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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그림책 13권 세트
강소희,강숙인권문희 글그림 김장성김종민 그림 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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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그림책

책소개

목차

여우누이
줄줄이 꿴 호랑이
가시내
호랑이 뱃속 잔치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
방귀쟁이 며느리
호랑이 처녀의 사랑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좁쌀 반 됫박
토끼와 호랑이
세상에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
깜박깜박 도깨비

저자 소개6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가 있으며, 『한눈이 퉁눈이』,『김학철 이야기』,『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도』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강소희의 다른 상품

姜淑仁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8년 ‘동아연극상’에 장막 희곡이 입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1979년 ‘소년중앙문학상’과 1983년 ‘계몽사아동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우리 역사와 고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거나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으며, 제6회 가톨릭문학상과 제1회 윤석중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마지막 왕자』, 『아, 호동 왕자』, 『청아 청아 예쁜 청아』, 『뢰제의 나라』, 『화랑 바도루』, 『초원의 별』,『지귀, 선덕여왕을 꿈꾸다』,『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8년 ‘동아연극상’에 장막 희곡이 입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1979년 ‘소년중앙문학상’과 1983년 ‘계몽사아동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우리 역사와 고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거나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오고 있으며, 제6회 가톨릭문학상과 제1회 윤석중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마지막 왕자』, 『아, 호동 왕자』, 『청아 청아 예쁜 청아』, 『뢰제의 나라』, 『화랑 바도루』, 『초원의 별』,『지귀, 선덕여왕을 꿈꾸다』,『불가사리』,『거울은 거짓말쟁이』,『눈새』 등이 있다.

강숙인의 다른 상품

글그림권문희

관심작가 알림신청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삼대가 함께 사는 가족 사이에서 퍼져 나오는 따스한 온기에 이끌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리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옛글와 옛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맛깔 나는 그림으로 선사하는 그림작가입니다. 역사 속 인물들을 금세 친한 친구로 만들어 줍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깜박깜박 도깨비』, 『줄줄이 꿴 호랑이』, 『석수장이 아들』가 있고, 그린 책으로 『백구』, 『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내 더위 사려!』, 『동에 번쩍』, 『콧구멍만 바쁘다』, 『학교 가기 싫은 날』, 『조선 수학의 신, 홍정하』, 『무섭지만 자꾸 듣고 싶은 역사 속 귀신 이야기』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삼대가 함께 사는 가족 사이에서 퍼져 나오는 따스한 온기에 이끌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리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옛글와 옛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맛깔 나는 그림으로 선사하는 그림작가입니다. 역사 속 인물들을 금세 친한 친구로 만들어 줍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깜박깜박 도깨비』, 『줄줄이 꿴 호랑이』, 『석수장이 아들』가 있고, 그린 책으로 『백구』, 『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내 더위 사려!』, 『동에 번쩍』, 『콧구멍만 바쁘다』, 『학교 가기 싫은 날』, 『조선 수학의 신, 홍정하』, 『무섭지만 자꾸 듣고 싶은 역사 속 귀신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권문희의 다른 상품

센 놈한테 약하고 약한 분한테 세게 굴면서 사람 차별하는 자들을 몹시 싫어합니다. 이야기로나마 그렇게 건방 떠는 녀석을 혼내 줄 수 있어서 무척 즐겁습니다.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 『수박이 먹고 싶으면』, 『하늘에』, 『겨울, 나무』, 『나무 하나에』, 이야기책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 『가슴 뭉클한 옛날이야기』, 『어찌하여 그리 된 이야기』, 역사책 『박물관에서 만나는 강원도 이야기』 등을 썼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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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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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와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20년 넘게 여러 그림책을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하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그림책 전문 서점인 ‘사슴책방’을 운영하고 있고 그림책 강의도 10년 동안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경주를 그리는 마음》이 있고, 그린 책으로 《토끼, 너!》 《우리 같이 걸어요 서울 성곽길》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 《소 찾는 아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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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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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순수 미술을 해 오던 중, 이야기가 있는 그림에 마음이 끌려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한국생활사박물관』, 『테마한국사』, 『살아있는 한국근현대사』, 『우리 공주 박물관』, 『리더십을 키워주는 우리왕자 박물관』에 그림을 그렸고, 옛이야기 어린이 그림책에도 그림을 그렸다. 일상에서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산책을 하면서 주변의 풀과 나무와 길의 작은 변화들을 느끼며 아쉬움과 기대를 가지곤 한다. 『걷다 보면』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던 그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순수 미술을 해 오던 중, 이야기가 있는 그림에 마음이 끌려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한국생활사박물관』, 『테마한국사』, 『살아있는 한국근현대사』, 『우리 공주 박물관』, 『리더십을 키워주는 우리왕자 박물관』에 그림을 그렸고, 옛이야기 어린이 그림책에도 그림을 그렸다.

일상에서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산책을 하면서 주변의 풀과 나무와 길의 작은 변화들을 느끼며 아쉬움과 기대를 가지곤 한다. 『걷다 보면』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던 그 길이 반갑고 기대되는 걸음으로 채워지길 바라며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다.

