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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밤의 학교
손정수 평론집
손정수
문학동네 2025.06.30.
베스트
비평/창작/이론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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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평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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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생활’로서의 글쓰기

1부 한국소설의 사건과 맥락의 현장


한국소설의 시선이 다시 현실로 향하던 순간 - 2008년 김연수의 고쳐쓰기를 중심으로
포스트모던의 새로운 표정 - ‘동물의 시대’에서 ‘현실의 시대’로
진행중인 역사적 사건이 소설에 도입되는 방식들 - 세월호 사건 모티프를 중심으로
주인공 없는 소설세계의 리얼리티 - 한국소설에 나타난 인물 관계의 수평성의 변화 양상과 그 의미
The Vegetarian 이후, 한국소설 번역과 현지 수용의 현황과 문제들
현실, 그리고 서사에 나타나고 있는 디아스포라 지형의 변화
바다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세계 -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한 최근 한국소설에 내포된 로맨스의 계기와 그 의미
이야기로 만들어낸 역사 속 섬과 동굴 -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한 최근 한국소설의 경향 2

2부 작가와 대화하는 시간


이미지를 되새김질하는 초식의 글쓰기 - 이제하론
변전하며 증식하는 가족 소설의 중심에 놓인 실재로서의 어머니 - 김원일론
윤흥길의 소설에서 진행된 텍스트의 조직 변화 과정 분석 - 윤흥길론
‘독’의 연금술로 피워낸 치명적인 환상 - 최수철론
이야기에 홀린 광대의 이야기 - 정영문론
발이 달린 소설을 생각하며 좋다고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 - 박솔뫼론
어떤 늦은 소설쓰기에 얽힌 변전의 역사가 이른 곳 - 김훈론
픽션의 경계와 심연을 향한 원심의 궤적 - 또하나의 한강론

3부 작품을 음미하는 시간


밤의 학교와 『일월』 - 황순원의 『일월』
황제를 위하지 않는 소설을 상상하며 -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
김종삼 시를 읽던 시절을 위한 만가晩歌 - 김종삼의 「북 치는 소년」
80년대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 김소진의 「동물원」
부활의 봄밤 - 권여선의 「봄밤」
상상력의 감촉과 농담의 맛 - 김중혁의 『나는 농담이다』
‘시대적 정신’과 ‘보편적 정신’ - 김솔의 『보편적 정신』
옥시덴탈리즘의 새로운 테크놀로지 - 손보미의 『디어 랄프 로렌』
화자의 선택이 이끌어낸 스토리텔링의 효율 - 정대건의 『GV 빌런 고태경』
소설의 안과 밖에 걸쳐 있는 아이러니의 겹들 - 박민정의 「전교생의 사랑」
소설의 안과 밖에서 퍼져나가는 ‘일러두기’의 울림 - 조경란의 「일러두기」

4부 문학과 창작의 교육 현장


한국소설의 수용 의식에 나타나고 있는 비심미적 독서 경향과 그 문학 교육적 의미 - 수업 과정에서 젠더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교실에서 소설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한국 대학의 변화 속 문예창작학과의 정체성 찾기 - 계명대의 사례를 중심으로

저자 소개 1

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평론집으로 《미와 이데올로기》 《뒤돌아보지 않는 오르페우스》 《비평, 혹은 소설적 증상에 대한 분석》 《텍스트와 콘텍스트, 혹은 한국 소설의 현상과 맥락》 《소설 속의 그와 소설 밖의 나》 《소설, 밤의 학교》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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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60쪽 | 145*210*35mm
ISBN13
9791141602345

책 속으로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분명히 90년대 문학은 그 이후 세대의 문학이 성립,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였고,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현재의 문학 속에서 그 의미를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세대와 세대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앞으로 계속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흐름의 현재 지점으로부터 그것이 지금의 방향으로 휘어지기 시작했던 그때를 다시 돌아본다.
--- pp.38-39 「한국소설의 시선이 다시 현실로 향하던 순간」 중에서

그러니까 진행중인 역사적 사건을 서사화하는 과정에서는 서사화의 방법적 고민뿐만 아니라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더 있다. 무엇보다 그 사건에 대한 태도를 정립하는 과정이 요구되며 그와 더불어 주체의 반성적 성찰의 과정 또한 동반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과정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을 서사화하는 행위는 윤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 p.80 「진행중인 역사적 사건이 소설에 도입되는 방식들」 중에서

