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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경 작가의 새로운 세계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의 오리지널 대본집.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만드는 정서경 작가의 문장은 또 다른 작품 감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황선우, 김하나 작가와 함께한 인터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5.10.14.
예술 PD 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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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차례
· 용어 해설 · 등장 인물 · 1부 · 2부 · 3부 · 4부 · 5부 2권 차례 · 용어 해설 · 등장 인물 · 6부 · 7부 · 8부 · 9부 · 정서경 작가 인터뷰 - 인터뷰어 김하나, 황선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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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경신 ……바젤 4자회담 때. 미국, 중국, 북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미친 사람들, 자기가 하나하나 설득해서 합의문에 ‘평화적으로’라는 문구 집어넣는 거 보고…… 와, 저 여자는 내가 대통령 되 면 최소 외교부 장관이다 점 찍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새공화당 장준익이래. 그때 진짜 절망했는데. 문주 (웃는) …… 경신 그 후로 우리 10년을 같이 걸어왔지. 너무 고마웠어. 근데 장관직 거절했을 때 어느 정도 예감 했어. 장준익, 다음 대선에 나오겠구나. 문주 제가 대사직을 원한 거예요. 채경신 정부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고 싶어서.. 경신 그거…… 사랑이야? 남편이 대통령 선거 나간다니까 자기 커리어 묻고 함께 뛰러 오는 거. 문주 결혼은 그런 거 같아요. 최고 구속력을 가진 협정. 가장 힘들 때 꼭 곁에 있겠다는…… 경신 언젠가 이혼할 수 있단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문주 (웃으며) 장의원,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지지 정당이 다른 배우자와도 20년 동안 결혼 생 활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왜 그렇게 싫어하세요? 경신 다른 건 몰라도 통일에 대한 장준익 생각, 너무 위험해. 문주 아직 정리가 안 됐을 거예요. 경신 왜냐? 무관심하니까. 캠프에서 제일 처음 발표한 정책이 ‘외로움 대응 정책’이었지. 문주 급속한 1인 가구화, 고령화, 자살률, 차별과 혐오 등에 대한 어젠다였어요. 경신 다음은 기후, 식량, 농업, 그다음이 젠더였나? 남북 관계 얘긴 언제 해? 북한은 내일이라도 붕 괴될 수 있는데 젊은 사람들 80프로가 통일에 반대해. 작년에 장의원 남한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통일은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발언으로 스타 됐었지. 필요하다면 헌법 개정해 서 별개의 국가로 갈라서는 것까지 논의해 볼만하다고. 아무리 쿨병 걸린 젊은 정치인이라도 너무 무책임하잖아? 통일 문제는…… 갑자기 들이닥칠 거야, 자연재해처럼, 피할 수 없이. 문주 (슬프고 억울한 마음에 파랗게 불꽃 튀는 눈) 할머니랑 어머니 말씀 들으니까 알 것 같아요, 준익 씨가 저한테 전재산을 준 이유. (화림 보며) 저, 집도 절도 없는 아이 아닙니다. 저희 엄 마가 모든 것을 다 바쳐 키워주신 소중한 딸이에요. 그런 제가 이 집에 와서 거지 취급 받으면 서도 무시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를 무시하는 건 그 사람 문제고, 나만 떳떳 하면 괜찮다고 엄마가 가르쳐주셨기 때문이에요. (옥선 보며) 하지만 준익 씨는 그게 싫었나 보 네요, 다시는 이 집에서 무시당하지 말라고 그 돈을 다 준 걸 보면. (단호한 눈, 낮은 목소리로 화림에게) 할머니. 더 이상 죽은 아이 입에 올리지 마세요. 한 번도 그 아이를 위해 슬퍼하지 않은 사람이 그런 소리 하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옥선 보며) 사랑도 없이 결혼했다니요, 어 머니. 사랑이 아니었다면 제가 어머니를 어떻게 견뎠을 것 같으세요? 화림 (기가 막힌) 어머어머…… 쟤 눈 뜬 것 좀 봐. 니가 그렇게 준익이 사랑했으면 어떻게 남편 장 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을 안 흘려? 