이윤희의 다른 상품

글,그림 : 김성민
이 책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김성민은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줄곧 어린이책의 그림을 그려왔으며, 주로 목판과 실크스크린을 이용하여 우리 옛이야기의 세계를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꺼비 신랑』『내가 처음 쓴 일기』『쥐돌이의 모험』『재치가 배꼽 잡는 이야기』『돼지 콧구멍』『토끼전』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 : 이수진
서울에서 태어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공부한 뒤, 일본 소케이 미술전문학교와 한국일러스트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연구했습니다. 그 동안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의 그림 작업에 참여했으며, 지금은 옛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 옛이야기그림책을 만드는 일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글,그림 : 신동근
이 그림책을 쓰고 그린 신동근은 2007년에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그때의 세상은 어땠는지가 궁금해서 옛이야기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옛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고 그 속에서 미래를 꿈꿉니다.
저자 : 신세정
낮고 작은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사람이기를 원하고, 낮고 작은 곳에서 아름다움을 꺼내기를 즐겨하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 공부를 했으며, 그림책 『하늘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글 : 김장성
서울에서 태어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뒤, 줄곧 어린이책 기획·편집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글을 쓴 책으로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가슴 뭉클한 옛날이야기』『어찌하여 그리 된 이야기』『박타령』『골목에서 소리가 난다』『나무 하나에』『가시내』『씨름』등이 있습니다.
글, 그림 : 이현진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델파이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미술치료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점토를 이용해서 작업해 왔고 뉴욕과 서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토끼와 호랑이』는 2년여 동안 구상하고 작업했는데 점토로 조물조물 만들고 알록달록 색을 칠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글 : 여송연
역사를 공부하면서 답사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원시 신앙의 흔적에 매료되어 신화 등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원시 신앙이 공부의 차원을 넘어서 생활 속으로 들어올수록 어린아이들의 세계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신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는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림책에 글을 썼습니다.
그림 : 김솔미
1982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그림 재료를 실험하고 탐색하던 중에 석판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어, 이 그림책을 다색 석판화로 작업하였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엉뚱한 상상력과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그림책 속에 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강화도 시골마을 작업실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차차차 아저씨를 만나러 갈 테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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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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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 사계절 ‘옛이야기그림책’시리즈를 시작하며

“옛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다른 어떤 이야기들보다도 인간의 내면 문제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고, 또한 어린이가 처한 난관에 알맞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 옛이야기가 왜 어린이들의 내면적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가를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그것이 다른 어떤 책보다도 어린이의 심리와 감정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옛이야기는 어린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겪는 심각한 내면적 억압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내적 갈등을 소홀히 다루지 않으며, 그것에 대한 즉각적이고도 지속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옛이야기의 매력』,브루노 베텔하임

어린이 심리 치료 전문가이며 옛이야기 연구자인 브루노 베텔하임(1903~1990)은 저서 『옛이야기의 매력』을 통하여, 옛이야기가 어린이의 내면을 풍요롭게 해 주고 어린이가 성장과정에서 부닥치는 난관들을 극복해 나아가는 데 힘을 주는 훌륭한 어린이문학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굳이 학자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어린이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옛이야기야말로 어린이에게 흥미와 위안을 주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라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옛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변주를 거치면서 다종다양한 형태의 어린이책으로 출간되어 왔습니다. 그림책 분야에서도 옛이야기는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으로 다루어져, 그림책을 내는 전집 출판사치고 ‘옛이야기그림책 전집’ 한 질 쯤 갖추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며, 단행본 시장에서도 어지간한 규모의 유아 전문 출판사들은 저마다 옛이야기그림책 시리즈를 전집 규모로 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옛이야기그림책의 질적인 수준은 몇몇 작품들의 성취를 제외하면 그 양적인 풍성함에 비해 아직 만족스럽다 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수요를 좇는 데 급급한 제작 관행이 작가들로 하여금 옛이야기의 문학적 심층에 천착하여 그 깊이를 드러낼 여지를 갖지 못한 채 단지 스토리를 재현하는 데에 그치도록 한 탓이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옛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민중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면서 한껏 다듬어지고 고도로 양식화한 상징과 은유의 문학이자, 사회적 약자로서 민중의 꿈과 욕망이 담긴 해방과 위안의 문학입니다. 따라서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재화할 때에는 거기에 담긴 상징과 은유, 꿈과 욕망을 해석해 내는 연구자의 자세와, 그것을 다시 시각적이고 문학적인 수사로 풀어내는 이야기꾼의 기질, 그리고 무엇보다도 약자인 어린이의 꿈과 욕망을 보듬고 이해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사계절 옛이야기그림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안고 출발합니다. 한 권 한 권 연구하는 자세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 그림책들이 어린이의 내면을 살찌우고, 어린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과 용기, 꿈과 위안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작품 소개

>> 무서운 옛이야기그림책, 『여우누이』
어린이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면 이불을 뒤집어쓰면서도 계속하라 재촉하며 귀를 기울입니다. 정신의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공포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어기제’로 설명합니다. 현실에서 겪게 될지 모르는 공포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이야기라는 안전한 공포체험을 즐기려 한다는 것이지요.

‘여우누이’는 그러한 ‘안전한 공포체험’으로서의 이야기들 가운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표적인 옛이야기이며, 이 책은 그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무서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재화할 때에는 그 무서움의 근원이 어떤 것인가를 해석해 내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여우누이’의 무서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림책 『여우누이』는 그것을 ‘소외’의 공포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아들을 셋이나 둔 부자가 딸 두기를 소원하여 날마다 서낭에서 비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바라던 딸을 낳았으나 그 뒤로 괴이한 일이 일어나지요. 자고 나면 소와 말이 하나씩 죽어 있는 것입니다. 공포는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가축들이 하나씩 죽어 가는 괴기스러운 현상, 그러나 까닭을 알 수 없음, 그것은 사건이 일어나는 때가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시간인 ‘밤’이라는 점과 어울려, 알 수 없는 어떤 힘으로 인하여 현실로부터 소외되는 공포감을 자아냅니다.

