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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서문 -제1부 춤추는 오르골 춤추는 오르골 갈대밭의 겨울 팔레트를 닦으며 유통기한 날지 못한 꿈 사각형 바다 텃밭과 물까치 떼 꽃피는 순간 어머니 테트라포드 봄밤 플러그를 다시 꽂는다 자작나무 바람소리 조팝나무 인쇄소 탱자나무 울타리 엉겅퀴 사랑은 -제2부 빗금을 지워나간다 빗금을 지워나간다 빈틈 새벽 새가 따라온다 회상. 퍼즐 구둣방 아저씨 움직이는 조각, 모빌 부유하는 그물망 사는 일 어린 여신 바닷속 별이 뜨고 폐닻이 누워 있다 경계의 삶이 호박넝쿨 점순 언니 서해 갯벌의 사람들 어떤 미로 연리지 -제3부 물기 없는 밤 마른 꽃 반사경 안에는 마라도의 바람 수레국화 항구로 가지 못하고 봄, 문은 열리지 않고 무채색의 겨울 그 해, 그 겨울 어떤 밤 꽃 진 자리 불러주지 않던 이름 동백섬의 새 그루터기 송팡 할머니 고로쇠나무 풀벌레의 꿈 모래밭 채굴 로제트 꽃잎차 -제4부 나무인 듯 서 있다 나무인 듯 서 있다 곁가지 통속(通俗)의 꽃들 아직은 바람이 타지마할궁의 눈물 겨울바다 천사의 꽃 모래 물결 화가의 착각 웃는 집 겨울 철새 시치미 내가 가벼워진다 겨울 동막리 빛의 스펙트럼 별과 넋두리 꽃샘추위 서울살이 바다안개 -제5부 갯벌, 화폭이 되다 갯벌, 화폭이 되다 경로 이탈 채송화의 기억 갠지스강 배롱나무의 계절 주차장에는 문밖의 젊음 부조(浮彫) 환승역에 서서 아이와 갈매기 유빙(流氷) 눈 오는 날 봄을 읽는 중 강화섬의 숨소리 잔잔한 강 민트빛 여름 AI가 시를 쓴다 날아다니는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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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옥은 본디부터 있어온 시인, 그 존재의 답이 떠오른다. 그는 존재 이전의 시인이었음을─다음 날을 위하여 가지 않은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프로스트의 두 개의 길에서 예감하는 일처럼, 그가 보내온 시고(詩稿)를 열면서 가느다란 떨림의 파장이 전이되고 있음에 “좋은 시편들이구나”라는 감동을 뿌리칠 수 없었다. 손연옥은 풍광이 아름다운 녹차의 고장 전남 보성이 고향이다. 아마 오염되지 않은 도도한 숲과 녹차밭의 토양이 그의 시적 모태(母胎)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대략 6년 넘게 강화섬 동막 바닷가에서 전원생활을 한다. 유배된 듯 자유로운 바람으로 살아가는 시적 삶이 부럽기도 하다. 자연은 그의 시적 모티브가 되고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자연과 섬사람이 주객일체(主客一體)로 조화를 이루는 시의 동일성(identity) 차원에 이르고 있다. 손연옥 시인은 현대시에서 지향해 가는 정점을,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를 생산하리라 믿는다. 존 듀이는 인간의 마음을 동사(verb)라고 정의했다. 자아는 세계와 접촉하며 그 모습을 드러내는 구체적 자아가 된다. 이제 시인은 더 넓은 세계를 향해 항해하려는 돛폭을 올렸다. 더욱 정진하여 문학의 위업을 크게 펼쳐 나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 서문 「손연옥과 그의 시세계」 중에서 우리는 어리석게도 끊임없이 존재의 물음을 묻고 있다. 시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읽혀지는 고향집, 허물어진 벽, 이미 사람이 떠나간 엉성한 울타리는 기울어지고 퇴락한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시인에게는 영존(덧말:永存)하시는 하나님의 모습과 같다. 아버지의 그림자는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다. 탱자나무 울타리와 아버지는 닮아 있다. 탱자나무의 가시는 엄격하던 아버지의 사랑, 시들지 않는 사랑은 가시 틈새에 쉼 없이 꽃망울을 틔우던 아버지다. 열둘의 자녀는 탱자나무에 기생하는 호랑나비 애벌레였겠지. 무성한 탱자나무 이파리를 갉아먹으며 성장한 자녀들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없다. 시 「탱자나무 울타리」는 아버지와 탱자나무의 절묘한 은유가 독자의 감명을 불러준다. 더군다나 노란 향기로운 열매와 가시울타리는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정서의 울타리가 되고 있지 않을까. 가끔 시골 농가를 지날 때 만나게 되는 탱자나무 울타리는 뭉클한 한 가닥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폐가가 된 아버지의 집, 노란 향기를 끌어안고 마른 탱자가 빈 마당에 바람에 휩쓸려 굴러가고 있다 - 경현수 시인의 「교회연합신문 시감상 평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