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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2부 작가의 말 |
정담아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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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집, 차, 밥, 커피, 와인, 주식, 인터넷, 휴대폰, 보석, 사랑…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은 무수히 많았다. 눈에 보이는 건 그나마 이해하기 쉬웠지만, 기술과 시스템 같은 것들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 p.48 시현은 유독 집에 관련된 문제 앞에서 신경이 곤두섰다. 대출 이자가 점점 올라가면서부터 더 심해졌다. 친구를 만나는 횟수를 더 줄이고, 커피는 인스턴트로 대신했으며, 다니던 필라테스 대신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집에 새 사람을 들이면서 조금 줄였던 집콕 시간을 다시 예전만큼 늘렸다. 그럴수록 하우스 메이트와 부딪히는 날이 많아졌고, 뒤이어 왜 하필 이 집을 구해서, 라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와 짜증이 치밀기도 했다. --- p.117 “육지에도 상위 포식자가 있어.” “누구? 어디에 있는데? 내가 아직 못 봤어?” “보이지 않게 존재해. 힘 있는 인간들은.” --- p.170 인간 사회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 널 볼 때마다 미안하겠지. 그러다 보면 너를 보는 게 불편할 거야. 그런 마음이 드는 자신에게 화가 나고 실망스럽겠지. 그러다보면 너를 보고 싶지 않을 테고. 그러니까…… 함부로 도와주면 안 되는 거야. --- p.257 백상아리가 나타났다. 포식자를 보자 집주인은 온몸을 바들댔다. 그럴수록 보글대는 물거품이 더 많이 뿜어져 나왔다. 그 사이로 집주인의 비명이 흩어졌다. 백상아리가 입을 벌렸다. 붉은 물거품이 일었다. 포식자가 지나간 자리는 뜯기거나 부서졌다. 보물선의 잔해는 나풀대는 집주인 몸 위로 와르르 쌓였다. 어류와 벌레, 조개와 세균들이 전부 몰려들기 시작했다. 곧 파티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 p.274 오랫동안 능력주의 신화에 기대어 살아왔고, 지금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이 세상엔 노력과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참 많음을. 때로는 타이밍이라는 운명과 인연이라는 우연 이 겹쳐 만들어 내는 기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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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의 예향, 전남 목포시가 ‘2023 목포문학박람회’의 대표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청년신진작가 출판오디션 [소설 부문] 수상작입니다.
상반신은 인간과 같고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지닌 인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와 전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절반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인어는 언제나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희노애락을 느끼는 고등생물로 묘사되었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인어들은 대개 인간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며 자신의 반쪽 정체성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낀다. 언제나 인간의 모습이 가장 완벽한 피조물로 묘사되고, 인어는 인간이 되기를 열망하지만 운명 앞에 절망하는 슬픈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신인작가 정담아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어는 기존의 인어상과 다른 주체적인 새로운 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을 부러워하지도, 인간의 도움을 갈구하지도 않는 정반대의 강인한 종족들로 묘사되고 있다. 바다 생태계가 오염되자 인어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육지로 사전 탐사대를 파견한다. 파견대원으로 뽑혀 육지에 오게 된 이나는 인어 브로커를 통해 인간인 시현의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지만 이나가 점차 육지 생활에 적응해 갈 무렵, 동거인 시현은 전세 사기를 당해 길거리에 나 앉게 될 상황을 맞는다. 이때 이나는 인어의 방식으로 슬기롭게 위기를 대처해 나가고 인간인 시현을 도와 그에게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준다. 인간보다 의연하고 현명한 인어의 모습은, 사뭇 낯설면서도 눈부시다. 인간과 인어가 공존하는 신인류의 세계는, 지금보다 고차원적인, 보다 아름다운 세상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는 상상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등장인물들을 떠올리며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어디선가 나름의 삶을 살아갈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나와 다른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