까닭을 알기 위해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밤을 지킬 것을 명령합니다. 그런데 범상한 두 아들은 잠을 이기지 못해 사실 규명에 실패하고, 주인공인 셋째아들만이 가축들을 잡아먹는 괴물이 바로 누이동생이라는 진실을 목격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셋째가 목격한 진실을 부정합니다. 이 때 또 한 번 공포가 엄습합니다. 나만이 알고 있는 진실을 부정당할 때, 세계로부터 철저히 소외되는 두려움이 닥쳐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여우누이’의 공포는 괴기스러운 캐릭터나 무서운 감정의 표출, 피비린내 나는 현장감 따위에서 연출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 『여우누이』는 감정이 모두 증발된 무표정한 캐릭터들, 진실이 부정되는 막막한 분위기, 폐쇄된 그림틀로써 나누어 놓은,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지배하는 공간의 표현 등으로 공포의 분위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진실을 알고 있는, 그래서 소외된 셋째아들을 독자의 대리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입니다.

>> 무서움을 극복하는 옛이야기그림책, 『여우누이』
그런데 ‘여우누이’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어떤 문제를 던진 뒤에는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어린 독자들을 다독입니다. 그래서 옛이야기는 훌륭한 어린이문학이며, 그것은 무서운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의 공포가 어린이가 스스로 즐기는 안전한 공포라 해도, 거기에는 반드시 안심할만한 결말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린이는 공포를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셋째가 쫓겨나는 순간부터 ‘여우누이’는 공포를 극복하고 괴물을 퇴치하는 모험담으로 전화합니다. 쫓겨난 셋째는 길을 떠납니다. 그것은 힘을 얻기 위한 여행입니다. 셋째는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구현하고 여우누이를 퇴치하기엔 아직 힘이 없습니다. 그러면 그 힘은 어디에서 주어지는 것일까요?

이미 질서가 훼손된 인간 세계에서는 힘을 구할 수 없습니다. 초자연의 세계, 어느 유토피아가 있어 그 세계와 접촉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그 세계와 접촉하는 통로가 바로 셋째의 착한 마음입니다. 셋째는 아이들에게 학대당하는 거북을 구해줍니다. 그런데 거북은 보통 거북이 아니라 용왕의 아들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험이며, 셋째는 선행을 베풂으로써 시험을 통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원하는 것이 나오는 함을 받습니다.

셋째는 함 속에서 나온 색시와 혼인하고 함 속에서 나온 집에서 삽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보호막 속에서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혼인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통과의례로서 거듭남을 뜻합니다. 더구나 다른 세계에서 온 각시와 혼인했으니 셋째는 이제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거듭난 사람입니다.

셋째는 이제 여우누이를 퇴치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집으로 돌아가 보고자 합니다. 그러나 맨손으로 여우누이와 맞설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신물(神物)이 등장합니다. 이계(異界)의 각시가 내어준 병 세 개, 셋째는 그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온 식구들을 다 잡아먹은 뒤 셋째마저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여우누이와 대결을 벌이고, 병 세 개의 힘으로 승리를 거둡니다. 여우누이는 죽어서야 완전한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 탐욕을 경계하는 옛이야기그림책, 『여우누이』
여우누이의 정체는 바로 서낭나무 뒤에 숨어 부자 내외의 소원을 엿들은 늙은 여우였습니다.
내외는 부자인데다가 아들을 셋이나 둔 터였습니다. ‘셋’이라는 수는 완전함의 상징입니다. 게다가 ‘아들’이 셋입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 사회에서, 말하자면 이들 부부는 자식을 완전하게 갖춘 것입니다.
그런데 딸을 하나 더 원했습니다. 그것은 지나친 욕망입니다. 지나친 욕심을 부릴 때 질서에 균열이 생깁니다. 이 균열을 비집고 귀물(鬼物)이 개입합니다. 즉 아들이 셋이나 되는 내외가 딸을 하나 더 바라는 순간, 탐욕을 눈치 챈 여우가 그들 가족 속으로 끼어든 것입니다. ‘저 집에 들어가면 다 잡아먹을 수 있겠구나!’ 그로부터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우누이』는 이 같은 ‘여우누이’ 이야기를 절제된 시각적 은유를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낭나무 앞에서 치성을 드리는 내외의 반대편 화면 밖으로 슬쩍 빠져나가는 여우의 흰 꼬리, 내외가 여우 딸만을 예뻐라 싸고도는 장면 밖에 우두커니 서 있는 세 아들, 말을 타고 돌아온 셋째 앞에 펼쳐진 폐허가 된 집의 모습 ……, 지나친 욕망과 그것이 불러들인 비극을 말하는 장면들입니다.

여기까지 그림책 『여우누이』가 재화(再話)한 옛이야기 ‘여우누이’의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여우누이』를 통하여 모쪼록 어린 독자들이 훌륭한 어린이문학으로서 옛이야기의 재미와 의미를 함께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종일 꼼짝 않는 게으름뱅이!
정자나무만큼 자라는 참깨!
호랑이 뱃속도 미끄러져 나오는 기름 강아지!
밤새 한 줄에 꿰인 온 산 호랑이!

