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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잊혀지는 것 - 전봇대
소리지르지 말아요 - 마이크 내가 보는 것이 그것인지 - 안경 삶과 일상의 부조화 - 손목시계 먼 길 끝의 낯익은 평온 - 버스 쓴맛의 기억과 희망 - 약 담겨 있는 것, 담아 가는 것 - 다라이 사랑을 확인하세요 - 밥상 센티멘탈 저니 - 기찻길 그때 그 모습 그대로 - 사진 울림 혹은 떨림, 그리고 - 통기타 햇볕이 아깝다는 말 - 기저귀 멜로드라마를 보다 - 텔레비전 머무는 곳, 스쳐가는 곳 - 아파트 동물일까요, 사물일까요 - 닭 옛날 풍경의 그림자 - 골목길 볼프강 보르헤르트를 만나다 - 책① 11월의 무늬 - 달력 달콤시큼쌉쌀한 이야기 - 커피 달려라, 로시난테 - 지하철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책② 결핍의 시절을 잊다 - 난로 손거울과 종합선물세트 - 선물 삭발에 관한 유감 - 바리캉 뒤를 보거나 앞을 보거나 - 노트 다시 쓰지 못하는 편지 - 우체통 아버지의 지갑 - 돈① 미움만한 그리움 - 돈② 임자가 따로 있나 - 의자 다시 위인전을 읽은 후 - 반성문 더디고 아둔한 것의 가치 - 뚝배기 새로운 동행의 즐거움 - 컴퓨터 그곳에 나는 없네 - 이력서 놀라운 기적을 아름답게 - 족보 화려한 슬픔에 관하여 - 간판 길 위의 날들 - 신발 당신과 나 사이에 - 팩시밀리 인생은 한 모금 연기처럼 - 담배 타버리지 않은 꿈 - 지도 조용히 피는 꽃, 아름다운 꽃밭 - 양초 빈말과 수작과 기만보다야 - 계약서 인생을 몽땅 걸다 - 옷걸이 관 뚜껑을 미는 힘으로 - 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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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부질없는 상념으로 하루를 보내던 시절이었습니다. 기껏해야 나의 자유는 버스 유람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어디 멀리 외딴 섬으로 떠나지 못하는 미욱함이 나를 병들게 한다고 여겼습니다. 지금 여기가 아니라야 새로운 무엇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굳이 멀리 떠나려고 애면글면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낯익은 평온을 사랑합니다. 설령 훌훌 털고 먼 길을 떠난다 해도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머무는 것이나 떠나는 것이나 호불호(好不好)를 가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나는 낯익은 번호판을 단 버스가 내달리는 이 길에서 한평생 서성이며 갸웃거릴 작정입니다.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 되었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나는 여행을 꿈꾸지 않습니다. 떠나야만 보이는 것은 내 몫이 아닙니다. 오래 머문 자리가 아름답고, 늘 그렇고 그런 것이 물리지 않습니다. 낯선 풍경보다는 낯익은 버스 번호판이 위안을 줍니다. --- p.3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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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진 길의 가운데서 뒤돌아보다
어쩌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을 한 권의 공책을 마련하여 펼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는지요. 사람의 일생이 비어 있는 책, 공책을 채워가며 노트를 만드는 과정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똑같이 신학기를 맞아 펼친 새 공책이 세월이 흐르면 도저히 출발이 같았다고 믿을 수 없게 변하듯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삶의 질량으로 노트를 만들어갑니다. 어떻게 인생을 사느냐에 따라 누구는 한 권의 공책도 다 채우지 못하고, 누구는 죽는 날까지 수십 권의 공책을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메우며 살아갑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물과 풍경은 모두 한 길 위에 있다. 저자는 그 길에 서서 뒤를 돌아보고 현재를 보고 또 다시 앞을 바라본다. 추억과 현재, 미래는 각각 다른 것이 아니라 한 길에 엮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길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같은 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도 달라지고 또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과 즐거움도 달라질 것이다. 삶의 기쁨만 아니라 슬픔, 고통, 잔잔한 애착까지 모두 끌어안은 저자의 글을 통해 독자들도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기 바란다. ‘유치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러면서도 우리의 삶과 다를 것 없는 멜로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이 산문집은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삶의 즐거움과 평안의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