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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상장
대장 도깨비 구름 버스 꿀떡꿀떡 팥죽이 눈사람 떡볶이 또와 불고기 막대사탕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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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대추알만큼 커졌다. 엄마는 분명 ‘우리 동찬이’란 말에 힘을 주었다.
‘뭐지?’ 나는 믿기지 않는 눈초리로 엄마를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 내가 상을 받는다니. 이건 말이 안 된다. 내가 친구와 가족에게 장난으로 사고를 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주변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내 행적을 다 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상이라니! 이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나는 왕대추알처럼 커진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 내가 상을 받아요?” --- p.9 참도깨비는 먹자도깨비가 조심하라는 말도 까먹고 앉은 자리에서 커다란 양푼에 담긴 팥죽을 정신없이 모두 퍼먹고 말았다. 참도깨비 배가 먹자도깨비 배만큼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갑자기 꾸룩거렸다. “어어, 내 배가 왜 이래? 자꾸 출렁거리네. 아차, 그러고 보니 먹자도깨비가 말한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팥죽이란 녀석이 내 배 속에 들어갔나 봐.” 참도깨비는 그때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팔딱팔딱 뛰었다. 그럴수록 배가 출렁거리고 아팠다. “큰일이다. 먹자도깨비 말대로 팥죽이란 녀석이 달달하고 무섭다더니. 내가 엉큼한 팥죽이 꾀에 속아 넘어갔구나! 아이고 아이고, 내 배가 아파진다. 아이고 아이고 내 배야. 아이고 아이고 참도깨비 죽는다!” --- pp.51~52 나는 숨이 턱 막혔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잠시 머뭇거리다 동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동수가 내 눈치를 살폈다. “난 누나가 생겨서 좋아. 그런데 누난 내가 생겨서 안 좋지?” “뭐! 왜 그런 생각을 해?” 동수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린 동생에게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그래서 멋쩍게 웃고 말았다.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마음이 쌔했다. 동수가 나를 멀뚱하게 바라보았다. “동수야, 누나가 오늘 조랭이 떡볶이 만들어 줄까?” “눈사람 떡볶이?” “맞다. 눈사람 떡볶이.” 떡볶이라는 말에 동수의 입이 갑자기 크게 벌어졌다. --- p.72 대문 앞에 경찰 아저씨가 오빠 손을 잡고 서 있었다. 나랑 이모네 집에 갈 때 입었던 갈색 잠바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손에는 막대사탕이 들려 있었다. 때묻은 얼굴로 헤죽헤죽 웃고 있는 게 분명 우리 오빠였다. “바보 멍청이!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앙!” 나는 오빠를 잡고 다짜고짜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기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 너희 부모님도 곧 이리로 오실 거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빠가 그냥 무사히 돌아온 것이 고맙기만 했다. 오빠는 나를 보고 헤죽헤죽 웃기만 했다. --- p.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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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동화집!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창작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52번째 작품인 『못 말리는 상장』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동시인이자 동화작가, 아동문학연구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자연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 단편동화집이다. 여러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김자연 작가는 이번 동화집에서 유쾌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동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못 말리는 상장』은 훈훈하고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여섯 편의 단편동화가 실린 동화집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은 물론 우스꽝스런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응원을 건네는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말썽꾸러기 기똥찬을 변화시키는 엄마의 재치를 담은 「못 말리는 상장」, 도깨비 이야기인 「대장 도깨비 구름 버스」와 「꿀떡꿀떡 팥죽이」는 유쾌한 재미와 함께 은혜에 대한 보답이나 환경에 대한 경각심 같은 교훈을 담고 있다. 「눈사람 떡볶이」는 가족이 된 성이 다른 남매 사이의 따뜻한 정을, 「또와 불고기」는 가난하지만 서로 진심으로 아끼는 가족 간의 사랑을, 「막대사탕 오빠」는 장애가 있는 오빠의 진심과 뭉클한 사랑을 담았다. ● 가족이라는 의미의 재발견 이 동화집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주제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라는 말 속에는 매우 다양한 층위가 담겨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편적으로 가족이라는 말은 따뜻함과 헌신적인 사랑을 담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일 수도 있고 아픔을 주는 대상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족의 긍정적 의미를 누구나에게 일반화하는 것은 아마도 가족이 지켜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아동문학에서 가족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테마이다. 