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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무덤
뱀장어 스튜 우렁각시는 어디로 갔나 비밀 여자의 몸 - Before & After 산장카페 설국 1km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물의 연인 봉인 해설 - 불 위의 깊은 물 / 김형중(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본명:권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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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통쾌하고, 개운하고, 재미있는 소설
책에는 『폭소』 이후 이 년 동안 발표한 소설 여덟 편과 2002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뱀장어 스튜」를 포함해 모두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렸다. 한 편 한 편, 더욱 다채로워진 소설의 소재와 더욱 깊어진 이야기의 맛이 단번에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표제작인 「꽃게 무덤」은 기이할 정도로 간장게장을 탐식하는 한 여자와 사라져버린 그녀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홀연히 남자의 앞에 나타났던 여자는 살을 발라먹고 남은 꽃게 무덤처럼 텅 빈 자리만 덩그러니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남자는 여자의 자취를 찾아 그녀를 만난 석모도 갯벌을 찾지만, 게장의 냄새에, 그녀에 중독된 자신의 모습만을 발견할 뿐이다. 또 최근작인 「물의 연인」은 오랫동안 서로 사랑했으면서도 평생 단 며칠밖에 함께 지내지 못한 두 노년의 사랑을 그랜드캐년의 깊은 협곡과 콜로라도 강의 물결, 수몰지구 저수지의 물의 이미지를 통해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렁각시는 어디로 갔나」 「여자의 몸―Before & After」는 여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여러 면모를 통쾌하게 묘파한다. 프랑스 유학을 채 마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며 고시원에 들어가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여자와 남편에게 구타당하면서도 우렁각시처럼 집에 숨어들어 집안일을 하는 여자, 자신의 뚱뚱한 몸을 십분 활용해 쇼핑방송의 이른바 ‘Before’ 모델 일을 하는 여자와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열다섯 살 난 딸을 맞대어 엮어내는 이야기는, 물 흐르듯 읽히는 가운데서도 단번에 세태의 핵심을 갈라 보인다. 그 밖에 시종 긴장감 넘치는 매력이 감도는 「비밀」과 「산장카페 설국 1km」(2005년 현대문학상 추천우수작)이나, 자전소설을 펴낸 유명 여자작가의 신변담을 통해 사실과 허구 사이의 긴장을 여러 겹 겹쳐놓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권지예 소설의 특장인 삶과 죽음 사이의 긴장, 반전의 묘미가 살아 있는 「봉인」도 흥미롭다. 200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뱀장어 스튜」를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팔딱팔딱 뛰는 생의 활기와 음습하면서도 매력적인 죽음의 기운, 속도감 있는 이야기의 흐름과 순간 독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날카로운 구절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들이다. 깊어지는 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변화 권지예의 단편들은 잘 짜여진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를 깔끔하게 보여준다. ‘재미있다’는 것이 소설의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기쁨 중 하나라면, 그의 소설들은 그런 점에서 독자들에게 매우 충실한 셈이다. 그러나 그것만이다, 라면 권지예 소설의 흥미로운 많은 측면을 놓치는 것이다. 말미에 실린 김형중의 해설은 권지예의 소설이 어떻게 단순한 재미와 통속으로 떨어지지 않고 우리 소설사의 한 문학적인 성취에 다가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김형중은 권지예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들―일탈과 귀환, 불륜과 귀가, 남성성과 여성성, 탄생과 죽음―속에서 물과 불이라는 두 원소의 이항대립을 찾아내 그 대립과 변화의 양상을 권지예 소설의 변화과정을 따라 세심하게 읽어낸다. 「뱀장어 스튜」가 물의 기운과 불의 기운을 적절히 화합시키는 ‘요리의 윤리학’을 보여주었다면, 이 소설집에 이르러 작가는 「꽃게 무덤」 「물의 연인」 「산장카페 설국 1km」 등에서처럼 불을 압도하는 물, 충만한 여성성과 죽음의 욕망을 동시에 의미하는 물에 대한 깊은 탐구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중은 이를 통해 작가가 도달할 새로운 문학적 생산성으로의 길에 대해 언급하며 이후 권지예 소설의 변화를 궁금해하게 만든다. 이래저래 우리는 앞으로 계속될 권지예 소설에 대한 기대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될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