안 그래도 내가 그랬어, 진짜 무섭고 진짜 징그러운 애라 고. 옥선 ……이제 알겠어. 너를 이렇게나 힘들게 해서 준익이는 우리가 미웠나 보구나. 안타까운 마음 을 그렇게 표현했나 봐. 근데, 난…… 이 모든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화림 보며) 나도 여기서 힘들었거든. 하지만 주먹 꼭 쥐고 한 재산 일궈냈지. 니가 물려받은 토지와 건물들, 내 손길 닿지 않은 것 하나도 없어. 무엇보다 가장 열심히 공을 들인 건 내 아들 준익이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애면글면 키워낸 나무에, 이제 막 예쁜 열매들 주렁주렁 달렸는데…… 수확 직전에 몽땅 빼앗긴 농부의 기분, 상상할 수 있겠니? 난 받아들일 수 없다. 준익이를 잃은 것 도 힘에 겨운데 걔가 남긴 모든 걸 니가 갖는 걸 봐야 한다니. 확신에 차서 길을 가는 산호의 등을 보면서 가는 문주. 이제 거의 정상에 다다랐다. 문주 이 산을 아세요? 산호 서울에 있는 산은 다 알지요. 문주 다요?? 산호 서울의 수로들, 지하통로들, 폐건물들…… 지도에 없는 것들은 다 압니다. 문주 왜요? 산호 우리 같은 사람들은 먼저 파악하거든요, 도망갈 길이 어딘지, 숨을 곳은 어딘지,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면 어디가 좋을지. 문주 (약간 두려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누군데요? 산호 자기 나라가 없는 사람들. 문주 …… 인보 (미소 지으며 고개 젓는) 그건…… 나와 미카엘 님과 주님 사이에 약속한 바가 있어. 나는 하느 님이 계신 자리에서만 그 뜻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 그보다 넌…… 빨리 가서 할머니를 모시 고 나와라. 그러지 않으면 남은 삶을 고통 속에 살게 돼. 산호 ?? 인보 나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평북 정주…… 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본다. 뾰족한 교회와 집과 나무, 강을 따라 뛰어가면 짙은 색 바다, 할머니 얼굴. 하늘은 밝고도 어두웠지. (중얼거리며 기도) 주 예수 그리스도여, 내 곁에 머무소서. 우리 가족은 할머니를 집에 두고 길을 떠났다. 우리가 피난을 못 갈까 봐 앉은뱅이 할머니가 곡기를 끊으셨거든. 내 입에 음식을 씹어 넣어 키워주신 분…… 그분을 두고 길을 떠난 지 70년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은 더 생생해 진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인보 나는 너를 알지. 니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니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그리고 니가 주님을 믿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 산호 (정곡을 찔려 말문이 막힌) …… 인보 너는 입으로는 기도를 하지만 영혼은 신을 찾지 않아. 니 힘으로만 뭐든지 다 하려고 하지. 하 지만 얘야, 하느님을 모른다 해서 인간의 사랑까지 몰라서는 안 된다. 산호 왜 제가 인간의 사랑을 모른다 생각하십니까? 인보 인간은 사랑을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도는 것인데…… 너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걸 걸었지 않니. 30. 상황실 앞 복도 - 백악관 (낮) 빠른 걸음으로 걷는 이글턴을 따라가며 설득하는 앤더슨. 앤더슨 뭔가 잘못됐어요. 북한은 그런 잠수함을 만들 자본도 기술력도 없어요. 잠수함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확전되면 수백만이 희생될 수도 있잖아요. 이글턴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우린 이 작전을 5분 안에 끝낼 거니까. 확전 가능성이니 예상 사망자니 하는 숫자들? 아무 의미 없어. 그건 과거의 전쟁 얘기지. 내가 이야기하는 건 미래의 전쟁이 고. 미래의 무기. 미래의 전략. 미래전의 역사는 여기서부터 쓰일 거야. 상황실 앞에 도착한 이글턴,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앤더슨을 돌아본다. 이글턴 (속삭이며) 원래부터 니가 미국인인 척하는 게 맘에 안 들었거든. (돌아서 상황실에 들어가는 이글턴. 따라 들어가려는 앤더슨을 막아서며) 오늘부터 넌 여기 못 들어와. 대통령 명령이다. 절망하는 앤더슨 얼굴 앞에 상황실 문이 닫힌다. 앤더슨 (소리/영어) 난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31. 국무부 건물 앞 거리 - 워싱턴 디씨 (저녁) 심각하고 쓸쓸한 얼굴로 저녁이 내리는 거리를 걷는 앤더슨. 많은 다른 인종들 사이에서 혼자 아시아인 이다. 앤더슨 (소리/영어) 언제나 한국에 가장 적대적인 정책을 지지했지. 그게 워싱턴에서는 잘 먹히니까. 