허풍 속에 스며 있는 ‘벼락부자 되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보통 사람의 꿈 이야기


* 이야기 재미

이 그림책은 옛이야기답게 “옛날에 게으른 아이가 살았어”로 시작해서, “지금도 그 동네에 가면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난다지”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전형적인 옛이야기 서두와 결말이지요. 특히 끝문장을 보면 이 이야기가 과장이 심한 재밌는 이야기라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으른 아이를 설명하는 문장은 단 하나입니다. “어찌나 게으른지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라는 구절이 아이가 얼마나 게으른지 알려주지요. 하루 종일 방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니까요. 밥 먹고 똥 싸는 일을 한 공간에서 해결할 정도로 게으르다는 걸 그림이 다시 한번 강조해서 보여줍니다. 화가 난 어머니도 그랬지요, “너는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만 싸고 있냐?”고요. 어머니가 괭이를 구해 준 다음부터 이야기는 시침 뚝 떼고 허풍을 떨기 시작합니다. 한 길 넘는 구덩이에 온 동네 똥을 져다 넣고 흙 덮고 참깨 씨앗을 뿌렸더니 그 싹이 정자나무만큼 크게 자라서 참깨가 주렁주렁 열렸고 기름을 짜니 수수십 항아리나 나오더라, 강아지를 기름 먹이고 기름 바르고 해서 키운 다음 산에 묶어 두었더니 강아지가 얼마나 미끄러웠는지 호랑이가 삼켜도 똥구멍으로 빠져 나오더라, 그래서 온 산 호랑이를 한 밤에 다 잡아 큰 부자가 되었더라는 신나는 허풍이지요.

이 아이처럼 게으름 다 피우고도 한번 손 댄 일이 그처럼 잘되어 큰 부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게다가 그림을 보니 큰 부자가 된 후에는 야단치던 어머니도 아이와 함께 목침 베고 게으름 부리니 더더욱 좋지요. 이제는 아이더러 게으르다고 야단 칠 일이 없을 테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민중은 큰 부자가 되어 일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랍니다. 옛 사람들은 그 소망을 이 이야기에 담아 놓았지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허풍 심한 이야기에 자신들의 소망을 실현시켜 놓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이 이야기를 즐깁니다. 우리의 소망도 옛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작가 권문희는 결말에 게으름 피우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그려 넣음으로써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소망까지 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게으름 피우면서 황당한 일확천금의 꿈이나 꾸면서 살자는 얘길까요? 아니지요. 이야기는 우리에게 생각과 느낌을 줍니다. 비극적 이야기는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희극적 이야기는 위안을 주지요.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마도 위안이 아닐까요? 게으름 피우면서도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어쩔 수 없는 욕망을 인정하고 달래주면서, 그 욕망을 한바탕 웃음으로 툭툭 털고 일어나 또다시 열심히 살게 하는 그런 힘 말입니다.


* 그림 재미

이 그림책의 재미는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동작과 표정에 있습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애걔, 한입거리도 안 되는 강아지네” 하고 말하는 듯합니다. 표제면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어머니 표정이 영 심상치 않습니다. 시선을 따라가 보면 방문 앞에 놓인 짚신에 이르지요. 그 짚신 임자에게 화가 났구나 하는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첩첩이 놓인 산 뒤로 호랑이 꼬리도 보이지요. “옛날에 게으른 아이가 살았어”라는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목침 배고 누운 아이 뒷모습을 보세요. 손가락 발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듯한 자세입니다. 파리가 윙윙거려도 꿈쩍 않지요. 그런 아이한테 소리치는 어머니 모습은 무시무시합니다. 아이는 어느 새 조그맣게 몸을 말고 앉아서 “괭이가 있어야 땅을 파지요” 하고 대꾸하는데 그 표정이며 동작이 여간 겸손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 전 페이지에서 누운 채 “배고파요. 저녁밥 주세요” 하던 당당함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처럼 모든 장면의 그림들이 글에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심리와 상태를 보여주니 책을 볼 때마다 그림 읽는 재미가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기름 강아지의 표정입니다. 처음 호랑이에게 먹혔다가 똥구멍으로 나올 때에는 정신이 다 달아난 표정인데, 두 번째 호랑이한테서 빠져 나올 때는 “그러게 나를 왜 먹어?” 하는 표정입니다. 그리고 막바지에 이르면 아주 능숙한 다이빙 자세로 호랑이 똥구멍을 빠져 나옵니다.

본래의 이야기가 지닌 허풍에, 작가 권문희의 생동감과 해학 넘치는 그림이 더해져서 이 그림책 『줄줄이 꿴 호랑이』가 탄생했습니다.
커다란 동굴 같은 입, 사람을 통째로 셋이나 삼키고도 별 탈 없는 위장에 몇 걸음만 펄쩍 뛰면 동에서 번쩍 서에 번쩍 강원도로, 경상도로, 충청도로 가는 호랑이-이렇게 큰 호랑이가 있다니! 게다가 잡아먹힌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갈 궁리를 하고, 먹힌 주제에 먹은 녀석의 뱃속을 도려내어-그것도 소금치고 숯불 피워 맛있게 구워서-먹는다니. 결국에는 속리산에서 전라도 김제 만경 넓은 들까지 한달음에 달려간 호랑이란 녀석은 콱 고꾸라져 죽고 먹힌 사람들은 똥과 함께 밖으로 나와 고을 사람들과 호랑이 고기로 잔치까지 벌였다니, 참말 거짓말이예요, 이 이이야기는. 해도 너무하는 거짓말입니다. 누구나 거짓말 이야기지 하고 금세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하지만 너무난 재미있는 허풍이라 그래그래,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 라고 더 물어보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하며 익살맞게 이야기를 글로 들려주는 작가는 그림으로 한술 더 뜹니다. 동굴 입구에 매달린 고드름처럼 보이는 호랑이 이빨, 동굴 벽화라도 그리며 놀아야 할 듯한 호랑이 뱃속-결국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온갖 모양의 동물 모양으로 고기 뜬 자리 그림말입니다. 그리고 아주 무심한 표정으로 고기 먹는 세 사람-이들은 정말 웃깁니다. 간이 보통 사람의 백배는 되는가 봐요. 호랑이에게 먹힌 주제에 오히려 호랑이 뱃속을 도려내 먹어요. 그것도 제대로 양념해서 구워 먹고는 두둥실 부풀어 오른 배를 보이며 잠까지 잡니다.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를 듯한 장면이지요. 그리고 날뛰는 호랑이 배속에서 위로 아래로 흔들흔들 흔들릴 때 그 셋의 동작은 또 어찌나 웃긴지. 또 호랑이가 고꾸라지는 장면은 어떤가요? 김제 만경 틀판에 사는 이들이 저 하던 모양대로 이리저리 공중으로 튀어 오릅니다. 집도, 나무도, 산도, 들도, 요동을 치고요. 그 와중에 세 사람은 불꽃처럼 공중으로 솟아오르지요. 어디에서? 호랑이 똥구멍에서~.

