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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 발단 제2장 점거 제3장 박빙 제4장 의심 제5장 화근 제6장 소년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
Riu Kushiki,くしき りう,櫛木 理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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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리리코 짱’은 언제까지나 열한 살이다.
--- 「첫 문장」 중에서 책과 함께 ‘리리코 짱’은 사라져 버렸다.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없어졌다. 두 사람이 살았던 집은 텅 비었고, 한 달쯤 지나자 당연하다는 듯 다른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그 후로 쓰카사는 리리코를 만나지 못했다. --- p.11 “그럼 이미 들었겠지만 우리 가게는 어린애 한정으로 모든 메뉴가 백 엔이야. 백 엔이 없으면 다른 방법으로 계산해도 되지. 접시를 깨지 않고 설거지하는 아이에게는 돈가스 덮밥. 가게 앞을 청소하는 아이에게는 오야코 덮밥. 손님이 먹은 그릇을 치우고 테이블을 닦는 아이에게는 계란 덮밥을 제공해. 자, 고코나는 뭘 할 수 있지?” --- p.20 그 시체는 하천부지에 널브러져 있었다. 바람 없는 날이었다. 지역 주민이 ‘고자사가와강’이라고 부르는 강에는 페트병이며 비닐 같은 쓰레기가 떠 있었고, 미끈미끈해 보이는 무지갯빛 유막에 햇빛이 반사됐다. 시체는 공허한 눈을 크게 뜬 채, 늦여름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듯 큰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열 살 전후의 남자애였다. --- p.30 “아무리 형사과 출신이라도 이제는 경무과니까 식사 준비나 잡일을 시키겠지. 밤에는 돌려보내 줄 거야.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 가벼운 마음은 개뿔. 이쿠야는 무심코 치뜬 눈으로 계장을 노려보았다. ‘내가 자란 동네에서 어린애가 살해당했단 말이야.’ ‘그것도 그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하지만 이쿠야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역시 “네, 뭐”라는 한마디뿐이었다. --- p.40 “그래, 이게 요구 사항이야! 짭새 놈들에게 제대로 조사해서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걸 밝혀내라고 해. 범인을 찾아내면 그 새끼의 이름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의심해서 죄송하다고 내게 사과하는 거야. 그때까지는 이 가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겠어!” --- p.105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음식이 아니라 바로 조리한 따끈따끈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 ……상황이 상황이라 기운도 없는데 식은 음식을 먹으면 누구라도 기분이 우울해지겠지. 인질로 잡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김이 피어오르는 요리를 해주고 싶어.” --- p.143 “아무리 애써도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아이들은 마음의 일부가 죽습니다. ……그리고 죽은 부분은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아요.” --- p.233 “잠깐만, 아저씨. 내가 순순히 시키는 대로 하면서 짭새들의 비위나 맞춰줄 것 같아? 아무리 짜증 나는 애새끼라도 사람 한 명을 콜라 같은 거랑 교환할 수는 없지. 이쪽에서도 조건을 하나 걸겠다고 말해.” “조건? 뭔데?” 쓰카사는 신중하게 물었다. --- p. 249 ‘녀석도 저도 그저 아이를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뭐랄까, 이건 일종의, 그렇지.’ ‘속죄입니다.’ --- p.319 “도마. 이제 두 발밖에 안 남았어. 총이 없으면 나……, 우리는 힘을 못 써.” 영향력이 없어진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도마에게도 무슨 뜻인지 통한 듯했다. 그의 얼굴에서 분노가 가라앉았다. 얼굴에 쏠렸던 피가 빠져나가고 순식간에 흥미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여전히 손바닥 뒤집듯 감정 변화가 빨랐다. --- p.400 “그는……, 그 아이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죽은 아이에게만 관심을 준다. 살아 있는 동안은 ‘자기책임’이라고 차갑게 대하면서. 죽고 나서야 ‘불쌍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런 건 싫다. 자신의 목소리를 모두가 들어줬으면 했다’라고요.”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아주 맑은 공기가 목구멍에 스며들었다. --- p.467 와카노와 렌토뿐만이 아니라 도마와 게이타로에게도. 도로코베의 아이들 모두에게. 예전과 완전히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가게를 다시 열 수 있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밥을 해주고 싶어.’ 보드라운 바람이 불어와 쓰카사의 뺨을 어루만졌다. --- p.469 사실 쓰카사 같은 사람은 없는 편이 낫다. 쓰카사 없이도, 어린이 식당 없이도 모든 아이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이루어지는 게 제일 좋다.그건 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일도 아이들이 가게를 찾아온다. --- p.4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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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열다섯 살이야. 열다섯 살에 사형당한 놈은 없어.”
