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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황소와 도깨비 날개 봉별기 지팡이 역사 실화 종생기 병상 이후 단발 공포의 기록 지주회시 실낙원 환시기 동해 에피그램 권태 산촌여정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李箱, 김해경金海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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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나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 「날개」 물론 이래서는 못쓴다. 이것은 분명히 내 병이다. 오래오래 사람을 싫어하는 버릇이 살피고 살펴서 급기야에 이 모양이 되고 만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내 육친까지를 미워하기 시작하다가는 나는 참 이 세상에 의지할 곳이 도무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 참 안됐다. (……) 사람이 나를 싫어할 성싶은데 나도 사실 내가 싫다. 이렇게 저를 사랑할 줄도 모르는 인간이 남을 위할 줄 알 수 있으랴. 없다. 그러면 나는 참 불행하구나. --- 「공포의 기록」 지구 표면적의 백 분의 구십구가 이 공포의 초록색이리라. 그렇다면 지구야말로 너무나 단조무미한 채색이다. 도회에는 초록이 드물다. 나는 처음 여기 표착하였을 때, 이 신선한 초록빛에 놀랐고 사랑하였다. 그러나 닷새가 못 되어서 이 일망무제의 초록색은 조물주의 몰취미와 신경의 조잡성으로 말미암은 무미건조한 지구의 여백인 것을 발견하고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렇건만 내일이라는 것이 있다. 다시는 날이 새지 않는 것 같기도 한 밤 저쪽에, 또 내일이라는 놈이 한 개 버티고 서 있다. 마치 흉맹한 형리처럼?나는 그 형리를 피할 수 없다. 오늘이 되어버린 내일 속에서, 또 나는 질식할 만치 심심해해야 되고 기막힐 만치 답답해해야 된다. --- 「권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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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어법을 초월한 해체적 문체로 폭풍처럼 등장했던 이상의 중단편소설!
이상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세 살 때 큰아버지의 양자가 되었는데 나중에 큰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재산을 한 푼도 상속받지 못한 채 친부모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공부는 물론 그림과 문학에 몰두했고 한문과 외국어에도 밝았다. 세계 각국의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문학을 그들의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이른바 모더니즘이라 불리는 세계문학 사조상의 유행을 수용하되 그것을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접맥시켜 독특하고 새로운 것으로 만들었다. 이상의 작품들은 시, 소설, 수필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장르를 구분하기가 모호하고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이 책에서는 문학적 가치가 높으면서도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16편의 작품을 선별하였다. 소설 속에는 생전에 연애 또는 결혼 관계였던 금홍, 권순옥, 변동림과의 이야기가 여러 번 등장한다. '지주회시', '봉별기', '날개'에는 기생이었던 금홍과의 관계가 드러나 있고 '단발', '동해', '종생기', '실화'에는 말년에 이상과 결혼하였던 변동림과의 관계가 변형되어 드러난다. 변동림은 이상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후 화가 김환기와 재혼하였다. '환시기'의 여성은 권순옥을 모델로 삼은 것인데 친구 정인택과 삼각관계에 있다가 그 둘이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졌다. 평안남도 성천에서 요양하였던 경험을 담은 두 수필 중 '산촌여정'에서는 산골의 신선한 이미지를 발랄하게 표현했고, '권태'에서는 같은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지독한 허무와 우울, 권태, 도피의식 같은 것을 드러냈다. 수필 '에피그램'은 변동림에 관련한 것으로 추측되며 '황소와 도깨비'는 그가 남긴 유일한 동화다. 마지막으로 '병상 이후', '공포의 기록', '실낙원'은 사후에 다른 사람들이 정리해 발표했다. 이상은 불과 육칠 년에 이르는 활동기간에 적지 않은 문학작품을 남겼으며, 이 작품들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강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