허풍으로 이렇게 웃기기도 힘든 일입니다. 허풍선이 뮌히하우젠 남작 정도는 되어야 이 이야기에 맞설 수 있을 거고요. 하긴, 이 이야기에는 뮌히하우젠 남작에게는 없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시침 뚝 떼고 웃기지 않은 척 이야기하는 작가의 태도입니다. 주인공들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무심하고 심심한 표정이지요? 이야기의 그림 화자인 이들이 이런 태도로 허풍을 떨고 있으니 독자는 더 웃을 수밖에 없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친숙한 구절입니다. 마치 속담처럼 회자되는 이 구절은 바로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못된 호랑이가 하는 말이지요.
많고 많은 옛이야기 중에서도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국민 옛이야기’라 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만큼, ‘전래동화’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옮겨졌고 ‘그림책’으로도 여러 권이 나와 있지요.
그런데 그 ‘재화된’ 이야기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본연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대목이나 오누이가 호랑이에게서 벗어나는 대목은 가슴 졸이게 하는 반복 구조가 사라진 채 짧게 압축되어 있기도 하고, 호랑이가 젖먹이 아기를 잡아먹는 대목은 아예 빠져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옛이야기의 화소들은 쉽게 줄이거나 버려도 좋을 만한 것들이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해 전승되어 온 입말문학인 까닭에 간추려질 대로 간추려져, 번거로운 치장이나 수사는 제거되고 의미 있는 화소들만 남아 전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어린이용’이라 해서 함부로 훼손하거나 변형시킬 일이 아닙니다.
그림책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본디의 모습 그대로, 입말문학으로서 옛이야기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려서 제대로 재현하고자 한 작품입니다. 그리하여 ‘국민 옛이야기’로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정본 그림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우리 옛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 이야기
참말로 복 없는 총각이 하루는 큰 결심을 하는데, 서천서역국에 산다는 부처님을 만나 담판을 짓자는 것입니다. 겨우겨우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살림살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서는데…… 우리 옛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좁쌀 반 됫박』입니다.

내 복이 겨우 좁쌀 반 됫박이라고?
옛날에 참말로 복 없는 총각이 살았습니다. 나무장사를 나서면 한겨울에도 날이 따뜻해지고, 짚신장사를 나서면 마른날에도 별안간 비가 쏟아지는 식이니, 운도 참 안 따라 주지요. 참다 참다 못한 총각이 하루는 큰 결심을 합니다.

“서천서역국에 부처님이 산다던데, 찾아가서 복을 내놓으라고 떼라도 써 봐야겠다!”
서천서역국이니까 해지는 쪽으로 무작정 걸었지요. 걷다 보니, 커다란 기와집이 나오는데 웬 아낙네가 달덩이 같은 얼굴을 쏙 내밉니다. 총각이 부처님 만나러 간다는 말에, 아낙네도 제 고민을 털어놓고 가는 길에 배필감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총각, 제 코가 석자인데도 “아무렴요, 그야 어렵지 않지요. 전해 드리겠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는 기운차게 또 길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만난 동자들이며 이무기도 제 복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총각은 군말 없이 부탁을 들어 주지요.

마침내 서천서역국에 도착한 총각, 부처님 앞에 엎드려 주절주절 말을 꺼내는데, 부처님이 혀를 끌끌 차며 말합니다. “타고난 복이 그뿐이니 어쩔 도리가 없구나. 이걸 보아라. 사람마다 타고난 복을 적은 ‘복장부’란다.” 총각은 기가 꽉 막힙니다. “아무 해 아무 날 아무 시에 태어난 아무개 총각의 복은 ‘좁쌀 반 됫박’이다.” 복이 달랑 좁쌀 반 됫박이라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통사정을 하지만 부처님도 별 수 없다지요. 간신히 눈물을 훔치고 남들한테 부탁받은 것들이나마 풀어 놓았더니, “하! 그건 아주 쉬운 일이구나.” 하며 부처님은 얼굴이 환해져서 좔좔좔좔 대답을 해 주는데…… 남들 복은 다 괜찮은데 총각의 복만 이 모양 이 꼴이라니, 타고난 복이 그뿐이면 어쩔 도리가 없을까요?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다!
이 그림책은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다고 능청을 떱니다. 분명 복장부에 적힌 총각의 복은 ‘좁쌀 반 됫박’이 맞지요. 하지만 서천서역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총각은 큰 복을 얻습니다. 답은 가는 길에 선선히 부탁을 들어 준 총각의 마음씀씀이에 있습니다. 여의주 하나를 버려야 용으로 승천할 거라는 해답을 얻고, 이무기는 총각에게 여의주 하나를 줍니다. 동자들은 신선초 아래 금덩이를 캐내야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으므로, 그 금덩이 임자는 총각이 됩니다. 아낙네가 혼자되고 나서 처음 만난 사람이 총각이니, 아낙네의 천생연분 배필감은 바로 총각입니다. 재물도 얻고 사랑도 얻었으니 더 바랄 게 무어겠어요?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는 모양이네, 하고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지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복 타령을 많이들 합니다. 누가 잘된 걸 보고는 “복도 많지!”, 누가 좋은 일이라도 할라치면, “복 받을 거야.”, 또 누군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지지리 복도 없다.”고 한탄을 합니다. 내 의지대로 안 되는 일이 있으면 ‘복’ 탓을 하기도 하고, 절실히 소망하는 게 있으면 ‘복’을 빌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복’으로 위로받고, ‘복’을 희망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그런데 이런 ‘복’의 실체가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바꿀 수도,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을까요? 이런 현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바람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었습니다. 현실에서 지지리 복이 없다고 복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이야기 속에서는 가능합니다. 총각은 씩씩하게 복을 찾아 떠납니다. 부처님이 보여 준 복장부로 복의 실체를 확인합니다.