여전히 난…… 내가 반쯤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보수적이고 애국적인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 계획이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어. 나를 도와줄 수 있어, 준익? 경신 서문주, 니 문제가 뭔 줄 알아? 문주 …… 경신 외교관이 진실한 거. 결격 사유야. 약소국에서, 누가 우리 사정을 봐줘야만 뭐라도 하나 떨어지 는 외교를 할 때, 그런 매력도 가끔은 유용했지. 하지만 하우저 정권 같은 적대적인 상대에 맞 서, 비우호적인 다자 외교를 할 때, 너는 아무 쓸모없었어. 그 자리 니가 스스로 그만뒀다고 생각해? 잘린 거야. 거짓말을 하고, 얕은 수를 쓰고, 모함, 협잡, 배신을 하고…… 그렇게 해서 라도 결과물을 가지고 오지 못하니까 밀려난 거라구. 문주 (눈물이 그렁그렁하지만 그런 자기 자신을 의식하지 못 한다) …… 경신 (눈물 가득한 문주 얼굴 들여다보며) 봐, 지금도 내가 뒤통수 치니까 깜짝 놀라잖아. 문주의 눈에서 스르르 눈물 흘러내린다. 그것이 수치스러워 황급히 닦아내는 문주. 경신 (문주 외면하며) 잘 들어. 전쟁에서 죽음은 살인 아니야. 자기 남편 죽음은…… 정치적으로, 외 교적으로 처리되어야 해. 내가 그렇게 할 거야. 문주 누가 죽였는지 알면서 덮겠단 뜻인가요? 경신 장준익 죽음이 만들어낸 틈새를 비집고 미국 차에 올라탈 거야. 그러니까 넌 나가 있어. 엔지 오에 관심 있다지? 딱 어울려, 너한테. 어디든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곳으로 가. 충고 아니고, 부탁 아니고, 명령이야. 문주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요? 경신 내게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하는 책무가 있어. 이건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판이야. 냉정한 눈으로 문주 보는 경신. 어쩌면 그녀는 문주보다 더 많은 걸 아는지도 모른다. 문주 우리 경호팀을 강화하겠어요. 산호 그쪽 경호팀은 못 할 겁니다. 문주 (어쩌라고) ……. 산호 발키리에 내 계약을 갱신했어요. 나보다 서문주 씨 더 잘 경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 를 고용하십시오, 개인 경호원으로. 문주 내가 백산호 씨를 어떻게 믿지요? 산호 조사해요, 내가 참여한 전투, 내가 한 역할들…… 필요하면 감시도 해요. 문주 왜 이렇게까지 하려고 해요? 산호 ……서문주 씨는 전쟁을 막고 싶지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내게는 신부님이 남기신 과제가 있 습니다. 문주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산호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문주 씨였을 때. 문주 (그런 꿈을 꿨다는 것이 놀라운) ……. 산호 하지만 내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옥선 (받아서 슬쩍 보고는) 원장님 영전하시는 데 제가 신경을 많이 썼어요. 운학 왜 그러셨습니까? 제가 회장님이나 돌아가신 장관님과 별 인연이 없었는데…… 옥선 (애교 있게 웃으며) 전, 부인을 보면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알거든요. 40년 넘게 장성들 부인회를 하면서 사모님처럼 좋은 분은 못 만났어요. 그런 여성이 평생 사랑하는 남자라면 무척 존경할 만한 분이겠죠? 운학 (멋쩍게 허허 웃더니)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불편해서 안 나오려고 했는데…… 저희 집사람이 펄쩍 뛰더군요. 회장님 어려우실 때 외면하면 우리가 사람 아니라고. (답답) 그러면서 이유를 말 안 해주는데…… 옥선 원장님. 살면서 언제가 가장 힘드셨나요? 운학 (이제야 알겠다는 듯) ……작은 애 아플 때……? 옥선 (맞았다는 듯 미소) …… 운학 (충격) 그때 수술 잡아주시고 비용까지 대주신 분이…… 옥선 제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남편들 신경 안 쓰이게 하는 게 우리 일이니까. 운학 (놀라움과 체념의 한숨) …… 한나 날마다 그런 생각을 해요. 만약에…… 내 아이가 그걸 목격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까지 당신을 증 오했을까? (일어나서 문주 앞으로 다가오며) 그날 이후 당신의 슬픔이 온 나라에 내걸렸지요. 참…… 고급스런 슬픔. (바로 앞에 서서 문주를 바라보는) 당신은 옆모습이 아름다워요. (핸드 폰을 꺼내더니 배경화면으로 설정한 문주 사진 보여준다. 준익의 시체를 안고 있는 사진. 그 옆모습) 특히 이 사진이 가슴 아프죠. 어떻게 당신 눈물은 끝내 떨어지질 않나요? 사람들은 당 신의 슬픔이 참 품위 있다고들 하는데…… 그때 나는요, 가슴을 뜯으며 울부짖고 있었어요. 한나 (왠지 빡친) 준익 씨가 말한 그대로네요. 뭐든지 참는 사람이라고. 근데 난 참을성이 하나도 없거든 요? 