어린이들에게 가족은 요람과 같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자아가 형성되고 주체적인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김자연 작가의 가족동화는 이러한 가족의 긍정적 의미를 색다른 방식으로 재발견해 일깨워 주고 있다. 먼저 표제작인 「못 말리는 상장」만 봐도 말썽꾸러기 아들을 온 가족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가족들은 이 말썽꾸러기를 교화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심지어는 온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동조한다. 바로 ‘앞으로 착한 일을 할 것이기에 상장’을 수여하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긍정적인 가족애의 일면을 보여준다. 아이를 변화시켜 가는 가족의 힘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면서 가족의 의미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환기하고 있다. 「눈사람 떡볶이」는 엄마의 재혼으로 가족이 된 남동생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박’과 ‘최’라는 서로 다른 성으로 인해 동생은 유치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주인공 역시 서로 다른 성 앞에서 타자화되어 있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타자성을 극복하고 가족이라는 연대감을 구축해 가게 된다. 「막대사탕 오빠」는 장애가 있는 오빠를 부끄러워하는 여동생의 이야기로 동화에서 흔한 소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억눌러 둘 수만은 없는 심리적 갈등을 표출시켜 해결하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나름대로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특히나 여동생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가족적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오빠의 동생에 대한 사랑은 애잔하지만 더욱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다. ● 음식을 소재로 풀어낸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 김자연 작가는 오래전부터 음식을 소재로 한 동화를 써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동화집에서도 가족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시에 음식을 소재로 하고 있어 재미와 의미를 더해 준다. 「눈사람 떡볶이」에서는 조랭이 떡볶이를, 「막대사탕 오빠」에서는 막대사탕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들 먹거리는 갈등을 더욱 조장하거나 화해로 이끌어가는 매개로 기능하고 있다. 곧 주제를 강화시키는 주요 소재이자 모티프라고 할 수 있겠다. 「또와 불고기」 역시 불고기를 소재로 한 동화다. 형편이 좋지 않은 어느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나와 불고기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옛날에 잃어버린 어린 딸을 기다리는 고깃집 주인 할머니와 조우하게 된다. 손님인 주인공의 엄마 역시 어려서 고아가 되어 힘들게 살아온 터였다. 이들이 서로 가족인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서로에게 공유된 상실의 아픔과 이에 대한 위로를 통해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래서 할머니가 덤으로 내어준 불고기 한 접시가 더욱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꿀떡꿀떡 팥죽이」는 우스꽝스러운 도깨비 이야기다. 이 도깨비는 팥죽을 엄청난 존재로 알고 있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팥죽 맛을 봤다가 달콤한 맛에 자꾸 먹다 보니 배가 불러 터질 지경이 된다. 이를 도깨비는 팥죽이 배 속을 움켜쥐고 쥐어짜기도 하고 뱃가죽이 꿀렁꿀렁하면서 배 속에서 난장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팥죽을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난 줄 모르는 도깨비는 어리석게도 팥죽이가 자신의 뱃속에 들어와 괴롭히는 거라고 주장한다. 결국 도깨비는 팥죽이에게 혼쭐이 났고, 이후로는 팥죽만 보면 줄행랑을 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팥죽을 소재로 기발한 도깨비 동화를 선보이고 있다. 「대장 도깨비 구름 버스」는 음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플라스틱 먹은 물고기를 잘못 잡아먹었다가 앓아누운 도깨비를 다루고 있다. 유머스럽고 유쾌한 도깨비들을 등장시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곁들인 작품이다. 이처럼 이 동화집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동시에 깊은 공감을 하게 한다. 오랜만에 까불고 싶은 나에게 안녕? 하고 말을 걸어 본다. 까불고 싶은 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낸다. 어린 시절, 내 주변에는 잘 까부는 아이들이 많았다. 조금 가볍고 엉뚱해 보이긴 해도 항상 흥이 넘치고 재미난 일을 만들어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던 친구들. 나는 그런 아이들과 썩 잘 지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을 내 동화에는 초대하지 못했다. 작품 속으로 불러내서 같이 놀고 싶다. (……) 그동안 추구해 왔던 내 동화의 주된 가치는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 음식과 관련된 동화, 타인에 대한 존중 등이었다. 앞으로는 좀더 경쾌한 나를 데려와 맛있고 재미있는 동화를 버무려 내고 싶다.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