지방 온천 거리의 하천부지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어린애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은 어린애에게 외설적 행위를 했던 15세 소년 도마를 강하게 의심한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도마는 경찰관의 권총을 강탈하고 부하 취급하던 친구와 함께 어린이 식당을 점거한다. 그러고는 자신은 아무 죄도 없으며, 인질이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진범을 붙잡으라고 경찰에 요구한다. 어린이 식당의 사장 쓰카사는 인질로 잡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로 맹세한다. 도마는 그의 주장대로 정말로 무고할까? 살해 사건의 범인은 따로 있을까? 그러다 새로운 시신이 발견되고 도마는 폭주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결말을 어디를 향할 것인가? 『소년 농성』의 공간적 배경은 온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폐쇄적인 사회인 도로코베다. 사회의 안전망을 벗어난 수많은 사람들은 마지막에 도로코베로 모여든다. 그런 만큼 저마다 나름의 사연이 있어 다들 과거를 불문에 부치고 서로에게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대낮에 거리를 배회해도 아무도 주의를 주지 않고, 일가족이 갑자기 야반도주해도 누구도 찾지 않는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당연해진 사회에서는 사소한 뒤틀림이 쌓이고 쌓여 큰 사건을 초래하는 토대가 되고 만다. “범죄는 분명 무섭지만, 더 무서운 건 범죄가 발생해도 신경 쓰지 않는 사회입니다”라는 구시키 리우의 말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늘 그렇듯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큰 범죄에는 다들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그 범죄를 촉발한 근본적인 토대가 무엇인지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구시키 리우는 ‘거소불명 아동’(빈곤 아동)을 범죄의 토대 가운데 하나로 조명한다. 거소 불명 아동은 공적 서류상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거주지가 불분명해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서류상 없는 존재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드물다. 이처럼 사회의 시선에서 배제된 이들의 취약성은 이들을 쉽게 피해자로 만든다. 물론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쉽다. 이들을 둘러싼 환경과 시선 속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년 농성』의 등장인물인 ‘마세 도마’는 어떠한가? 마세 도마야말로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살아내는 아이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도마는 거칠고 악독한 성격에 남을 괴롭히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종국에는 인질극을 꾸미고 사상자를 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마세 도마의 이러한 행위는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도로코베를 사회의 소외된 구역으로 방치하지 않고 상생의 대상으로 여겨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줬다면, 도마와 같은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답게 이 삶을 살아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세상 사람들은 죽은 아이에게만 관심을 주죠. 살아 있는 동안은 ‘자기책임’이라고 차갑게 대하면서요. 죽고 나서야 ‘불쌍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예요”라는 등장인물의 말이 주는 울림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사회문제를 미스터리와 적절히 융합해 펼쳐내는 구시키 리우의 서스펜스를 즐겨보시기를 바란다. - 녀석도 저도 그저 아이를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뭐랄까, 이건 일종의, 그렇지. - 속죄입니다. 구시키 리우는 2012년 『헌티드 캠퍼스』로 제19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적과 백』으로 제25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을 달성하며 데뷔했다. 이후 2022년에 현지에서 영화화된 『사형에 이르는 병』을 비롯해 수많은 서스펜스와 범죄 소설을 집필해왔다. 『소년 농성』은 두 소년이 벌인 점거 사건을 그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편소설이다. 한부모 가정의 빈곤, 주거 불명 아동 등 사회문제를 녹여내면서, 독자를 압도적인 흥분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는 필력이 역시 대단하다. 『소년 농성』은 ‘소설스바루’에 2021년 9월호부터 2022년 8월호까지 연재된 작품이다. 약 1년간 연재하면서 작가는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 장편으로 가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매회 확실히 흥미로운 장면을 넣어서 연재를 따라오는 독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다. 연재 소설은 단행본 집필과는 다른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야기에서 중심이 되는 사건은 두 소년의 농성인데, 애초에 농성을 쓰고 싶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한다. 농성은 후에 들어온 요소이며, 출발점은 ‘거처 불명 아동’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몇 가지 플롯을 구성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동시에 ‘어린이 식당’에도 관심이 있었던 와중에 어느 날, 농성과 어린이 식당 두 가지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거처불명 아동은 최근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작가는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왜 17세 소년은 조부모를 살해했는가』(야마데라 카오루/포플라사)라는 르포를 읽고 꼭 이 작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왜 아무도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신고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고, 이건 가족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작품의 큰 테마와 키워드가 정해지게 된 연유다. 마지막으로 쓰카사라는 캐릭터에 주목해보자면, 보통 구시키 리우 소설의 주인공은 꽤 어두운 인물인데 쓰카사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밝고 선하다. 작가가 만든 인물 중 드문 캐릭터인 것이다. 작가는 이런 솔직한 인물에게 도마를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도마를 평범한 시선에서 바라보던 쓰카사가 점점 의심에 빠지고 혼란스러워하는 그런 감정의 변화 과정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소년 농성』에서 작가가 자신의 관심사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직접 읽어보시기를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