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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족 족장의 죽음
감족의 단이 고족의 쓴홀 신마, 산족의 대표가 되다 회의장에서 만난 아이들 몽기마를 찾아라 새로 생긴 동생 소금계곡 돈원의 일기 족장의 비밀 떠내려 온 풀잎 숨겨진 신전 동굴 속으로 가온의 그림 어둠 속의 하얀 별 처음 만난 고모 안개거인 풍요로운 설왕국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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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국의 주인이 아이들이었다고? 그랬지요. 아~주 오래전 전설 속에서. 하지만 지금, 이 어려운 시기에 아이들이 뭘 알아서 어떻게 설왕국의 미래를 책임진단 말이오?”
어깨를 치켜올리며 법한이 비웃었다. 그러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없이 뒷짐을 진 채 앞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 걸었다. 사람들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연회장 바닥을 끄는 법한의 신발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갑자기 법한이 멈춰서더니 단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아이를 대표로 보내면 되겠군요. 감족, 짠결족, 산족, 고족의 신물을 모아 침별아기로부터 풍요의 씨앗을 다시 받을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저 아이를 감족의 족장으로 받아들일 것이오.” 사람들 눈이 단이에게 쏠렸다. “일단 저 아이를 받아들이도록 합시다.” 법한이 입술을 한쪽으로 밀어 올리며 천천히 손뼉을 쳤다.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따라 손뼉을 쳤다. “싫어요. 싫어요.” 단이가 고개를 좌우로 세게 흔들며 중얼거렸지만 손뼉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 p.22~23 “족장님, 설사 그렇다 해도 이제는 별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목표한 소금의 양은 이제 다 채웠습니다.” “이놈아, 그러니까 더 문젠 게지. 내가 설왕국의 모든 부족을 손아귀에 쥘 때까지 쥐도 새도 모르게 일을 해 나가야 하는데 말이 새나가면 탈이 날지 모르잖아. 이 어리석은 놈아.” “그럼, 일정을 당기면 되지 않겠습니까요?” “그래야겠다. 새로운 신전을 세우는 일에 속도를 내라. 단단하고 웅장하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신전을 세우란 말이다. 설왕국의 모든 부족들이 나를 우러러보고 따를 수 있도록 말이야. 감히 내 권위에 도전할 수 없도록, 침별아기 따윈 생각하지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족장의 말을 들은 아이들의 눈이 커졌다. 신마가 고개짓을 했다. 아이들이 살금살금 뒷걸음질을 쳐서 족장의 방에서 물러나 나무 뒤에 숨었다. 모두들 표정이 굳은 채 말이 없었다. “어떻게 설왕국을 제 손아귀에 쥐겠다는 생각을…….” 소율이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떠오르는지 치를 떨었다. --- p.104~105 “근데 그림이 이상해. 누군가 칼에 맞았나 봐. 이것 봐. 피를 흘리고 쓰러졌어.” 쓴홀이 그림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둠을 타고 복면을 쓴 무사들이 쳐들어왔다. 칼로 남자를 찔렀다. 남자가 쓰러졌다.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렸다.” 단이가 글자를 읽어 내렸다. “뭐지? 쓰러진 남자가 돈원일까? 그럼 단이 네 고모는?” 신마가 단이를 바라보았다. 단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은 불안감에 손을 꽉 쥐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미워했던 고모지만 무사하기를 마음으로 빌었다. “좀 더 들어가 보자.” 굳어 있던 단이가 신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 걸었다. 어서 빨리 고모를 찾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걸음을 빨리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앞서 걷던 단이가 악 소리를 지르며 순식간에 아래로 쑥 미끄러졌다. 놀란 신마와 쓴홀이 단이를 소리쳐 불렀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구멍이 아래로 뚫려 있었다. --- p.131~132 각각의 부족을 대표하는 아이들은 풍요로운 설왕국을 만들기 위해 함께 힘을 합하기로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부족한 것도 많다. 단이(감족)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뒤로 물러서거나 도망을 치는 아이다. 쓴홀(고족)은 출세, 명예만 중요하게 여기는 아버지에게 꿈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신마(산족)는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형편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온(짠결족)은 부모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원망을 듣는 아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부족하고 서툴러서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한다. 그때마다 부끄럽고 슬프고 때로는 괴롭기까지 하다. 그런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괜찮아. 나도 그랬어.” “넌 좋은 점이 훨씬 많아.” 이렇게 말해 주고 함께 해 주는 가족, 친구, 이웃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설왕국의 네 아이』를 통해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 「작가의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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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부족의 운명을 개척해 가는
