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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동동이
진순이의 탄생 고구마밭에서 일어난 일 해바라기바라기 아홉 번째 약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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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우유병을 들고 또 농장으로 갔어. 일찍 일어난 씩씩이가 엄마젖을 먹고 있었어. 동동이가 가까이 서서 구경하고 있었어. 그러던 동동이는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씩씩이엄마 가까이로 다가갔어. 기다렸다는 듯 씩씩이엄마가 뒷발질을 했어.
깜짝 놀란 내가 소리쳤어. “왜 차니? 네 새끼 아니라고 차는 거야?” 씩씩이엄마가 멀뚱멀뚱 나를 쳐다봤어. 언제 찼느냐는 듯 시치미 뚝 떼고 말이야. 동동이가 내게 다가와 얼굴을 비비댔어. “아프지? 엄마소가 아주 못됐어.” --- p.21 「내 동생 동동이」 중에서 수탉 뒤에서 뚱뚱한 오리가 말했다. “나도 환영이야, 꼬마야! 꽉꽉꽉!” 꼬마? 내가 꼬마인가? 먹을거리를 찾아 숲을 기웃거리는 오리에게도 새끼 다섯 마리가 있었다. 나는 아저씨의 꺼끌꺼끌한 턱을 핥았다. 아저씨가 웃었다. “너도 내가 좋다고? 하하, 간지러워!” 엄마 품만큼은 아니었지만 아저씨 품이라도 아쉬웠다. 아저씨가 꼬옥 안아 주어 좋았다. 나는 머리를 흔들며 목을 풀었다. 아저씨 가슴에 앞발을 쭉 내밀고 어깨도 폈다. 아저씨가 만족스러운 듯 나를 내려놓았다. 나는 엉덩이를 아래로 내려 단단하게 힘을 주었다. 뒷다리도 쭈욱 뻗어 허리도 폈다. 이제 나는 진순이란다. --- p.51 「진순이의 탄생」 중에서 고구마 뿌리에 포동포동 살이 오르던 어느 날이었어요. 우두둑 우두두둑, 밭이랑이 무너졌어요. 지렁이 굴보다 백 배는 더 큰 굴이 만들어졌어요. “무슨 일이지? 농부가 벌써 고구마를 캐려는 건가?” 돌돌이와 토룡이는 소리에 집중했어요. 우두두두둑 우두두둑 갉작갉작갉작. “두더지가 나타났다!” 대장 푸른이가 소리쳤어요. 그 소리는 단말마처럼 뚝 끊겼어요. “두더지?” 돌돌이와 토룡이는 무서웠어요. 한 번 나타나면 서너 마리는 잡아먹어야 돌아간댔어요. 고구마를 갉아먹기도 한댔어요. 온몸이 부르르 떨렸어요. “흩어져! 흩어져!” 푸른 지렁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흩어졌어요. --- pp.74~75 「고구마밭에서 생긴 일」 중에서 “맞아. 우리는 책벌레라서 모르는 게 없어!” 책벌레들의 큰소리에 은행잎도 지지 않고 큰소리를 쳤다. “모르는 게 없다고? 해바라기도 모르고 햇빛도 구름도 모르면서?” 은행잎의 큰소리에 책벌레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열심히 글자를 물어왔다. 햇빛, 구름, 바람, 해바라기, 참새, 까치……. 은행잎이 말하는 것들은 모두 가져왔으나 그건 은행잎이 아는 햇빛, 구름, 바람, 해바라기, 참새, 까치가 아니었다. 하긴, 풀씨 같은 것이 어찌 햇빛과 구름과 바람을 알까. 어찌 해바라기 꽃의 아름다움과 참새의 부지런함과 까치의 신사다움을 알까. 은행잎은 아는 척하며 풀씨를 물어오는 책벌레가 안타까웠다. 책벌레는 은행잎의 도리질에 되려 어이가 없다는 듯 어리둥절했다. “안다는 게 달라. 우리가 아는 것과 달라.” --- p.99 「해바라기바라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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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랑과 공감으로 따뜻한 동심을 일깨우는 동화집! 초등학교 중·고학년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창작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46번째 작품인 『내 동생 동동이』가 출간되었다. 동화작가이자 아동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노경수 작가의 동화집이다. 작가의 말에서 “아동문학의 미학은 등장인물의 생태적 토대와 동화적 상상력에 있다”고 밝히고 있듯이 작가는 그동안 자연물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동화적 인물상을 구현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의인화된 인물을 통해 현실의 삶을 은유한 작품을 다수 창작하게 되었다. 이번에 펴낸 동화집 역시 의인동화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진순이의 탄생」「고구마밭에서 일어난 일」「해바라기바라기」가 그것이다. 물론 소 농장에서 생긴 일화를 소재로 한 「내 동생 동동이」를 표제작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동화집은 좀더 색다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 동화집은 의인동화에서 생활동화까지 다양한 경향을 보이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하고 활달한 동심의 세계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우시장에서 태어나 간신히 목숨을 구한 송아지 동동이를 돌보며 동생처럼 무한 애정을 느끼는 유쾌한 이야기가 생명의 소중함과 애정을 보여주는 「내 동생 동동이」, 아기 진돗개가 태어나 ‘진순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새 생명 탄생의 의미를 일깨우는 「진순이의 탄생」, 고구마밭을 일구는 농부와 지렁이와 흙의 일상을 재미나게 그린 의인동화 「고구마밭에서 일어난 일」, 갑자기 헤어진 해바라기를 그리워하는 은행잎의 우정을 그린 「해바라기바라기」,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끝내 마음을 열게 하는 선생님의 끈기를 그린 「아홉 번째 약속」. 