그런 내가 준익 씨를 사랑해서 모든 걸 참은 거예요.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요? 시끄럽게 하고 싶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알 수 있게. 준익 씨가 정말 사랑했던 건 나고, 우리 아이고, 당신 슬픔은 가짜라고! 세상에 고급스런 슬픔이 어딨어? 진짜 슬픔은 품위가 없어요. 그건 소리 지르며 날뛰는 짐승 같은 거예요! 문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게 처음인가 봐요. 난 세 번째예요. 한나 (어쩌라고? 말하는 눈빛) …… 문주 슬픔에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처음에는 분노, 그다음엔 치욕, 그다음엔 원한, 후회, 자책…… 그 많은 감정이 다 지나가야 진짜 슬픔이 찾아와요. 진짜 슬픔은…… 끔찍할 정도로 조용해요. 돌 덩어리처럼 무겁고. 그러니까 지금 너무 날뛰지 말아요. 나중에 아이 돌볼 힘은 있어야 되잖아 요. 한나 (울음을 터뜨리며) 준익 씨는 불행했어. 당신 때문에. 그 사람 사랑 안 했지?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 눈 게 언제예요? 나는요…… 내 사랑을 끔찍한 결혼 생활에서 꺼내주고 싶었어. 준익 씨야말로 돌덩어리를 껴안고 물속에 가라앉고 있었어요. 문주 (잠시 흔들렸다가) ……난 원래 약한 사람하곤 안 싸우는데요. 싸워야 하는 상황에 가만있진 않을 거예요. 정신 똑바로 차려요, 강한나 씨. 살면서 그렇게 끔찍한 일을 겪어도 그게 한 번으로 끝나란 법이 없으니까. 문주 (단호하게 반복) 언제부터 저를 가지고 노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어머니. 옥선 걔는 선수야. 계획적으로 접근해서 준익일 이용한 거야. 선거 전에 다 정리가 됐었다. 넉넉히 챙겨 주니까 외국으로 떠나겠다 했고. 문주 너무 억울해요. 전 영원히 기회를 뺏긴 거잖아요. 준익 씨 눈을 똑바로 보면서 헤어지자고 말할 기 회. 다시 살려내서 이혼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옥선 알아. 절벽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것 같겠지. 근데 있잖아, 너 이런 일로 안 죽는다. 오늘은 큰일이 난 것 같겠지만 내일 아침엔 생각보다 괜찮다는 거 알게 될 거야. 어느 날 문득 이전보다 강해 진 걸 느낄 거고. 내가 알아, 몇 번이나 겪었으니까. 문주 (어이없다는 듯 웃고) 왜 저한테 출마하라고 하셨어요? 사람들 앞에서 제가 창피를 당하길 원하셨 나요? 어머닌 알고 계셨죠, 저 여자가 나설 거라는 거? $옥선 솔직히 이건 기회야. 모르겠니? 니가 준익이를 떼어내고 너 자신으로 선거에 나설 기회. 사람들에 게 약점을 보여주고 안아주게 할 기회. 그 여자는 널 망칠 수 없고, 어떤 일이 있어도 너는 앞 으로 나가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기회. 문주 (절레절레) 가끔 보면 어머닌 미치신 거 같아요. 이 순간부터 어머니와 손을 끊겠습니다. 옥선 너는 나 없이 대통령이 될 수 없어. 문주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되고 싶진 않아요. (서류봉투에서 준익의 유산을 양도하겠다는 공증 서류를 꺼내 찢으며) 우리 계약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문주, 산호를 밀어내며 방수포 밖으로 나간다. 멀찍이 서서 산호를 노려보며 문주 김한상보다, 국정원보다, 나한테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린 사람들보다 나는 당신이 더 미웠어. 그런 데 고마운 거 있어요. 내가 완전히 무너진 순간에 이걸 준 거. (총을 꺼내 겨누며) 나를 지키 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가르쳐줬죠. 산호 ……. 문주 먼저 죽이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했나요? ……따라오면 쏠 거예요. 당신을 믿었던 순간에 나는 제 일 연약했어요. 다시는 약해지고 싶지 않아요. 문주 준익 씨는 어버이날이 되면 탐스러운 작약으로 꽃다발을 만들었어요. 플래시백 인서트1〉 아름답고 탐스러운 작약으로 만든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는, 양복 입은 준익. 문주 (소리)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면서요. 문주 (슬픈) 어머니, 아들을 죽이셨어요? 옥선 (얼굴 굳는) 아니. 문주에게 총을 겨누고 선 한나, 옥선과 문주의 대화를 들으며 살짝 손이 떨린다. 문주 저는 어머니가 아니면 준익 씨랑 싸울 일이 없었어요. 준익 씬 어머니에 대해선 조그만 나쁜 말도 못 참았거든요. 플래시백 인서트2〉 15년 전. 준익과 문주의 침실. 말다툼하는 준익과 문주. 준익 니가 이해해 주면 안 돼? 우리 어머니잖아. 문주 어머니…… 그런 아들을 죽이셨어요? 한나 (뭔가를 참느라 얼굴이 빨개지는) ……. 