한국어와 한국소설의 관점에서 데버라 스미스의 번역 텍스트를 바라보면, 앞의 인용문에서 보는 것처럼 꽤 먼 거리를 느낄 수밖에 없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차이가 본래의 상태를 훼손하는 기분을 가지기 쉬운 것 같다. 반면에 번역된 텍스트를 읽는 외국의 심사위원이나 독자, 즉 ‘호소력’의 대상이 되는 ‘마음이 움직이는’ 입장에서는 원문과의 이런저런 차이들이 그렇게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며, 사실은 차이가 있는지 알기도 어려울 것이다. 소설을 읽는 것이지 ‘번역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쪽을 다 만족시킬 수 있다면야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닌 듯하다.
--- pp.122-123 「The Vegetarian 이후, 한국소설 번역과 현지 수용의 현황과 문제들」 중에서

한편 국내외의 현실 속에서 디아스포라를 둘러싼 지형은 이전에 비해 복잡해지고 다층적이 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사적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하나의 아카이브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건들은 새로운 관점에 의해 전유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다시 쓰이고 있었다. 현실 속에서는 디아스포라의 문제가 더이상 일면적이지 않고 서로의 이해와 관점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와 같은 문제에 대한 소설적 진단 또한 어떤 관념에 의거할 것이 아니라 움직여나가는 구체적인 상태에 대응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겠다.
--- pp.167-168 「현실, 그리고 서사에 나타나고 있는 디아스포라 지형의 변화」 중에서

이처럼 창작의 에너지가 과거의 역사로 투입되고 있는 현상은 그만큼 지금의 현실이 너무 복잡하거나 어떤 기대를 갖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앞서 살펴본 소설들에서 이미 그런 징후를 느낄 수 있었거니와, 역사를 경유하면서 소설적으로 축적된 에너지가 조만간 다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힘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본다.
--- p.252 「이야기로 만들어낸 역사 속 섬과 동굴」 중에서

어느 순간부터 그녀와 그녀의 글쓰기는 한몸처럼 느껴진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가 세상의 어지러운 관심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자신이 기꺼이 선택한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글쓰기를 소명으로 삼는 사람이 고된 노동의 대가로 받는 유일한 보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시 이어질 그녀의 글쓰기의 길에 평온한 축복이 깃들기를 빈다.
--- pp.505-506 「픽션의 경계와 심연을 향한 원심의 궤적」 중에서

그렇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의 김종삼은 그런 새로운 의미화의 틈새로 여전히 다소 다른 빛을 간직하고 있다. 그 빛은 지금 통과하고 있는 시간 이전에 그 기원을 이루는 단절/연속된 의식의 지층이 존재했음을, 그 시적 유희의 정신이 단지 언어의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한 인간의 영혼과 삶까지 잠식하여 시적 화신이라고 할 만한 존재를 만들어냈던 어떤 시대가 있었음을 언제까지나 기억하도록 할 것 같다. 물론 그 또한 하나의 신화일 것이나 그럼에도 그것은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내 세대 고유의 닻이자 덫일 것이다.
--- p.527 「김종삼 시를 읽던 시절을 위한 만가(挽歌)」 중에서

후배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 80년대의 장면이 아니었을까. 유년의 기억에, 그리고 90년대의 후일담에 의해 가려져 있던 그 시간의 기억들이 이 소설에서는 꽤 비중 있게 드러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80년대를 그려내는 시선의 질감이 이념으로 채색되었던 이전의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고통이라 짐작된 시간의 거죽을 들추면 의외로 맑고 투명한 얼굴과 마주하게 되는데, 비루하고 누추한 현실을 배경으로 한 그 순진한 표정이 읽는 사람에게는 아프게 느껴지는 기묘한 체험, 「경복여관에서 꿈꾸기」는 후배가 그 끝자락을 겪은 80년대를 벌거벗은 몸으로 껴안고 있는 듯 보였던 것이다.

--- pp.530-531 「80년대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때 나는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 있었고
그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세계였다.”
한국문학의 결정적 순간에 내리는 닻과 펼치는 돛

『소설, 밤의 학교』는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한국소설의 사건과 맥락의 현장’에는 한국문학의 현장과 공명하며 그 상황을 진단하는 주제론에 해당하는 글을 모았다. 용산 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을 거치며 ‘무중력’이라 운위되던 2000년대 문학이 다시금 ‘현실화’되어가는 궤적들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페미니즘 리부트 국면을 통과하며 사회적 현실과 결합하는 소설들을 톺는 것은 물론, 특히 「진행중인 역사적 사건이 소설에 도입되는 방식들」 「바다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세계」에는 역사와 서사, 그리고 윤리에 관한 긴요한 통찰이 담겨 있어 2020년대를 살아가는 창작자, 연구자 모두에게 유의미한 지표를 제공한다.

