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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씨네 작은 집은 정말 작았어요.
작은 의자, 작은 탁자, 작은 책장, 작은 옷장, 작은 다락방, 작은 마당, 작은 지붕……. 뭐든 작은 것만 있었어요. 하지만 창밖에는 드넓은 바다가 끝없이 이어졌어요. 여우 씨는 바다를 바라보는 게 좋아서 깊은 산속을 나와 바닷마을로 왔거든요. --- pp.6-7 오늘도 여우 씨는 책을 펼쳤어요. 누구보다 책을 좋아했거든요. 심심할 때는 책을 보며 깔깔 웃었어요. 쓸쓸할 때는 책을 안고 상상에 빠졌어요. 힘들 때는 책을 베개 삼아 잠들었고요. 책은 언제나 여우 씨 곁에 있었지요. 여우 씨는 작은 집 안에 작은 책방을 열기로 마음먹었어요. 여우 씨의 오랜 꿈이었거든요. --- p.13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아요. 너무 추워요. 이런 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런 감정을 ‘외로움’이라고 해요.” “외로움이요?”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우리는 함께할 때 힘이 나요. 파릇파릇 봄 새싹도 바람과 볕과 물을 만나야 힘이 생겨요. 힘을 얻지 못하면 외로움이 찾아오죠. 이 책을 한번 읽어 볼래요?” --- pp.21-22 “불안한 마음이 들면 이 책을 읽어 봐요. 읽다가 머리맡에 두고 자도 좋아요.” 아이는 책을 받아 가방 안에 넣었어요. 둘은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지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스스로를 믿어 줘요.” 여우 씨 말에 아이가 어깨를 폈어요. --- pp.4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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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바닷가 마을, 작은 집 한쪽에 자리한 책방 안에서 책을 매개로 이웃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관계를 맺어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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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가 내리는 날, 바다가 좋고 책이 좋은 여우 씨가
바닷마을 빨간 지붕 작은 집 한쪽에 자그마한 책방을 열었습니다 여우 씨는 바다 보는 것을 참 좋아해요.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뻥 뚫어지면서 넓어지는 기분도 들었고요. 그래서 깊은 산속을 나와 바닷마을로 이사 왔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런 여우 씨를 보며 수군거렸어요. 붉은 털, 뾰족한 귀 등 낯선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여우가 가진 의뭉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여우 씨는 속상해하거나 싸우지 않았어요. 오히려 달콤하고 동글동글한 꽃떡을 만들어 나누었지요. 그 바람이 가닿았는지 마을 사람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여우 씨가 바다만큼 좋아하는 게 또 있어요. 바로 ‘책’이에요. 심심할 때도, 쓸쓸할 때도, 힘들 때도 책은 언제나 여우 씨 곁에 있었고 언젠가는 책방을 열고 싶다고 꿈도 있었지요. 그래서 바닷마을 작은 집 한쪽에 책방을 열기로 했어요. 이름은 ‘호호책방’. 춥고 아픈 마음들을 ‘호호’ 불어 주고 싶어서 붙인 이름이에요. 위로와 응원을 받은 뒤 ‘호호’ 웃을 수 있는 것은 덤이고요. 때마침 꽃비가 내렸어요. 여우 씨는 가슴을 콩닥거리며 창가에 앉아 첫 손님을 기다렸지요. 호호책방에 찾아온 첫 손님은 쓸쓸해 보이는 아이였어요. 여우 씨는 아이를 책방 안으로 들인 뒤, 보송보송한 수건과 달콤한 코코아를 내주었어요. 온기를 받아 볼이 발그레해진 아이는 가만가만 이야기 꺼냈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어요…….” “마음이 춥고 아프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볼래요? 호호-” 소통 부재의 시대, 곯아 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 ‘이웃사촌’이라는 말처럼 예전에는 이웃 간의 거리가 아주 가까웠어요. 대문은 늘 열려 있었고 어른이 집을 비우면 이웃 어른이 그 집 아이를 맡아서 돌봐 주는 일도 흔했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이웃 간 담장이 높아지면서 전처럼 타인과 자연스럽게 관계 맺기가 어려워졌어요. 마음을 툭 터놓고 대화할 사람도, 공간도 찾기 힘들어졌고요. 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는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는데 소통의 부재, 사회적 고립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해요. ‘바닷마을 호호책방’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와 마음이 가뿐해지길 바라는 여우 씨와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지요. 책방을 찾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위로를 얻고, 이야기 밖에서 책방 안을 들여다보는 독자들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돼요.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고민을 나누는 일이 결코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때로는 가만히 들어 주기만 해도 큰 위로와 응원이 된다는 걸, 이 모든 건 무엇보다 상대를 향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요. 연하고 보드라운 색연필 끝에서 뻗어 나온 초록초록한 위로와 격려 책방지기인 여우 씨는 고민을 털어놓은 손님들에게 책을 한 권씩 건네요. 그건 그저 책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이기도 해요. 그 따뜻한 마음이 국지승 작가의 색연필 끝에서 더욱 보드랍게 표현되었습니다. 초록초록 봄과 파랑파랑 여름의 경계에서 연두색에서 진초록으로 바뀌어 가는 변화가 느껴지는 것은 물론, 고민을 안고 찾아온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시각화한 그림은 보는 재미가 가득하지요. 다정하고 따뜻한 글에 바다 내음을 실은 듯한 그림, 거기에 독자들에게 보내는 응원까지 함께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