옥선 (참지 못하고) ……준익이, 남편이 밖에서 낳아 온 아이. 그 핏덩이를 처음 안던 날, 나는 결심했어. 이 아이를 내 아이로 키우지 못하면 나는 끝이다. 그런 준익이가 너 때문에 변한 거야. 준익이 는…… 너 때문에 죽었어. (차갑게) 쏴, 한나. 문주 ……못할 것 같습니다. 경신 (E) 왜? 문주 저는 아직도…… (그 자리에서 돌아선다. 눈물 고이며) 너무 슬퍼요. 경신 (E) ……그런 대통령이면 좋겠어. 많이 고통받은 사람. 그 고통을 뚫고 나가는 힘이 있는 사람. 그 래서 더 강해진 사람. 문주 (소리) 나의 평화를 가져가시고 이 땅에 평화를 내려주소서. 카메라, 성당 아래로 내려오면 미사를 드리는 사람들, 합창단과 함께 성가를 부른다. 제단 밑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남녀 신도들. 사제가 그들의 머리에 손을 대고 한 명 한 명 축복을 내린다. 문주 (소리) 그리하여 모두에게 평화가 충분해 더 이상 평화가 필요 없으면…… 그 사이에 손을 모으고 앉은 문주. 신부가 문주의 머리에 십자가를 그리며 중얼중얼 축복을 내린다. 문주 (소리) 가엾은 내 사랑을 나에게 돌려주소서. 두 눈을 꼭 감고 기도하는 문주. 우리는 그녀의 얼굴에 담긴 간절함을 본다. 문주 (소리) 주님을 믿지 않지만, 죄의 사함과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지 않지만…… 제단에 서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 ―몽골 고비사막. 밤하늘의 별들 아래 언덕을 걸어가는 산호의 모습. 문주 (소리) 그 사람이 내 안에 영원히 머무를 것을 압니다. 빛나는 별 하나. 그것에 고정된 산호의 눈. 문주 (소리) ……나의 북극성 위에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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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여성 주인공들을 참고한 문주 VS 「작은 아씨들」 원상아를 넘어선 옥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향연
「북극성」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여성 캐릭터들의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전통적으로 첩보물은 남성 중심 서사에 여성은 곁가지처럼 배치되곤 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여성 인물들이 단순히 사랑의 대상이나 조력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주도하고 세계를 흔드는 주체로 등장한다. 유능하면서도 취약하고 일상적이면서도 힘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서사를 이끌어 간다. 주인공 문주는 똑똑하고 선하며 강인하고 헌신적인 이상적 주인공으로 마치 고전 영웅 서사에 서처럼 견디기 힘든 시련들을 겪는다. 하지만 단조로울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이 주인공의 배 경에는 자신도 모르는 역사의 그림자가 태생부터 드리워져 있다. 공동체의 리더로서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들을 지닌 이 여성은, 그런 결격 사유들을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신과 만인에게 수용받고자 한다. 자신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 곧 리더로 성장하는 과 정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옥선은 한 집안의 시어머니이자 며느리로서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가족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큰 기업을 이끌고 정계와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모순된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인물이다. 사적이고 일상적인 영역과 공적이고 비일상적인 영역을 넘나드는 옥선의 캐릭터는 독특한 긴장을 만들어내면서, 이 작품이 첩보물에서 K가족 드라마 세계를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만든다. 거대한 야망을 지닌 옥선은 한국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스케일의 빌런이자, 힘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매혹적인 악역이다. 그런데 그 강렬한 외피 안에는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어린 소녀의 얼굴이 숨어 있어, 캐릭터의 층위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옥선은 수많은 명대사를 쏟아내며 드라마의 강렬한 인상을 완성한다. 