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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 누나 있어요?
하늘 낚시 전어 축제 돌아와 아미산으로 마리네 집 |
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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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역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돌아서려는데 문이 열리며 쓰러질 듯한 한 아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주 창백하고 작은 아이였다. 아이는 문 앞에서 그대로 픽 쓰러졌다.
“어머, 얘, 정신 차려.” 나는 얼른 아이 윗몸을 일으켜 안았다. 아이는 작고 야위었지만, 착해 보였다. 내게 기댄 채 힘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119 구조대와 경찰차가 도착했다. 아빠 차도 왔다. 조금 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는 들것에 실려 옮겨졌다. 아이가 떠나며 나를 향해 힘없는 팔을 잠깐 들어 보였다.--- pp.18~19 “전어 볼래?” 나는 민경이 앞에서 비닐봉지를 열어 보였다. “물고기들이 참 갑갑하겠다. 나처럼.” 봉지를 들여다보던 민경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힘찬아, 우리, 이 전어 살려 주자. 바다에 가서 놓아 주면 되잖아. 응?” 민경이 눈빛이 간절했다.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진우와 도형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래, 힘찬아, 어려울 것 없어. 전어 받았다는 말만 엄마한테 안 하면 돼.” 진우가 부추겼다. 하긴 맞는 말이었다. 나중에 엄마가 알게 되어도 이해해 줄 것 같았다. “그러자. 민경이도 집 안에서 갑갑할 거야. 바깥 구경이라도 좀 시켜 주자.” 도형이가 맞장구쳤다. --- p.47 밤에 산책하듯 마리네 집 앞으로 갔다. 밤이면 늘 켜져 있는 마리네 집 앞 외등이 꺼져 있었다. 어쩐 일인지 집 안에도 불빛이 전혀 없었다. “으, 윽…….” 대문 안 에서 희미한 신음이 들렸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마리네 대문을 슬그머니 밀고 들어갔다. 뭔가 내 발목을 움켜잡았다. “엄마야!” 나는 신발 한 짝이 벗겨진 것도 모르고 집으로 달렸다. 너무 놀라 오줌을 지릴 뻔했다. “호진아, 무슨 일이야?” 버섯 재배장에서 돌아오던 아빠를 만났다. 나는 마리네 집을 가리켰다. 아빠가 마리네 집으로 달려갔다. --- pp.120~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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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진솔한 이야기.
우정과 가족애, 혹은 삶의 희망을 일깨우는 다섯 편의 동화. 초등학교 중·고학년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31번째 작품인 『은지 누나 있어요?』가 출간되었다. 2009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이래 동서문학상, 목포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의 첫 동화집이다.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작가답게 아이들의 생활경험과 생각을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그리고 있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모아 엮었다. 무엇보다 우정과 가족애, 혹은 삶의 희망을 일깨우는 다섯 편의 동화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그 진솔한 이야기가 미덥기만 한 동화집이다.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낯선 전화 한 통이 환기시키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불우한 현실에 대한 재인식, 할아버지를 통해 느끼는 세대간의 이해와 화합, 아픈 친구의 절망을 다독이는 아이들의 우정, 대만 아미족 아이들의 삶이 던지는 전통과 현재적 가치 사이의 갈등과 희망, 도시와 시골이라는 일상의 간극을 이겨내고 진한 우정을 키워 가는 발랄한 아이들의 이야기. 이처럼 흔한 일상의 단면을 그리면서도 색다른 시선으로 삶의 따뜻함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들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먼저 표제작인 『은지 누나 있어요?』는 낯선 전화 한 통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환기하는 주제는 제법 묵직하기만 하다. 언제 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아이의 전화이지만 이를 계기로 타인이 처해 있는 처지를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도움을 주게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하늘 낚시』는 바닷가에서 어부로 살던 할아버지가 노쇠해진 몸을 이끌고 도시의 자식집에서 의탁하게 되면서 느끼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환상적 기법으로 그려내면서 위로하는 이야기다. 날이 갈수록 세대 간의 갈등과 불협화음이 깊어지는 요즘 시대에 서로에 대한 이해를 상기시키고 나아가 화합을 이루게 하는 따뜻한 동화이다. 『전어축제』는 오랜 동안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친구의 절망을 다독이는 아이들의 우정이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주인공과 친구들은 아직 살아 있는 전어를 아픈 친구의 뜻에 따라 방생하게 되는데 이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와 희망을 다시금 되새기고 있다. 『돌아와 아미산으로』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바로 대만의 아미족 아이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그리고 있는 전통과 현재적 가치 사이의 갈등과 희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나름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아미족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 역시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고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얻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마리네 집』은 중편 분량의 작품으로 좀 긴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생동감 있는 인물들 간의 호기심과 갈등, 그리고 연민이 한데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특히나 도시와 시골이라는 일상의 간극을 이겨내고 진한 우정을 키워 가는 발랄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정겹기만 하다. 이처럼 이 동화집은 탄탄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요즘 아이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과 일상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힘겨운 일상 너머에 있는 삶의 따뜻함과 희망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과 희망의 불씨를 일깨워 주기에 손색이 없는 동화집임에 틀림없다. 작가의 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여러분이 있는 어디쯤에서도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언가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길가에 서 있는 나무, 날아가는 새들, 낡은 벤치도 여러분에게 말을 걸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알아채기만 한다면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를 아낌없이 쏟아 놓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세상의 많은 것에 귀 기울이고 눈뜨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맘껏 상상하고 표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전합니다. 혹시 모르지요, 언젠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제가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