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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의 문을 지나는 자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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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이 없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확인하고 나서야 쓰레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가는 팔다리에 기아에 시달린 듯 올챙이처럼 배만 튀어나와 있고 두 눈은 쾡하게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했다. 그녀는 쓰레기를 뒤지던 자신의 두 손을 한참 노려보다가 괴로워하며 목을 더듬었고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쓰레기 더미 위에 주저앉았다.
“이곳은 지옥만큼이나 저주받은 곳이야.” --- p.6 게다가 인간세상은 풍요롭고 맑은 물이 있는 곳이며 대륙을 덮을 만큼 엄청난 물이 평화롭게 흐른다는 소문도 있었다. 아귀들 마음속에 인간은 신이었고 인간을 닮았다는 마도제왕은 신의 얼굴을 가진 절대 권력이었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아귀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말들이 비밀스럽게 떠돌았지만 그런 소문을 믿는 아귀들은 거의 없었다. 아귀로 타고난 우리가 어떻게 인간이 될 수 있겠는가. --- p.15 ‘그때는 그랬다. 누군가 거리에서 구걸을 할 때 그들과 나의 거리가 백미터로 멀어졌다가 어느새 둘 사이에 공기 한 줌만이 자리할 때가 있었다. 가난의 먼지가 어두운 진흙가루를 뒤집어쓰게 할 때도 있었지만 그 놈의 가난이 모두의 얼굴 위로 주름없는 하늘에 즐겁게 휘날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뜨거운 여름에도 구름은 하늘 언저리에 두터운 고드름처럼 견고하게 달라붙어 있었고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그때는 그랬다. 사람들의 마른 얼굴 사이로 가끔 가냘픈 미소가 걸릴 때가 있었다. 우리는 흘러갔다. 그렇게 냇물이 자신의 갈 곳을 정해 놓지 않고 물길을 따라 떠내려가듯 그렇게 흘러갔다. --- p.133 사람도 시간도 공간 안에 있는 공기들의 일렁임조차 기별 없이 멈추었다. 곧이어 요하가 미소지었고 어느새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간호사들의 분주한 목소리, 환자들의 신음소리가 다시 들렸고 밖에서는 무심한 참새들이 지저귀었다. 병실로 들어오는 천우를 향해 요하가 손을 뻗으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오셨군요. 떠날 시간이 됐네요. --- p.209 우리 아귀들도 바람을 느낄 수 있다니! 모든 아귀들은 엎드려 천우제왕에게 감사의 절을 올렸다. 그들의 눈에는 피고름이 아닌 맑은 눈물이 흘렀고 처음으로 배고픔을 잊었다. 이상하게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육신이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혼이 늘 굶주렸다는 자각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해방된 자의 기쁨이 그들을 압도했다. --- p.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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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구원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아름답고 처절한 판타지 서사
차원의 문이 열리면, 망각과 허기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친다 기억을 잃은 요하는 아귀계에서 깨어난다. 과거 그녀를 사랑했던 마도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차원의 문을 열고 흑마법으로 인간계까지 파괴하려 한다. 천상의 제왕 천우는 요하를 구하기 위해 아귀의 땅으로 내려오고, 요하는 인간이었던 ‘주애’의 기억을 찾아 인간계로 향한다. 인간계는 이미 아귀들로 오염되어 있었고, 탐욕에 잠식된 이들은 더 이상 사람이라 부르기 어려웠다. 아귀의 피를 마신 자,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이 인간계에 퍼져나가는 가운데, 요하는 자신이 빼앗은 한 남자의 기억을 돌려주기 위해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한다. 아귀의 세상, 천상의 세계, 인간의 삶이 교차하며 벌어지는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바람 한 줄기조차 없던 아귀계에, 인간의 눈물이 스미면서 처음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한 번도 바람이 불지 않았던 곳에, 맑은 눈물이 지나갔다." 고통과 희생, 용서의 끝에서 피어난 인간성의 회복 아귀가 되어버린 천녀 요하, 인간이었으나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여자. 그녀는 스무 살의 기억을 빼앗고 배신한 마도와 맞서고, 탐욕으로 몰락한 자미의 그림자 속에서 천우와 다시 마주한다. 천우는 요하를 되찾기 위해 제왕이 되었고, 요하는 아귀의 몰골 속에서도 인간의 마음을 지키려 한다. 결국 요하는 잃어버린 사랑과 기억을 돌려주기 위해 스스로를 내어놓고, 그 순간 아귀계에는 처음으로 바람이 분다. 굶주림이 영혼의 것이었음을 자각한 아귀들, 인간이 되고 싶었던 존재들, 그리고 인간이면서도 아귀가 되어버린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 이 이야기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묻는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그 끝엔 반드시 청명한 바람이 스친다. "사라진 바람과 차원의 문, 그 끝에 기다리던 한 사람."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신화적 사랑 이야기 이 이야기는 차원의 문을 통해 교차하는 세 세계 - 아귀계, 인간계, 천상계를 무대로 한 장대한 판타지 서사다. 인간이었던 주애는 기억을 잃고 아귀계의 요하가 된다. 마도는 집착으로 그녀를 가두고, 자미는 질투로 스스로를 망친다. 그러나 요하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스무 살의 순수했던 한 남자의 영혼을 회복시키기 위해 희생을 택한다. 천우는 요하를 향한 오래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그녀 곁에 선다. 결국 요하와 천우는 모든 고통의 땅, 아귀계에 바람을 불게 한다. 아귀들의 피고름이 아닌 인간의 눈물이 흐르는 순간,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욕망의 시대에 ‘영혼의 허기’를 이야기하며, 판타지와 문학이 만나는 아름다운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아르테의 책들 - 곰탕 1, 2|김영탁 지음|아르테|2018년 3월 출간|17,000원 - 톨킨 동화 선집 1~5|J. J. R. 톨킨 저, 이미애 역|아르테|2025년 3월 출간|128,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