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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망자(亡者)에게 인도되어
2.가족 재회 3.숲의 힘 4.보거나 보이거나 하는 모든 존재는 꿈속의 꿈에 지나지 않는 겁니까?(포우) 5.슈퍼마켓의 천황 6.백 년 후의 풋볼 7.염불춤 되살아나다 8.진실을 말할까? 9.추방당한 자의 자유 10.상상력의 폭동 11.파리의 힘. 파리는 우리 영혼의 활동을 방해하며, 우리의 육체를 먹고, 그리하여 싸움에서 이긴다.(파스칼) 12.절망 속에서 죽는다. 제군들은 지금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은 결코 그냥 죽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태어난 것을 후회하면서, 치욕과 증오와 공포 속에서 죽는 일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J.P.샤르트르) 13.재심(再審) |
Kenzaburo Oe,おおえ けんざぶろう,大江 健三郞
오에 겐자부로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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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근한 기대를 저버리고 시간이 지나도 눈은 꽃잎 정도의 얇은 조각으로 바뀌는 일 없이 가루눈 상태로 계속해서 내려 나는 언제까지고 눈을 친숙한 것으로 느끼지 못했다. 나는 눈속으로 나가지 않고 곳간채에 틀어박혀서 번역에 열중했다. 식사도 곳간채로 운반되었기 때문에, 내가 안채로 돌아오는 것은 스토브의 물 끓이는 주전자에 물을 보충할 필요가 있을 때 뿐이다. 그 때마다 나는, 눈에 취해 있으면서도 숙취로 인한 피로도 피폐한 기색도 보이지 않는 싱싱해 보이는 다카시와 그의 동료들을 보았다. 쌓인 눈의 퇴폐함의 징후를 새로 내린 눈이 덮어 감춰, 끓임없이 눈은 자신의 인상을 새롭게 한다. 따라서 안채에 있는 열광자들의 눈으로 인한 취기는 깰 틈이 없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주전자에 눈을 녹여 물을 쓰는 방법을 생각해냈으므로 나의 일상 생활은 좀 더 뚜렷하게 안채로부터 분리되었다. 나는 스스로도 표정이나 동작이 축 처져 있음을 자각할 정도의 아무한테도 감시받는 일 없는 이의 안일함에 젖어, 휘날리는 타인의 눈(雪)에 둘러싸인 사흘간을 보냈다.
하긴 설날에는 아침부터 두 번에 걸쳐 진과 그 가족이 나의 은둔생활을 깨뜨렸다. 우선, 새벽녘에 진의 장남이 나를 불러 깨우더니 진이 네도코로 가의 현 가장인 나에게, 와카미즈를 길어가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런 토속적 풍습에 영향받기 쉬운 노인처럼 긴장하고 있는 진의 아들은 신문에 끼여 있던 광고지 뒷면에 흐린 연필로 그려 알아보기 어려운 와카미즈까지의 지도를 위엄 있는 얼굴로 내게 내밀었다. 전등이 희미하게 비치는 계단 아래에서 검게 그늘진 조그만 눈의 응시를 받으면서, 나는 진이 만든 금년의 정화수까지의 길이 그려진 지도를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단념하고 이층으로 돌아와 외투를 단단히 껴입었다. 불쌍하게도 진의 아들은 나의 와카미즈 긷기에 동행할 것을 명령받고 왔는지, 물에 젖은 개처럼 몸을 떨면서 입을 다물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pp.266~267 |