그런데 웬걸? 복이 고작 좁쌀 반 됫박이라니, 앞으로 어찌 살지 막막합니다. 여기서 희망을 놓을 수는 없지요. 복 타러 가는 길에 ‘덕’을 쌓은 총각은 돌아오는 길에 ‘복’을 얻습니다. 타고난 복이 그뿐이라도 ‘덕’을 쌓으면 ‘복’이 되어 돌아올 거라는 사람들의 신념이 이야기에 담겨 있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세상살이, 제 코가 석 자라도 얼쑤덜쑤 도와가며 살면 없는 복도 생길 거라고 믿는 선한 마음이 빛나는 옛이야기, 『좁쌀 반 됫박』입니다.

같지만 다른, 옛이야기 그림책
이 그림책의 글은 흔히 ‘구복 여행 설화’로 통칭하여 불리는 여러 각편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쓰고 다듬어 말맛과 이야기 맛을 살렸지요. 서천서역국까지 복 타러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지만, 이 그림책의 그림은 성큼성큼 나아갑니다. 가는 길보다는 만나는 인물과 사건에 초점을 두어 시원시원한 앵글에 담아냅니다. 얼굴이 꼭 달덩이처럼 둥근 아낙네, 양쪽 머리를 올린 앳된 동자들, 쓰윽 얼굴을 들이대는 슬픈 이무기, 부처님 손바닥에 올라앉아 엉엉 우는 총각, 지렁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지그시 바라보는 부처님, 모두가 하나하나의 캐릭터로 보는 맛을 더합니다.

화면 한 가득 펼쳐진 복장부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고 유명한 옛이야기 등장인물들을 발견할 때면, 그림 속 숨은 재미를 찾는 맛도 쏠쏠합니다. 버선이야 벗겨지거나 말거나 총각의 볼에 기습 뽀뽀를 감행하는 적극적인 아낙네의 행동에 웃음이 터집니다. 같은 옛이야기를 모태로 한 그림책이라도, 글과 그림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좁쌀 반 됫박』은 우습고 단순하고 솔직합니다. 그게 바로 ‘복’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입체 그림책으로 보는 옛이야기의 재미

『토끼와 호랑이』는 점토로 캐릭터와 배경을 만들고, 촬영하여 만든 입체 그림책입니다. 책 표지에서부터 마냥 어수룩해 보이는 호랑이와 깜찍한 토끼 얼굴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책을 펼치면 볼거리 많은 입체 공간이 펼쳐집니다. 입체 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난 캐릭터와 배경이 되는 공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세대인 아이들에게 입체 그림책은 회화 그림책보다 즉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토끼와 호랑이』는 시각적인 재미에 완성도가 높은 옛이야기를 결합하여, 한 차원 높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영리한 꾀로 힘센 강자를 골탕 먹이는 통쾌한 반전의 드라마

호랑이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옛이야기에서 신령스러운 영물로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희화화하여 그려지기도 합니다. 『토끼와 호랑이』에서 호랑이는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어리석은 강자를 비유합니다. 이에 반해 토끼는 몸집은 작지만 영리한 꾀로 위기를 모면하는 지혜로운 약자를 가리킵니다. 『토끼와 호랑이』에서 토끼와 호랑이는 세 번이나 만남을 이어가면서, 속고 속이는 관계를 반복합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토끼와 호랑이의 첫 만남에서부터 당연히 독자는 약자인 토끼를 응원합니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으려고 하자, 토끼는 꾀를 내어 자신에게 떡이 있으니 실컷 먹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 토끼는 돌멩이를 떡이라고 속인 뒤, 돌멩이를 화톳불에 굽지요. 그러고는 떡을 찍어 먹을 꿀을 가져온다며 줄행랑을 칩니다. 혼자 남은 호랑이는 뜨거운 돌멩이를 입속에 넣는데……. 결국 호랑이는 이빨이 와장창! 부러지고 맙니다.

다음에는 토끼가 어떻게 호랑이를 구워삶을까? 내심 기대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역시나 이야기는 토끼의 꾀를, 호랑이의 어수룩함을, 여실히 보여주며 독자의 기대에 응답합니다. 호랑이는 터무니없는 말에 속아 강물에 꼬리를 담그고 있다가 꼬리가 얼어붙고, 급기야 꼬리가 부러지고 맙니다. 매번 너무 어이없게 당하다 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어수룩해도 너무 어수룩한 호랑이가 살짝 가여워지기까지 합니다. 불붙는 갈대밭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호랑이가 좀 안되어 보입니다. 이는 덩치만 컸지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호랑이의 칠칠치 못함이, 된통 당하고도 덜컥 믿고 보는 순진함이 빚어낸 해학과 익살 때문일 겁니다.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토끼의 꾀, 매번 속아 넘어가는 호랑이의 단순함, 약자가 강자를 엎어뜨리고 메치는 통쾌한 반전과 삼세 번 반복되는 속임수의 드라마가 점층의 묘미를 더하는, 매력적인 옛이야기입니다.