각편마다 독특한 서사로 동화의 재미와 개성을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표제작인 「내 동생 동동이」는 아주 유쾌하게 동심을 표현한 작품으로 특히 주목하게 된다. 우시장에서 조산으로 태어나 어미를 잃은 송아지를 한동안 집안에서 키우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재미있게 그렸다. 집안에서 키우다 보니 가족들의 송아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동동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화자인 ‘나’는 송아지를 동생으로 여기며 예뻐한다. 이런 사랑을 송아지도 아는지 나를 ‘옵바야아’ 하고 부르면서 졸졸 따라다닐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동동이가 건강해지자, 더 이상 집안에서 함께 지낼 수 없게 된 것이다. 농장의 축사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축사에는 동동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씩씩이와 튼튼이가 있었다. 이 두 송아지는 동동이와 잘 어울리지만 어미들이 동동이를 구박한다. 낯이 설어서 동동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화자는 이들이 못마땅하다. 동동이의 보호자가 되어 어미들에 대항하면서 두 송아지에게 되갚아주려 한다. 하지만 동동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어미들과도 서서히 동화되어 간다. 이 작품은 송아지들이 성장해 가는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 세계의 한 단면을 은유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자기 새끼를 감싸고 지키기 위해 낯선 존재를 경계하고 배척하는 모성 본능, 그러나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서로 받아들이며 화합하게 된다. 낯선 존재에 대한 거부와 배타적인 편견이 아무리 단단할지라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진심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소 축사에서 배우게 된다. 「진순이의 탄생」도 의미 있게 읽히는 작품이다. 시골 농가에서 강아지가 태어나는 일이야 흔하디흔하지만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면서 생명 탄생이라는 신성한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그래서 생명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그것이 아무리 애비값이라 부를지라도) 두 할머니의 행위가 동물 윤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아기 진돗개의 ‘탄생’이라는 생명의 존엄성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고구마밭에서 일어난 일」은 지렁이를 의인화해서 고구마밭의 ‘연작 장해’라는 생태 문제를 다큐멘터리식으로 상세히 그려내 보여주는 독특한 생태동화이다. 「해바라기바라기」는 책 속에서 살고 있는 책벌레의 문자 해독과 은행잎의 현실 경험의 차이가 드러내는 소통의 문제와 앎의 다양성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문자와 경험이 서로 화합하면서 드디어 ‘해바라기’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은행잎과 책벌레의 설렘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아홉 번째 약속」은 교단에서 벌어지는 훈육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서 최근의 교육계 사태를 자꾸만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이처럼 이 동화집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면서도 제법 묵직한 주제를 담아내고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작품집이다. 작가의 말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면 더 좋은 동화가 될까, 조금 더 다듬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더 묵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상은 언제나 높이 있음으로 현실은 언제나 불만족스럽지만,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에 간식거리라도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세상에 내놓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