정리하자면, 1980년대 말 이후 한국소설 속 인물들의 변화 과정은 그 자체로 신자유주의 국면 이후의 새로운 통치성의 영향이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럼에도 그 소설적 반응의 구체적인 양상에서는 한국의 사회적 현실과 결합하면서도 새로운 소설적 문제들을 진전시켜나가는 독특한 활력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시점으로부터 바라보자면, 현실(이념)로 회귀하는 듯 보였던 2000년대 후반 이후의 한국소설의 흐름은 비대해진 허구 영역으로 인해 균형을 잃은 듯 보인 다른 측면, 그러니까 현실성의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이 아니었던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페미니즘의 국면까지 거치면서 공적인 현실성을 강화한 구도 위에 이제 새롭게 주체의 욕망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고 있는 듯 보인다. _「포스트모던의 새로운 표정」에서

2부 ‘작가와 대화하는 시간’에는 작가론에 해당하는 글들을 묶었다. 그의 압도적인 장악력은 특히 작가론에서 빛을 발하는데, 대상이 되는 텍스트는 이제하, 김원일, 윤흥길, 박솔뫼, 한강 등으로 이들은 모두 그가 직접 만난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의 전작주의자 진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이제하론, 윤흥길론, 박솔뫼론의 경우 한 작가의 반짝이는 소우주를 감상하는 듯한 감격을 안겨준다. 또하나의 한강론인 「픽션의 경계와 심연을 향한 원심의 궤적」은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쓰인 글로, 1부에 자리한 「The Vegetarian 이후, 한국소설 번역과 현지 수용의 현황과 문제들」과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 마치 그의 염원이 긴 시간이 흘러 이루어진 듯한 느낌마저 선사한다.

3부 ‘작품을 음미하는 시간’에는 작품론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글들을 모았다. 문학의 세계를 동경하던 시절에 읽은 작품들 - 황순원의 『일월』, 이문열의『황제를 위하여』, 김종삼의 「북 치는 소년」 - 을 반추하며 쓴 글은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예전의 자아를 이끌어내 지금의 ‘나’와 연결”(‘책머리에’)되며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씨앗과 시작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한편 박민정, 조경란의 작품론을 통해서는 그가 천착하는 한 주제인 ‘소설의 안과 밖’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는데, 텍스트와 파라텍스트가, 의식과 무의식이, 작품과 전기가 상호 교통하는 양상을 통해 한 작품-작가에 접근해 들어가는 그의 장기를 이 짧은 글들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충격 속에서 나는 소설 속의 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마치 나 자신의 일처럼 경험하고 있었던 것만은 뚜렷이 기억한다. 그때 나는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 있었고 그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세계였다. 그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고 있는 듯한 느낌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우리가 어린아이였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나던 그 정신적 유아기가 그 절대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기억으로부터 소거되어버린 것은 어쩌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_「밤의 학교와 『일월』」에서

4부 ‘문학과 창작의 교육 현장’에는 비평서에서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창작 (교육) 현장’을 다룬 이채롭고도 긴요한 글을 모았다.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오래도록 몸담으며 얻은 노하우로 하여금, 현장에서 직접 겪은 문제들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한국 소설창작 방법의 흐름’ ‘한국의 동시대 소설 읽기’라는 강의 속 학생들의 육성에 가까운 가감 없는 독후감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뿐 아니라 학계 밖 사람들에게 가닿으며, 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그것을 재정의하게끔 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가 읽어내는 ‘학생’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우리는 또 한번 배우고, 바뀌고, 희망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말

대구의 서쪽에서 지내면서 아침마다 강정보에 가서 달린 지 꽤 오래됐다. 낙동강을 끼고 달리는 길 한쪽 편에는 너른 밭이 있는데, 밭과 그 위에서 자라는 작물들을 바라보면 내가 없는 사이 스쳐간 농부의 손길을, 그리고 항상 밭과 작물을 향해 있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풍경을 볼 때마다 내가 쓰고 있는 글과 그 글을 대하는 나 자신의 태도와 마음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 텍스트는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예전의 자아를 이끌어내 지금의 ‘나’와 연결시켜주었다. 그리하여 이번 평론집에는 소통이나 교류와는 별도로 반추를 지향하는 성향이 나타나 있다. 제목의 ‘밤의 학교’ 또한, 이 책에도 실려 있는, 황순원 소설을 읽던 사춘기 시절을 되돌아본 글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내가 문학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삼십 년 가까이 평론활동을 하면서 이십 년 넘게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기원을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25년 6월
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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