작품 속에서 현직 대통령인 경신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냉철한 판단력과 고도의 전략, 단호한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로 묘사된다. 단순히 옳거나 그른, 선하거나 악한 인물이 아니다. 권력의 최정점에서 여러 사건을 지나면서도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보여주며, 동시에 새로운 여성 지도자의 상을 제시한다. 특히 문주와의 관계에서 감정적 유대나 사적 연 결고리가 아닌, 철저히 업무적·정치적 동지이자 경쟁자로서 협력하고 갈등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신선함을 더한다. 여기에 미지가 더해지며 여성 캐릭터들의 스펙트럼은 한층 넓어진다. 미지는 첩보의 한가운데에서 충직한 보조자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또 감정과 관계의 기준을 제시하는 인물로서 이 야기에 인간적인 결을 더한다. 옥선과 경신, 문주가 드라마의 거대한 축을 형성한다면, 미지는 그 사이에서 호흡을 불어넣으며 현실적인 감각과 균형을 유지한다. 이처럼 「북극성」은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이 공존하며, 전례 없는 다층적인 여성상을 제시한다. 관객의 성숙한 시민 의식을 존중하는, 공동체의 역사와 현실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 연령, 성별, 지역, 직업, 계층, 문화 등 배경이 다양한 이들이 함께 즐기게 되는 드라마 장르에서는 복잡한 국제 정세나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지나치게 현실적인 묘사는 피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북극성」에는 남북 관계, 한미 동맹, 동아시아의 지정학, 분단 이후의 국가폭력, 진영들 사이의 첨예한 갈등까지, 역사와 현실의 무게가 대본 속에 촘촘히 녹아 있다. 이 작품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각자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과 세력에게 고유한 논리를 부여하기에, 모두가 나름의 내적 논리에 충실한 상태로 충돌하고 협상한다. 작가는 이러한 태도가 관객을 존중하려는 선택에서 비롯된 것임을 책 속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작품인 만큼 더더욱 우리가 함께 발을 디디고 있는 ‘공동체적 현실’에 진솔하게 접근하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진심이다. 주인공인 문주와 산호는 한국 근현대사의 서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인물들이다.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였던 아버지 때문에 미국에서 성장해야 했던 문주, 그리고 탈북자이자 국제 용병으로 미국 국적을 지닌 산호는 서로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배제의 경험을 공유한다. 작품 속에서 둘이 깊은 산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거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지상으로 대피할 때 둘만 지하 통로를 이용하는 장면들은 이런 맥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두 인물이 나누는 깊은 공감과 이해 역시 역사적 상흔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이처럼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지닌 두 인물이 서사를 이끌며 마침내 공동체를 주도하는 위치로 나아가는 과정은 작품의 중요한 은유로 읽힌다. 앤더슨 미 국무차관보처럼 한국계지만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인물, 북한 고위 외교관의 딸로서 탈북 후 로비스트가 된 강한나, 전쟁의 위협을 피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한인 2세 변호사 김호세, 전쟁 중 어머니가 미군을 따라 본국으로 떠난 탓에 고아로 자란 옥선, 그리고 북에 가족을 남겨둔 채 월남한 양인보 신부까지. 서로 다른 국적과 뿌리를 가진 인물들의 등장은 ‘안정적이고 고정된 국민 정체성’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한다는 설정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보여준다. 거꾸로 현실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와 비명이 개인의 삶과 공동체 속에서 메아리처럼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