부조와 환조의 어울림으로 만들어낸 그림책의 리듬

반복의 구조를 갖고 있는 이 옛이야기에 작가는 그림책의 리듬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부조와 환조 장면을 적절히 혼용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매 이야기의 시작은 불규칙한 점토 덩어리의 부조로 시작됩니다. 마치 점토 한 덩어리가 이야기 한 덩어리와 같은 느낌을 주며, 이야기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부조 덩어리가 조금씩 커지는데 이는 부조가 화면을 장악해 가듯이 이야기가 점층적으로 쌓이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주기 위함이지요.

부조로 시작되는 첫 장면을 넘기면, 디테일한 배경이 살아 있는 입체 공간으로 넘어갑니다. 입체 장면에서는 디테일이 풍성한 배경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 눈이 쌓인 겨울 강가, 나부끼는 갈대 등이 실제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독자는 이야기 진행이 궁금하여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으면서도, 화면에서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욕구와 충돌하게 되지요. 이렇게 이야기는 앞으로 진행되고, 장면은 더 오랜 시간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붙들면서, 이야기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은 상승됩니다.
책 전체의 긴장감은 벌겋게 불타는 갈대밭 장면에서 극을 이룹니다. 그러다가 눈물 콧물 흘리는 호랑이의 얼굴 표정과 나뒹구는 호랑이의 동작에 포커스를 맞춘 장면과 만납니다. 이 장면은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과장되어 있는데, 이 장면에서 독자는 극적 긴장감을 해소하고 유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읽는 이의 호흡까지 섬세하게 계산하여 각각의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에 이야기는 거침없이 읽히고 장면의 변화도 다채롭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독자의 상상력까지를 열어 주는 입체적인 옛이야기 그림책

본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옛이야기가 그러하듯이, ‘토끼와 호랑이’ 또한 전해지는 이야기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강물에 꼬리가 얼어붙어버린 호랑이가 사람에게 잡히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 호랑이는 갈대밭에 번진 불에 타 죽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에 따라서 더하고 덜어내며 고갱이를 취한 탓입니다.

이 그림책 『토끼와 호랑이』에서는 어수룩한 호랑이를 살려두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살짝, ‘토끼와 호랑이’의 뒷이야기를 예고하지요. 토끼와 호랑이는 어찌 되었을까? 이야기가 끝나고 난 다음에, 이 그림책의 사랑스러운 두 캐릭터는 무얼 하고 있을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마치 연극의 막이 내리고 나서 막 저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작가는 보름달 뜬 밤을 배경삼아 두 캐릭터의 익살스러운 풍경을 넌지시 그려놓았습니다. 이들이 아직도 속고 속이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림만 봐서는 모를 일입니다. 독자가 어떻게 추측하고 읽어내느냐에 따라 후편의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이 또한 이 그림책이 갖춘 매력일 것입니다.
창조신화로 살펴보는 세상에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

옛날 아주 먼 옛날부터 중국에는 먀오족이라는 민족이 살았더랍니다. 참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는데, 이 민족에게는 여와 신화라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창조신화가 있었답니다. 그림책 『세상에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는 여와 신화를 재해석하여 다시 쓴 옛이야기 그림책입니다.

중국의 ‘여와 신화’를 바탕으로 다시 쓴 옛이야기 그림책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 끝도 없이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답을 알 수 있을까? 태초에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없기에, 더욱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동양과 서양의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옵니다.
그 가운데서도 이 그림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중국의 창조신화로 일컬어지는 ‘여와 신화’입니다.
여와 신화는, 지금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먀오족이 아주 먼 옛날 대단히 강성한 민족이었을 때 생겨나 전해 내려온 이야기입니다. 먀오족이 살던 곳은 호리병박이 아주 잘 자라나는 곳이었는데, 쓰임이 많고 풍요로워서 이 지역 사람들한테는 매우 귀중한 식물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커다란 호리병박의 품새가 여성의 몸을 꼭 닮아 있으니, 먀오족이 호리병박을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어머니 신으로 숭배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었던 셈입니다.
여와(女?)의 와(?)는 호리병박을 뜻합니다. 신화에서 호리병박 여신, 여와는 생명을 창조하는 역할을 맡아 인류를 창조하고 혼인 제도를 세우고 뚫린 하늘을 깁고 생황(호리병박 악기)을 만듭니다만, 후대에 가서는 복희여와 신화로 변형되어 오라비이자 남편인 복희가 여와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모계의 신이 가부장 사회에 걸맞게 각색되고 소수민족의 문화가 더 힘센 문화에 흡수된 현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책 『세상에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는 여신 여와에 초점을 맞추고, 그이를 어린이로 되살려내어 새롭게 다시 태어난 우주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신화에서 되살려 낸 어린이의 세계, 음악의 세계

