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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 의뢰 제2장 변사 제3장 해독 제4장 편재 제5장 교환 제6장 돌풍 제7장 무녀 제8장 낙도 제9장 승화 제10장 파종 에필로그 후기와 감사의 말 주석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
Suzuki Koji,すずき こうじ,鈴木 光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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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세호는 요코스카항에 무사히 입항해 일주일 동안 머무른 후 오이 부두로 회항했고, 시드니에서 하선해 비행기로 귀국한 관측대원들과 합류했다. 배에 적재한 물자와 짐을 내리고 보내야 할 곳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다. 대량의 남극 얼음도 운송할 물품에 포함돼 있었다. 남극 얼음은 시라세호의 승조원과 관측대가 귀환할 때 가져오는 대표적인 선물이었다.
아베 중위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지막 항해일 듯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친구 셋이 선물을 부탁했다. 그들은 선물에 특별 주문을 했다. 남극의 빙상 깊은 곳에서 시추한 얼음. --- pp.10-11 게이코는 문득 ‘감시하는’ 기척을 느꼈다. 강압이나 강제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무해하고 모든 것을 다 주는 존재의 대표 격인 식물을 보고 불안해진 건 처음이었다. (......) “유비쿼터스라는 말을 아세요?” “유비쿼터스...... 두루두루 퍼져 있는.......” “네, 어디에든 있다는 뜻이죠. 전 유비쿼터스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식물이 연상돼요. 지구 생명체의 총중량 중 99.7퍼센트를 식물이 차지하고, 동물은 고작 0.3퍼센트에 불과하죠. 인간의 중량은 0.3퍼센트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요. 지구 생명체를 식물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무슨 수를 써도 식물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 p.31 검색을 하다 보니 ‘집단 자살’이라는 섬뜩하기 짝이 없는 키워드가 연속으로 나와서 게이코는 저도 모르게 손을 멈췄다. 15년 전 7월, 도시히로가 죽은 것과 같은 시기에 본부 시설에서 공동 생활하던 교단 간부 몇 명이 집단으로 자살해서 교단이 자연 소멸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15년 전에 작은 신흥 종교 단체의 신도들이 집단으로 사망한 사건은 게이코의 기억 속에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설마 나카자와 유카리가 소속된 집단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p.35 왜 이런 행동을 한 걸까, 게이코의 머릿속에 의문이 솟았다. 거실 출입구가 동쪽에 있는데도 왜 다들 일제히 서쪽을 향했을까. (......) 이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게이코는 어떤 존재를 가정해보았다. 정체모를 무언가가 갑자기 동쪽 출입구로 침입했다면 어떨까. 그것의 겉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어 공포심을 크게 자극하고 위험한 냄새를 풀풀 풍겼다. 겁먹은 신도들은 침입자와 거리를 두려고 쏜살같이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거기서 게이코의 추측은 막혔다. 현장 검증 결과, 사건 당시 부지 대부에 신도가 아닌 제삼자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 p.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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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명과 언어, 그리고 생존을 조종해온
‘보이지 않는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다코’의 아버지, 스즈키 고지. 우리는 스즈키 고지라는 이름을 늘 《링》과 함께 떠올리곤 한다. 1991년 출간된 《링》은 기록적인 판매로 일본 호러 문학사의 결정적 이정표가 되었고, 영화화 이후에는 ‘텔레비전에서 기어 나오는 사다코’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대중문화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유비쿼터스》를 읽고 나면, 스즈키 코지를 그저 ‘호러 작가’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작품 세계를 지나치게 축소해서 보는 관점임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분명 공포를 다루지만, 그 공포는 유령이나 원한, 심령 현상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생명의 질서와 세계에 대한 인식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순간 발생하는, 보다 근원적인 공포를 다룬다. 남극에서 채취된 얼음, 과거 신흥 종교 단체의 집단 사망 사건, 실종된 여성의 행방, 그리고 현재 벌어지는 동시다발적 돌연사. 주인공들과 함께 단서를 좇으며 사건의 실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보이니치 필사본, 알칼로이드, 엽록체, 시아노박테리아, 인간 언어의 발생에 관한 기원 등을 다루며, 인간의 문명을 식물의 시점에서 다시 읽는 대담한 가설을 선보인다. 스즈키 고지가 노래하는 ‘인간 찬가’ 거대한 이야기의 서장 《유비쿼터스》를 만나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누구도 경계하지 않는 존재였던 식물. 이 소설에서 식물은 지구 생명의 진정한 설계자이자 조정자이다. 《유비쿼터스》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우리가 너무 흔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것, 창밖과 길가와 정원에 늘 존재하는 식물이 사실은 인간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거대한 의지를 품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제목인 ‘유비쿼터스’가 섬뜩하게 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은 곧, 그 위협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의 삶과 문명 내부에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공포에 무너지는 인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최악의 사태가 다가오지만 등장인물들은 무작정 도망가거나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멸망을 코앞에 둔 인류를 구하려 애쓴다. 이 세상에 편재한 위험과 공포를 극복한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 인간의 힘과 가능성을 믿고 공포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스즈키 고지의 ‘인간 찬가’ 《유비쿼터스》. 이후 4부작으로 이어질 거대한 이야기의 서장을 통해 스즈키 고지가 새롭게 선보이는 호러를 만끽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