동 208 Thanks to 224 바이브 인덱스 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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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면 바로 앞 양옥 건물의 어린이집 지붕이 보였고, 동네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인지 멀리 성당의 첨탑도 보였다. 그 풍경이 너무 좋아서 종일 첨탑만 보고 있을 수 있었다. 시력 검사를 할 때 보이는 한 그루의 나무에도 나는 아련한 기분이 든다. 고향 집도 3층이었는데, 바깥으로 난 계단에 앉아 있으면 멀리 논을 지나 하얀 교회 건물 한 채가 보였다. 어릴 때 친구들과 나는 하얀 건물이 달로 가는 우주선이라도 하고, 무서운 로켓이라고도 했다. 저기는 영국이고 외국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라고도 했다. 실제로는 도보 20분 거리였는데도.
--- p.13 우리는 습지 입구에서 이미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욕심 없이 걸었다. 카페에서 커피도 느긋하게 마셨다. 탁 트인 습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흐르는 물도, 흔들리는 갈대도 모두 아름다웠지만 볕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해와 나 사이를 가리는 건물 하나 없고, 역광 사진을 언제든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 p.80 2200번 버스가 왔는데 이층버스였다. 방송을 촬영해준 J님도 같은 버스를 타서, 뒤풀이처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스 창밖으로 멋진 대교가 보였다. “이렇게 한강이 보이는 퇴근길이라니!” 내가 감탄하자 J님은 이층버스라서 더 잘 보이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J님이 새로 산 헤드폰을 보여주었는데 기능도 좋겠지만 그보다 회색, 아니 왠지 그레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색감과 도톰한 타원형의 디자인이 정말 멋졌다. 주인인 J도 너무 맘에 든다고 했다. 옆에 앉은 나까지 행복해질 정도였다.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이야기하다 보니 이미 망원역이었다. 멋진 헤드폰, 이층버스, 한강뷰. 이런 것들마저 파주를 평균적으로 가장 가까운 도시로 만들고 있었다. --- pp.171~172 식물원은 비록 휴관이었지만 오히려 공원 전체를 대관한 것 같았다. 어딜 가도 사람이 없고 자리가 많았다. 우리는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무작정 시를 썼다. 시 쓰는 동안 타임랩스를 찍었다. 아무리 항상 시를 쓴다고 해도, 시 생각만 하는 바보라는 말을 듣는다고 해도, 이런 환경에서 시가 써질까? 처음엔 졸작의 예감이 왔는데 주위에 이례적인 풍경들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빗방울, 폐수영장, 우리를 구경하는 예쁜 새, 어떤 열매는 느린 박자로 퍽퍽 떨어져주기까지 했다. 있는 것들, 보이는 것들을 그저 썼다.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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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산책하며 얻는 충만한 기쁨
이대로 쭉 가면 그때 그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여기 사는 기분, 이 기분이 싫지 않다. -57쪽 《동네 바이브》에서는 자주 다니는 골목길도 즐거운 여행지가 된다. 동네에는 이미 많은 게 있다. 개와 산책하기 좋은 천변, 자전거 타기 좋은 공원, 소소하게 열리는 축제,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가게……. 허투루 지날 수 없는 장소들에서 작가는 갖가지 사연을 다시 발견한다. 반려견과 홍제천에서 거닌 첫 산책, 성수동에서 배운 웹툰과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 친구들과 학교를 빠져나와 하염없이 헤맨 매봉산 등등. 지난 추억에서 작가는 지금의 삶에 용기를 얻는다. 이러한 용기는 종종 ‘시’가 된다. 《동네 바이브》에서 여행이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듯 시를 쓰는 일 또한 멀리, 추상적인 관념으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김은지 시인은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고, 모든 시가 삶의 면면과 연계되어 있음을 담백하게 고백한다. 그것이 시가 될 수 있음에 기뻐한다. 그 기쁨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낯선 곳을 걸으며 즐기는 차분한 설렘 우리는 제부도를 한 바퀴 다 돌면서 기적이 일어난 줄도 몰랐다. 밤하늘에는 케이블카가 멈춰 있었다. -128쪽 《동네 바이브》에서는 먼 곳의 여행지도 친숙한 동네가 된다. 특강이나 낭독회를 위해 낯선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김은지 시인에게 설레고 따스한 일정이다. 작가의 경로마다 만나는 동네의 어떤 ‘바이브’가 읽고 쓰는 이의 마음을 활짝 여는 듯하다. 그 길에는 친구와 이웃이 있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낯선 장소에 놓여도 두려움이 없다. 멋진 서점과 서점을 지키는 사람은 작가를 더욱 다정하게 만든다. 함께 시를 쓰는 동료들은 세상 어디에서든 시를 생각하고 말하고 쓰게 하는 듬직한 동력이 된다. 《동네 바이브》에는 유난히 ‘너무’라는 부사가 많이 등장한다. 너무 즐겁고 너무 웃기고 너무 따스하며 너무 정겹다. 김은지 시인은 그걸 표현하는 데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마음을 힘껏 나눈 친구와 수많은 동네를 함께 가보고자 한다. 이 책을 읽은 모두에게 우리 친구가 되자고 손을 내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