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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세대
김달리
한겨레출판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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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신인류
후투티
조용한 살인
발현기
실험체
잔물결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다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 진로를 변경했다. 제1회 K스릴러 작가 공모전에서 『이레』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빌런’에 〈우세계는 희망〉이 당선됐고, 단편영화 〈한나 때문에〉와 〈양해의 닭다리〉로 다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밀림의 연인들』, 『렉카 김재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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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274g | 110*188*17mm
ISBN13
9791172132217

책 속으로

정 박사는 죽은 이들이 소화하지 못한 각종 플라스틱 조각을 종류별로 나눠 데이터화했다. 가장 많이 나온 건 삼키기 쉽고 저작이 용이한 빨대와 과자를 싸는 데에 활용되는 플라스틱 필름 포장재였다.
--- p.10

직접 만든 환은 여전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재현은 그것 대신 금석이 건넨 식욕억제제를 털어 넣었다. 그러자 어떻게 그동안 한 번도 서은을 보러 가지 않을 수 있었는지, 병원은 지낼 만한지, 자책과 걱정이 몰려왔다.
--- p.36

하얀 쌀에서는 이상식욕이 생기기 전에 플라스틱을 씹을 때와 같이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기를 머금은 특유의 풍미가 역했다. 반면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수병과 모빌 같은 것들은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먹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 pp.41-42

예인이 그 작은 몸통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자, 후투티는 코발트블루 빛이 도는 기이한 토사물을 쏟아냈다. 히이익, 히힉. 그리고 깊게 숨을 마시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플라스틱을 먹은 것 같아…….”
--- p.60

지하층을 뚫어서 길어낸 생수보다 에코 워터를 마시는 게 자연에 훨씬 더 이롭다고 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말이었다. 플라스틱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기후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부모 세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생존본능에 가까웠다.
--- p.81

이태라의 브리핑을 들으며 예인은 단박에 플라스틱이 좋아졌다. 사람을 죽인 것으로 다시 사람을 살찌울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확실한 혁명은 없었다. 동시에 이태라에게 매료된 것도 맞았다. 예인은 할아버지 밑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자유롭게 응석 부리며 컸음에도 줄곧 외로웠다. 그녀의 카리스마와 포용적인 리더십 아래에서 일을 배우고 싶기도 했다.
--- p.128

김지태는 침을 삼키더니 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거칠게 뜯었다. 틴 케이스를 열어 내용물을 곧장 입에 갖다 부었다. 와그작. 어금니 사이에서 에코 캔디 부서지는 소리가 예인의 귀에 어쩐지 생경하게 들렸다. 그 순간, 예인은 김지태가 몇 주 전 자신과 똑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금단증상.
--- pp.143-144

서둘러 휴대폰으로 뉴스 속보를 확인하니 서울 경기 일대가 레드존 구역으로 지정되며 이동이 금지된 상태였다. 경찰차가 먼저 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사방으로 고개를 틀어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지만 샛길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 p.183

“자기가 플라스틱 세대가 되어보겠다고 했어……. 플라스틱 세대가 유전자 변형의 결과물이라면, 자기 유전자도 그렇게 바꿔달라는 거였지. 가능한지 알고 싶댔어. 다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용감한 건지 아니면 삶을 포기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더구나. 자원자를 뿌리칠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실험을 시작했다.”
--- p.221

이건 저주야. 예인이 인파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갈 때 발밑은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었다. 물컹하고 소름 끼치는 감각이 느껴져 아래를 보니 사람들이 깔려 있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차라리 정신을 잃고 싶었다. 예인은 최대한 밑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혹시 강지소를 밟았다는 걸 알게 될까 두려웠다.

--- p.265

출판사 리뷰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한겨레출판 턴(TURN) 시리즈 2차분 출간

한겨레출판이 흡인력 있는 전개와 새로운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턴 시리즈 2차분을 출간한다. 다년간 장르 친화적인 전자책 플랫폼에서 구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가 발굴에 힘써온 리디와 손잡고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문학의 경계를 초월해 무엇보다 이야기 본래의 재미와 가능성을 꿈꾸며 기획한 턴 시리즈는 2024년 『트로피컬 나이트』『칵테일, 러브, 좀비』 등을 통해 특유의 스타일로 사랑받아온 조예은 작가의 『입속 지느러미』로 포문을 연 뒤 강민영, 설재인 작가의 신작 장편을 펴내면서 독자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강민영 작가의 『식물, 상점』은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총 10억 원의 선인세를 받으며 번역 판권 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외 독자의 뜨거운 반응에 새롭게 답할 청예, 김달리 작가의 장편소설 역시 시리즈에 역동성을 더할 것이다.

턴 시리즈 소개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은 한겨레출판과 리디가 공동 기획한 장르 소설 시리즈입니다. SF,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이야기 본래의 재미와 가능성을 꿈꿉니다. 이야기의 불빛이 켜지면 새로운 세계에 도착합니다. 한계 없는 턴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TURN 01 조예은 『입속 지느러미』
TURN 02 강민영 『식물, 상점』
TURN 03 설재인 『그 변기의 역학』
TURN 04 청예 『낭만 사랑니』
TURN 05 김달리 『플라스틱 세대』
정이담(근간)
전건우(근간)
조영주(근간)
유진상(근간)
가언(근간)
이수현(근간)

작가의 말

언제나 내게 영감은 벼락처럼 찾아온다. 플라스틱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비슷하게 환경을 걱정했고, 비건이 되고 싶었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이었다. 코로나 시기에는 집에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가 참 많았다. 볼 때마다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지만 다음 날이면 또다시 귀찮아서 텀블러 대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받아 들었다. 차라리 플라스틱을 먹어 치울 수 있다면 내 죄책감을 덜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플라스틱 세대’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항상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고 싶었다. 그 세계를 제대로 그려낼 자신이 없어서 화이트보드 위에 ‘플라스틱 세대’라는 제목만 써두고 훌쩍 2년을 흘려보냈다.

마치 미루고 미룬 숙제처럼 그렇게 『플라스틱 세대』는 항상 묵혀져 있었다. 작게 시작하자, 하는 생각으로 리디에 단편소설로 발표했다. 소설이 올라오는 날이면 보통 무덤덤했던 이전과 달리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실험에 가까운 설정이었으므로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많이 됐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내가 당초에 쓰고 싶었던 꽤 거대한 디스토피아 세계까지 그려낼 수 있었다. 지금도 내가 구현한 세계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건 내가 아닌 독자의 몫이라 여긴다.

원래 생각했던 결말은 훨씬 더 어두운 미래를 담고 있었다. 쓰는 동안 감정의 변화가 일었다. 정예인을 비롯한 황유신, 박충희, 재난연구소 연구원들을 응원하고 그 대책 없는 인간들 편에 서서 희망을 품어보고 싶었다. 알게 모르게 그들이 내게 한 번만 더 인간을 믿어보라고 부채질했다. 나는 그들의 강한 의지에 설득됐다. 지금 결말이 이 소설 최선의 선택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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