그림책은 아주 먼 옛날, 우주가 태어났을 때로부터 시작합니다. 마치 엄마 배속에서 아이가 태어나듯 우주가 태어났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채 얼마가지 않아 욕심스러운 것들로 더렵혀지고 커다란 물이 우주를 삼키고 맙니다. 천만다행으로 호리병박 속에 여자아이 하나가 살아남습니다. 악을 물리쳐서 세상을 구원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 책의 시작점을 여기에서부터라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홀로 남은 아이는 바로, 호리병박 여신입니다. 하지만 그림책은 시종일관 여신을 아이로 그려내었고, 그렇기에 여신이 세상을 돌보고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모든 행동은 돌 하나에도 생명이 있음을 믿고 말을 거는 천진한 어린이의 모습으로 읽힙니다. 그리고 비로소 세상이 생명으로 가득 차게 되었을 때, 호리병박 여신은 사람들 사이에 사랑이 가득 차기를 소원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세상이 더욱 풍요로워지겠지요.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생길 테고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사랑이 자연스레 샘솟을 수 있을까? 사랑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호리병박 여신이 구한 답은 음악이었습니다. 세상이 음악으로 흘러넘치면 자연스럽게 사랑이 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겁니다. 그리하여 세상에 음악이 생겨났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차올랐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은 음악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이의 세계관으로 본, 생명의 율동과 에너지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음악은 아름답고 따뜻한 석판화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매 그림에서 독자는 웅크리고 있는 생명의 힘과 그것이 펼쳐 나올 때의 순진무구한 율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 색 한 색 판화로 찍어낸 순색의 어울림은 마치 새로운 세상에 흘러넘치는 음악처럼 자유로워 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더럽고 타락한 것을 쓸어내고 본래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낙원으로 돌아가고픈 갈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화에 ‘새롭게 다시 태어난 우주’라는 주제가 흔히 나타나는 것일 겁니다. 급박해진 현대 사회에서야 이러한 이야기들이 먼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옛날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삶과 밀착되어 전해지며 삶에 생생한 활기를 보태었고, 아주 귀하게도 이러한 이야기는 어린이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생생하게 실현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이야기이겠지만, 그 안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갈망과 모든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대화하는 어린이의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귀중한 세계관이 지식이나 이성에 지배되지 않고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어제 꾼 돈 서 푼 갚으러 왔다.”
약속대로 도깨비는 다음 날, 돈 서 푼 갚으러 왔겠지요. 두 손 모아 달랑달랑 돈 서 푼 들고 눈을 깜박이며 서 있는 모양새가 마치 잘했다고 칭찬받기를 기다리는 천진한 어린아이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 다음 날, 도깨비는 돈 갚은 걸 깜박 까먹고 또 옵니다.
“어제 꾼 돈 서 푼 갚으러 왔다.”
“어제 갚았잖아.”
“어라, 얘 좀 봐? 어제 꿨는데 어떻게 어제 갚아?”
그러고는 안 갚은 게 맞다고 도리어 아이를 타박하지요. 돌아서면 까먹고 돌아서면 까먹고 주구장창 돈 갚으러 오다가, 하루는 아이 집에서 찌그러진 냄비 하나를 발견합니다. 자, 이제 돈 서 푼에 냄비까지 얹어 가져다줍니다. 먹고 싶은 건 다 나오는 요술 냄비이지요. 그런데 사려 깊은 도깨비 눈에 띄는 것이 어디 냄비뿐이겠어요? 닳아빠진 다듬잇방망이를 보더니 다음엔 방망이도 새 걸로 가져다주겠다고 합니다. 원하는 건 뭐든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입니다.
이렇게 아이네 집 살림은 점점 늘고, 도깨비네 집 살림은 어찌 되었나 궁금할 즈음, 우는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도깨비입니다. 살림을 헤프게 쓴 죄로 벌 받으러 하늘나라에 간다고요. 그런데 이 사랑스러운 도깨비를 어찌 합니까. 가만 보니, 벌 받는 게 무서워서 우는 게 아니지요. 그저 아이랑 떨어지는 게 서운하고, 아이한테 꾼 돈 못 갚고 가는 게 미안해서 우는 게 아니겠어요? 이미 갚았다고, 집에 다 있으니 도로 가져가라는 데도, 도깨비는 벌 다 받고 오면 꼭 갚겠다며 가 버렸습니다. 사람의 수명과 도깨비의 수명이 달라, 아이는 행복하게 살다 죽었는데 그러고도 한참을 지나, 도깨비는 돈 서 푼에 냄비에 방망이까지 챙겨 들고 와서 “어라? 얘네 집이 어디더라? 벌 다 받고 왔는데…….” 하더랍니다. 이쯤이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도깨비라 할 만하겠지요.

우습고 사랑스러운 도깨비 이야기에 담긴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 마음
이제 아이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살펴볼까요? 세상에 이 아이만큼 운 좋은 아이가 어디 있을까요? 그저 돈 서 푼 꿔 주었을 뿐인데 그 뒤로는 도깨비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살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기댈 곳 하나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아이에게 돈 서 푼은 적은 돈이 아닐 겁니다. 용케 돈 꿔 줄 마음을 먹은 것이지요. 그것도 도대체 믿어야 할지 모를 도깨비한테요. 그러고서 자꾸자꾸 늘어나는 살림에 아이 마음도 사뭇 여유롭고 좋았을 겁니다. 누구나 부자 되고 싶은 소망이 있으니, 그 솔직한 마음을 꾸짖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림을 보면, 아이가 큰 욕심은 내지 않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가 보기에도 이 도깨비가 너무 깜박깜박하는 것 같으니, 혹시 몰라 받은 걸 다 쓰지 않고 쌓아두지요. 도깨비가 벌 받으러 가고 난 다음에는, 이웃들한테 냄비며 방망이를 조금씩 나눠 주었습니다. 그림을 살펴보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큰 부자가 되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힘들지만 이야기에서는 실현이 가능합니다. 허구일지언정 이야기로부터 마음을 위안 받고 달래어, 현실을 살아내는 힘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옛이야기에 담겨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넘친다 싶은 욕심은 살짝 고삐를 걸기도 합니다.
아이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혼자 외롭게,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데 착한 도깨비 하나 툭 나타나면 어떨까? 그래서 형편도 나아지고 행복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어쩐지 아이와 도깨비의 닮은꼴이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도깨비는 아이가 그려낸 소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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