네 아이들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 초등학교 중·고학년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창작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33번째 작품인 『설왕국의 네 아이』가 출간되었다. 이 장편동화는 장은영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역사판타지 작품이다. 그동안 장은영 작가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책 깎는 아이』『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 등 주로 역사적 사실을 중심 소재로 해서 어린이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구성해 왔다. 그 성과로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가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책 깎는 아이』는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존의 작품들이 역사적 사실성에 기초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번에 펴낸 『설왕국의 네 아이』는 오로지 상상력에 의해 역사적 판타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곧 상상으로 구축해낸 과거의 한 시공간 속에서 위기에 처한 부족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네 아이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설왕국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네 부족의 아이들이 풍요를 베풀어주던 침별아기를 만나 신물을 전달해야 한다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여행 과정에서 겪게 되는 온갖 위험과 위기를 통해 절정으로 치달아가면서 아이들 역시 좀더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 모험서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모험담 특유의 서사적 재미와 교훈은 이 작품이 지닌 색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설왕국일까? 작가는 입안의 혀를 하나의 왕국으로, 즉 ‘설왕국’으로 상상해 설정했노라고 작가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그리고 혀에 네 가지 미각이 있듯이 설왕국에도 네 부족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짠맛·신맛·쓴맛·단맛을 상징하는 짠결족, 산족, 고족, 감족 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발상부터 독특한 상상에서 시작하고 있다. 설왕국의 각 부족들은 해마다 함께 모여 각자의 신물을 들고, 흰두리산에 살고 있는 침별아기를 찾아가 설왕국의 풍요를 기원한다. 설왕국의 각 부족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전통을 지켜 오고 있다. 네 개의 신물을 가진 설왕국은 요새처럼 튼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설왕국은 부족 간의 심한 다툼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게 된다. 설왕국을 혼자서 지배하고 싶은 짠결족 족장이 보낸 가짜 신물로 인해 침별아기로부터 풍요의 씨앗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 일로 짠결족이 설왕국에서 추방되고 침별아기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다. 결국 설왕국 곳곳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각 부족의 고민은 깊어가고, 마침내 감족 족장이 결단을 내린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이라면 화합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설왕국에서 아이들의 맑은 웃음과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던 먼 옛날처럼 말이다. 설왕국의 주인은 원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때묻지 않았고 이웃을 존중했으며, 대대손손 평화롭고 즐거운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감족의 족장마저 반란에 희생되어 숨을 거두고 말자, 마침내 쓰러져가는 설왕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각 부족의 아이들이 나서게 된다. 감족의 단이, 고족의 쓴홀, 산족의 신마, 그리고 추방된 짠결족의 은신처에서 만난 짠결족의 가온은 탐욕스런 짠결족 족장에 맞서기도 하는 등 위험을 무릅쓰고 침별아기가 살고 있던 흰두리산을 찾아 떠난다. 이처럼 설왕국의 네 아이가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모험을 통해 풍요의 씨앗을 다시 얻게 되기까지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판타지로 보여주고 있다. 네 아이들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처지도 입장도 생각도 모두 다르지만 여행 도중에 부딪힌 여러 위험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서로 돕고 이해하면서 공동체적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신들 역시 부족함이 많은 존재들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서로를 존중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문제를 극복해 가는 모습은 훈훈하기 그지없다. 이 판타지는 어린이들에게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의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